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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Singapore

Prologue. 두 달만에 다시, 싱가포르...여행이 끝난 후 책을 쓰며

by 여행강사 김다영 nonie 2015. 2. 16.



2월 초의 어느날, 킬리니 로드의 오래된 코피티암에서.



지금은 한창 히치하이커 싱가포르 2015 마무리 작업 중이다. 지루하리만큼 끝나지 않는 집필과 편집 작업을 하다가 문득, 그냥 지금의 감정을 먼저 정리하고 싶어졌다. 귀국한 지 오늘로 9일째. 사실 마카오에 일이 있어서 출국한 일정이었고, 싱가포르는 따로 1주일을 빼서 홍콩발 왕복티켓을 사서 갔던 거였다. 그렇게까지 해서 싱가포르에 두 달만에 다시 가야만 했던 목적은 모두 이루고 왔는지, 이제서야 돌이켜 본다. 취재하려고 빼곡히 채워뒀던 구글 커스토마이징 맵의 수많은 핀들, 한 70%는 미처 가보지도 못했다. 추가 집필을 하려고 보니 이제야 뻥뻥 뚫린 당초 계획이 눈에 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 뚫린 자리에는 사전 조사로는 전혀 알 수 없는 현지인 맛집과 경험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그 중엔 책에 실을 수 없는 애매한 위치의 장소도 있고, 운좋게 소개할 만한 곳을 건지기도 했다. 어쨌든, 우여곡절 많았던 짧은 여행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런데 지금은, 무척 새로운 감정이 들어 고민 중이다. 원래 무언가를 깊이 알면 알수록 매력에 빠져드는 건 당연하지만, 어떤 여행지에 대해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진지하게 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미국도 일본도 홍콩도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갔지만 그런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싱가포르는 알면 알수록 계속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여름을 좋아하지만 사철 덥기만 한 나라에 매력을 느끼는 편도 아니고, 보통 사람보다는 많은 나라를 경험한 만큼 여행지로서의 싱가포르가 딱히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싱가포르는 더 깊게 알고 싶어진다. 책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을 때도, 현지에서 나른한 오후에 혼자 앉아 싸구려 카야 토스트를 씹을 때도, 심지어 아직 계획도 없는데 에어비앤비의 리스팅을 훓고 있을 때도, 그런 생각이 불쑥불쑥 올라와 나를 어지럽게 한다. 1주일이 아니라, 조금 오래 머물러 있으면서 이 도시를 가만히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 물론 이런 감정은 일시적일 수도 있고, 계속될 수도 있다. 사실 올해 여행 계획이 꽤 잡혀 있어서 싱가포르에 또 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아는 나는, 아마도 이런 생각이 계속되면 어떻게든 일정을 끼워 맞춰보려 하겠지.ㅎㅎ







유난히도 이번 책 작업은 진도가 더디다. 온갖 생각과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도시의 맛집과 카페와 호텔과 볼거리를 무미건조하게 나열해야 하는 이 상황이, 내겐 어렵다. 지금 싱가포르는 엄청난 도시개발로 옛것의 흔적이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고 있다. 더 많은 것이 사라져가기 전에 그 오랜 시간의 흔적을 더 발견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무는 내내 들었다. 그래서 원래는 세련된 카페와 펍 정보만 주로 조사해 갔는데, 실제로 발걸음을 옮긴 곳은 오래된 코피티암이나 낡은 컴플렉스에 숨은 푸드코트, 이스트코스트의 외곽 동네, 태국인이 모여드는 타운 건물같은 지극히 서민적인 장소였다. 일단 로컬의 매력을 깊숙히 파고 들어가니, 겉핥기로 알던 싱가포르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도 잘 안다. 그 이면에는 편안한 호텔과 리조트가 뒷받침되었기에 안락했다는 것을. 하지만 그래서 더욱 간절하게 알고 싶어진다. 럭셔리한 숙소의 도움 없이도 싱가포르가 내게 삶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도시가 될지, 어떨지.


싱가포르 여행 이야기는 마카오 연재와 히치하이커 집필이 마무리될 즈음에 본격 시작될 예정이다. 그때까지 많은 감정과 기억들은 잘 삭혀서 좀더 단단하게 만들어 보기로.:)  





댓글6

  • 멀리보기 2015.02.16 14:41

    흠...저랑 반대네요..전 싱가폴은 알면알수록 재미없었다는......... 맨 처음 해외여행 가는 길에 경유지로 처음 알게되었고.. 외국인데도 뭔가모르게 신선하거나 특이한 점이 별로 없고... 사람들도 어째 센서티브 하지 않은 것 같고,,,, 우연히 거기 잠시 살게됐는데 너무 덥고, 너무 습기차고, 너무 재미없고... 저랑은 맞지 않더라고요.
    답글

    • 근데 왜일까요..멀리보기 님의 이 느낌도 충분히 공감돼요ㅎㅎ서울과 비슷한 점도 너무 많은데 규모는 작고, 이런저런 규제도 많아서 사는 사람들은 지루하다는 얘기도 많이 하더라구요. 그래도 가고 싶은 건, 병인가봅니다....ㅜ

  • BlogIcon 햇살 2015.04.12 11:41

    우연히 검색으로 포스팅 찾아보게 되어서 잘 읽고갑니다. 저도 출장으로 몇번 다녀가고 살아보기 괜찮겠다 싶을때 기회가되서 이년전에 가족모두 옮겨왔네요. 아이와 살기는 꽤 괜찮은 곳이긴해요. 아이데리고 아트뮤지엄에 가보려고 검색하다 다른 포스팅도 ㅂ잘보고갑니다.
    답글

    • 아 그러셨군요! 완전히 이주를 하셨다니 어떠신지 궁금하기도 하고 부럽습니다. 저도 다음 달에 잠깐 싱가포르에 다시 들를 예정이거든요. 물가가 비싸서 이번에도 며칠 못 있지만, 기회가 되면 길게 머물러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 BlogIcon 쥬뗌 2015.04.12 21:00

    갑자기 정해진 싱가폴 여행! 숙소부터 머무를곳까지..
    해외에 나가서만큼은 한국인들과 마주치고 싶지 않고
    남들 다 가는 뻔한 여행보다는 좀 더 솔직한 그런 곳을 찾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마침 또 노니님이 쓰신 싱가포르 여행기 책이 나왔다고 하니
    가기 전에 읽어봐야겠어요 ^^

    한 편의 여행 잡지책을 본 느낌이에요.
    저도 경험한 것들을 블로그에 올리곤 하는데
    오랜만에 가독성 좋은 담백한 글 잘 보고 갑니다.
    좋은 정보 공유 감사합니다 :)
    답글

    • 힘이 되는 글 감사합니다:) 잡지책 읽는 기분이라 하시니, 기자 시절 티는 여전히 버리질 못했나 봅니다^^; 책에 담느라 블로그에 자세히 소개하지 못한 곳들이 너무 많은데, 부디 쥬뗌님의 여행에 조금이나마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드릴수 있다면 좋겠네요. 여행준비 잘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