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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커리어

직장인에서 여행 컨텐츠 디렉터로 독립한 6개월을 돌아보며

by nonie 2014.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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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전, 첫 수업을 기념하며 @ 신세계 영등포 아카데미



요즘 여행작가나 여행 관련 수업을 들으러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나에 대해 모르신다. 블로그보다는 백화점 카달로그를 보고 수업을 선택한 분들이 그렇다. 실물을 보곤 "뭐야, 생각보다 어리네?"(응??)라는 살짝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앉아 계신다. 첫 수업이 시작되고, 내가 여행잡지의 취재기자 출신이고 여행 블로그와 전자출판사를 운영한다고 소개하면 그제서야 '아~'라는 납득의 리액션이 이어지는 식이다. 


하지만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IT 업계와 대형 출판사를 거치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직장인이었다는 사실을 얘기하면 사람들은 더욱 놀라고 의문스러워 한다. 도대체 어떻게, 그리고 왜? 요즘같은 험난한 세상에 왜 독립선언을 했는지 궁금한 건 당연한 일이다. 사실 여행업계에는 프리랜서 작가들이 많다. 그들이 어떻게 살고 어떻게 돈을 버는 지는 제대로 밝히지 않기 때문에 베일에 싸여있고, 막연히 궁금해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최근 한 미국의 온라인 매체가 한국에 런칭하는 과정을 보면서, SNS를 뜨겁게 달궜던 "원고료 없는 허핑턴의 기고 방식, 과연 적절한가?"라는 의문에 많은 생각을 했다. 지금의 현실에서 '전업 여행작가' 혹은 '작가'라는 타이틀로 밥벌이가 가능한가? 아니, 그런 직업군이 지금 존재하기는 하는가? 독립 이후 나의 지난 6개월을 돌아보니, 어느 정도 나만의 길은 찾은 듯 하다. 





얼마전 리뉴얼 오픈한 전자출판 브랜드 '히치하이커' 공식 웹사이트.



여행(혹은 컨텐츠 생산)으로 밥벌이, 가능할까? 

가능하다. 그러나 오랜 기간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최근 출간한 책 3권(종이책 1권, 전자책 2권)은 모두 직장생활 중에 원고를 집필했다. 여행 블로그는 훨씬 전인 2007년에 시작했고 모든 여행과 글쓰기는 직장생활과 병행했다. 처음엔 딱히 컨텐츠 생산을 직업으로 삼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니고, 기자 시절 컨텐츠가 아까워서 블로그를 만들었을 뿐이다. 


본격적으로 이 커리어를 준비한 것은 2년 전 개인사업자 등록을 하면서다. 여행으로 전자컨텐츠를 만들겠다는 명확한 목표가 생기자, 그 다음 스텝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원했던 대로 대형 출판사에 이직해서 전자책과 출판, 출판 마케팅의 기본을 습득했다. 최근 1만 시간의 법칙이 매체에 많이 언급되는데, 돌이켜보면 10대 시절 전공인 피아노나 여행(20대)이나 그 정도 시간은 투입했던 것 같다. 뭐든지 금방 쉽게 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내가 책 3권을 만들었다고 스스로를 '작가'라고 생각하느냐.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스스로를 컨텐츠 디렉터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산하는 말과 글을 컨텐츠라고 정의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트위터에 어느 전업 작가가 남긴 글귀가 인상적이다. "컨텐츠라는 단어가 싫다. 컨텐츠는 광고로 돌아가는 온라인 공간을 채워주는 정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드 미디어에서 고료를 받는 프로 작가들은 '글은 고귀하고 컨텐츠는 싸다'라고 인식하는 듯 하다. 그들은 온라인 매체가 무료로 기고를 받는다는 정책에 '시장을 어지럽힌다'며 반기를 든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안타깝지만 컨텐츠 생산자가 '고료'나 '인세'로 주수입원을 삼는 올드미디어 시대는 끝났다고 본다. 컨텐츠의 시장가치는 지명도(=트래픽)와 비례한다. 이제는 매체나 출판사가 매긴 '가격'이 아니라 스스로가 플랫폼이 되어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세상이다. 컨텐츠 생산자는 스스로를 마케팅할 줄 알아야 하고, 또 그게 당연한 시대가 됐다.


