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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단상

doubts

by nonie | 김다영 2007.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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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자 막내둥이로 살아가던 무렵, 마감일에 맞춰 수동적으로 계속 글만 써야 하는
내 삶이 어느날 싫었다. 인생이 한달에 한번에 맞춰 쳇바퀴처럼 윙윙 돌아가고
나이만 먹는다는 느낌이 들자, 더는 있고 싶지가 않았다. 적어도 두 달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고 외국 바람을 쐴수 있는 메리트도, 여기저기서 접대받고 다니는 재미도,
내 발걸음을 잡아두지는 못했다. 결국 1년만에 이 길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절묘한 인생의 타이밍은 그 즈음, 나를 IT업계로 인도했다.
내가 처음 이 회사에 온 건 많은 이유가 있지만
IT업계라는 hard하지만 매력적인 분야, 재미있는 웹서비스를 한다는 것,
개성넘치는 구성원들, 날 사로잡은 그 이상의 감정들...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십몇년을 빡시게 사회생활했다던 새 팀장도 못버티고 나간 이 만만치 않은 회사에,
나는 입사한지 3일 만에 술에 물 타듯이;; 그냥 적응했다. 팀원들을 비롯한 모든 구성원들은
불협화음 속에서도 나름의 하모니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 속에서 난 처음으로
일의 즐거움을 느꼈다. 하루하루가 힘들지만 행복했다. 아마, 다른 이들도 그러했으리라.

그러나 회사는 그저 회사일 뿐이라는 걸, 내가 너무 간과하고 있었나보다.
하루하루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운다. 리더의 역할, 조직의 특성, 그리고 결국은
모두가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 밖에 없다는 단순한 진리도...
열정이 무슨 소용인가. 내 일과 꿈에 대한 자부심과 믿음...그런건 회사라는 공룡 앞에
한낱 쓰레기일 뿐이다. 월급받으면 시키는 일이나 잘해서 회사에 돈이나 벌어다주면 된다.
그럼 개인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딱 한가지다. 마찬가지로 단물 쓴물 다 우려먹기.

내가 IT에 온 이유를 잊지 말자. 내 꿈을 실현하는 발판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걸 만들때 까지는, 지금 주어진 Job과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마음 아픈 건, 잠깐일테지...그럴 거라고 생각하니 이 꼴로 만들었을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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