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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 22 - 멜라니 기데온 지음, 전행선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
다소 자극적인 띠지의 문구, 그리고 소셜미디어의 소통을 전격 차용한 색다른 형태에 이끌려 보게 된 소설이다. 지난 주말 단숨에 끝까지 읽고 나니 서평을 꼭 써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소설을 자주 읽는 편이 아니어서 더욱 감흥이 컸는지도 모르겠다. 제목이나 표지만 봤을 때는 전형적인 외국 로맨스 소설같지만, 30대 남녀 독자 모두에게 어필할 만한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전개, 그리고 결혼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나름 '반전' 소설이다. 영화로 만들어져도 재밌을 것 같다.
페이스북, 새로운 형태의 인간관계를 정의하다
결혼 20년차 주부 앨리스의 부부생활은 권태롭고 지루하다. 메일로 날아온 결혼생활 실태조사의 연구원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알 수 없는 설레임을 느끼게 된다. 곧이어 가명으로 개설한 페이스북으로 연구원과 더욱 가까워진 그녀는 온라인 속 대화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그녀의 일상은 현실에 놓여 있지만, 머릿 속은 온통 온라인 대화 내용 뿐이다. 소셜미디어 속 인간관계는 어디까지가 현실일까? 우리의 삶을 페이스북과 얼마나 분리할 수 있을까?
저자 멜라니 기데온은 수년간 여성지에 컬럼을 기고해온 작가답게, 지금 현 시대를 살아가는 30~40대 여성의 심리 상태와 고민을 유쾌하게 던져낸다. 페이스북의 형태를 빌려 나누는 대화들은, 지금 젊은 미국인들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고용은 너무나 불안정하고, 소셜미디어 속 자아는 가식과 자조를 왔다갔다하고, 가족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나누는 대화가 훨씬 많다. 미국인이 쓴 소설이지만 우리와도 소름끼칠 정도로 비슷한 점이 많다. 어쩌면 네트워크와 소셜미디어 덕분에 전 세계의 일상도 한층 비슷해져가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이라는 것
와이프22를 읽으며 깊이 깨달은 한 가지는, 결혼생활이라는 건, 부부가 된다는 건, 여러 의미에서 정말 대단한 일이라는 것. 어떤 감정만으로 쉽게 흔들릴 수 없는, 절대 제3자가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인간관계의 기본이자 뿌리라는 것.
그래서 그 오랜 시간과 신뢰에도 불구하고 틈이 벌어지는 결정적 이유는 대부분 '또다른 사랑' 때문이 아니라, 그저 비밀이 갖고 싶고, 적당히 외롭고, 자기 존재를 (거의 마지막으로) 확인받고 싶은 느즈막한 욕구 때문일게다. 그 틈의 원인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은 경우 서로의 노력 여하에 따라 온전히 봉합될 수 있을 것이다.
이쯤 되면 연구원의 정체는 굳이 스포일러를 하지 않아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결론은 좀 실망이었다만. 저자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중년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엔딩이기도 하다.
이제 '소셜미디어'가 소설 속 리얼리티를 책임지는 강력한 소재가 되었음을 잘 보여주는 작품.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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