당연히 내 수입원은 고료가 아니다. 'nonie'라는 컨텐츠에서 파생된 광고수입(트래픽)과 강의 수입(지명도), 전자 가이드북과 각종 연재(컨텐츠 판매) 등이 골고루 배치되어 있고 앞으로도 이런 포트폴리오를 지속 및 확대할 것이다. 나는 여행작가도 엄연히 컨텐츠 메이커고, 당연히 수익모델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본다. 참고로 독립 후 지금까지는 월급쟁이 시절 수준은 유지했고, 앞으로도 내 시간을 유동적으로 쓰면서 지속적으로 수익구조를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여행(컨텐츠)으로 밥벌이하는 것이 가능하냐고? 20대와 30대에게 각각 다른 힌트를 주고 싶다. 20대라면 모든 시간과 열정을 스스로에게 쏟기 바란다. 스펙(학교 포함), 영어회화, 여행, 독서 등, 내 경우엔 이 모두에 투자했다. 지금 30대 직장인이라면, '시장가치가 있으면서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무기가 있는지 살펴보고, 없다면 지금부터 만들어야 한다. '직장인'이라는 타이틀 뒤에 나를 숨길 수 있는 시간은 인생에서 굉장히 짧고, 때때로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모 케이블방송의 터키여행 리포터 출연분(유튜브)

→ 이 방송에 출연했던 2006년만 해도 TV가 가장 강력한 매체였지만, 지금은 글로벌 영상 플랫폼(+모바일)으로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 유튜브, 팟캐스트 등의 멀티미디어를 얼마나 잘 생산하고 홍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성공적인 프리랜서로 살고 싶다면, 말과 글은 동시에

처음 강의 제안을 받았을 때, 생각이 너무 많았다. 아무리 마케터와 PR 출신이라지만 남 앞에서 뭔가를 '가르치는' 일은 전혀 다른 분야다. 그런데 막상 연습 없이 강의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깨달은 것은, 강의는 남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이라면 누구든 도전할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이다. 물론 강의(스피킹) 역시 오랜 경력과 훈련을 거쳐야 고수가 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타고난 천성이 그 시작을 좌우하는 것도 사실이다. 워낙 말하는 것과 새로운 만남을 좋아하는 데다 무대 경험이 비교적 많았던 내게 강사라는 역할은 꽤 매력적이다.(특히 수강생 분들이 빵빵 터지실 때 짜릿함을 느낀다능;;) 그러나 누구에게나 권할 만한 직업은 아니다. 나처럼 외향적인 성격의 사람도 강의 전에는 긴장는데, 성격적으로 안맞는 사람에겐 얼마나 큰 스트레스가 될까 싶기 때문이다.


한편, 여행을 포함한 컨텐츠 분야 종사자가 글로만 먹고 살 수 있을까? 지금도 힘들지만 앞으로는 더 힘들다고 본다. 위에서 얘기한 '책쓰기와 원고 기고'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이유와 같다. 전업 작가들은 소위 '지명도'있는 셀렙이 책 팔고 강연해서 돈버는 걸 못마땅해 한다. 하지만 지명도 역시 거저 얻어지는 게 절대 아니다. 물론 운과 실력이 동시에 갖춰져야겠지만, 이제 스타성있는 컨텐츠 메이커라면 뭐든지 성공으로 연결할 수 있는 시대다. 틀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전문영역을 구축한 프리랜서로 살고 싶다면, 스스로가 메인 무대에 서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해야 한다. 컨텐츠를 가진 자가 진정한 갑이고, 이를 아는 자와 모르는 자의 행보는 앞으로 첨예하게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글과 말을 동시에 잘하는 능력은 이 바닥에선 선택이 아닌 필수고, 이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외모나 매력, 스타성, 영어실력, 영상매체 적응력 역시 컨텐츠의 퀄리티 만큼이나 중요해졌다. 나 역시 음악으로 보낸 10대와 여행으로 보낸 20대에 이어, 30대는 새로운 역량을 갖추기 위한 시간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 1/3 지점에서, 독립을 시작했다.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P.S 나와 비슷한 길을 선택했거나 할 분들과 많이 만나고 얘기 나누고 싶다. 우리, 모임이라도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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