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에어 비즈니스로 편안하게 헬싱키에 도착한 것도 잠시, 어렵사리 도착한 숙소에서 캐리어 한번 열지도 못하고 다시 밖으로 나서야 했다. 그 이유는 1년에 단 5일 뿐인 헬싱키 최대의 겨울 축제, 럭스 헬싱키의 마지막 밤이기 때문이다. 2시간 동안 추위를 잊은 채 모든 축제 현장을 찾아 다니며 기록한, 2017 럭스 헬싱키의 뜨거웠던 마지막 순간. 









밤에만 열리는 독특한 축제, 럭스 헬싱키를 만나다

헬싱키 공항에서 기차를 타고 약 30분이면 시내 중앙역에 도착한다. 눈녹은 질척한 길과 강추위를 뚫고 10여 분간 캐리어를 끌며 역시 겨울의 유럽여행, 만만치 않구나 싶다. 숙소에서 잠시 관광청 담당자와 만나 일정을 정리하고 좀 쉬려는데, 생각해 보니 오늘이 럭스 헬싱키의 마지막 날인데 놓치긴 너무 아깝다. 마침 담당자가 내게 묻는다. '혹시 오늘 저녁에 다른 일정 없으시면...?' 다행히 체력도 아직 바닥은 아니겠다 싶어, 워킹 투어를 어레인지해 달라고 부탁했다.  


잠시 후 시내의 한 호텔에서 만난 가이드 마리아는 쾌활하게 자기 소개를 건넸다. 스페인 사람인데 핀란드로 온 지도 어느덧 20년이 넘었단다. 가이드 인솔할 한 팀이 더 있다고 하더니, 잠시 후 나이 지긋하신, 스페인에서 왔다는 부부 한 쌍이 나왔다. 마리아는 내게는 영어로, 그들에게는 스페인어로 축제를 안내하느라 바쁘다. 그들과 함께 시내로 나오니 이미 사람들로 인산인해! 온 도시가 낮처럼 밝게 빛나고, 건물들은 오색 빛의 옷을 입었다. 








럭스 헬싱키는 매년 1월 초에 약 5일간, 시내 전역에서 해가 진 저녁에만 열리는 독특한 겨울 축제다. 1월의 핀란드 여행을 준비하면서 처음 럭스 헬싱키에 대해 접했을 때는, 여느 야경 축제나 일루미네이션, 혹은 연말연초 기념 겨울 축제의 일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축제 초반부터 내 뒷통수를 강렬하게 치는 장면들이 계속 이어졌다. 단순히 긴 겨울밤을 아름답게 수놓는 빛의 축제가 아니라, 각 분야의 예술가와 기업 등이 대거 참여한 일종의 아트 페스티벌에 더 가까웠다. 이날은 모든 공공기관 건물 및 관광 명소에 특별한 조명이 설치되며, 일부 건물에서는 음악과 메시지를 담은 미디어 아트가 몇 분 간격으로 상영된다. 









어둠을 이용한 독특한 조명예술 축제, 럭스 헬싱키

이 행사는 설치 미술, 영상,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오브젝트가 시내 전역에 퍼져있기 때문에(몇 개는 꼭꼭 숨어있다;;) , 보물찾기 하듯이 맵을 보며 일일이 찾아다녀야 한다. 날씨가 좋으면 재미삼아 찾아 다니겠지만, 이건 1월에 열리는 겨울 축제인데다 밤에만 열린다는 게 문제.ㅋㅋ 게다가 나는 헬싱키에 오늘 도착한, 핀란드 처음 와본 길치 여행자...;; 그래서 워킹 투어로 안내를 받으며 다니는 게 큰 도움이 되었다. 럭스 헬싱키의 모든 장소 입구에는 LUX라는 큰 발광 안내로고가 세워져 있다. 설마 이런 데 뭐가 있을까 싶은 으스스한 겨울숲 한 가운데,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짧은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헬싱키 도착 첫날부터 오감을 깜짝 놀라게 하는 축제 현장에 놀란 것도 잠시, 슬슬 북유럽의 겨울 추위가 파고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가이드 마리아는 추위를 미처 느낄 틈도 주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축제 스팟을 부지런히 누빈다. 

그러다가 눈 앞에 마주한 엄청난 장면! 건물 창문에서 일제히 물이 쏟아지는 모습을 연출한 미디어 아트, 그리고 커다란 트럭에 쓰인 의미심장한 메시지. 모든 스팟에서 만난 작품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핀란드의 국민 브랜드, 마리메꼬의 독특한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는 건축물 앞에도 역시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다. 그렇게 대성당 근처를 지나 또 어느 건물 내 정원으로 들어가니 또 다시 펼쳐지는 빛의 신세계.  기발한 아름다움에 시각적으로 압도되다가도, 숨은 그림찾기처럼 발견하는 모든 작품들이 제각기 다른 메시지를 가지고 있었다. 









럭스 헬싱키에 가장 감동했던 부분은, 건축물의 외벽과 공터 등을 활용해 다양한 영상을 상영했는데 몇몇 작품은 강렬한 사회적 메시지도 담고 있었다는 것. 온 가족이 이를 즐기고 함께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것. 그동안 나름 전 세계의 여러 아트 관련 행사를 다녀봤지만, 이렇게 독특한 대중예술 축제는 손에 꼽는다. 오후 3시에 해가 지는 북유럽의 긴 겨울밤을 역으로 활용해서 이를 관광 자원으로 재탄생시킨 발상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대성당 앞 광장에서 막을 내린, 워킹 투어

럭스 헬싱키에서 특히 인상깊었던 건 '관람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이다. 모든 축제 스팟을 다 찍고 다시 대성당 광장으로 돌아오자, 그제서야 광장에 설치된 다양한 참여형 설치물이 눈에 들어온다. 손을 대면 불이 켜지는 거대한 파이프, 사람이 발로 누르면 앞에 있는 조형물에 불이 켜지는 작품 등 축제 참여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재미난 작품이 아름다운 대성당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쯤 해서 이번 투어에 동행했던 스페인 부부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보자면, 놀랍게도 이들은 바르셀로나의 축제 기획을 담당하는 시 공무원이었다. 이들이 영어를 할 수 없어 많은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지만, 2월에 열린다는 야경 관련 축제에 참고하기 위해 이 투어에 참가한 건 확실해 보였다. 한국에서 핀란드를 소개하기 위해 왔다니까, 명함을 주며 바르셀로나의 축제도 멋있으니 꼭 한 번 오라는 홍보도 잊지 않는다. 사실 바르셀로나야 언제 가든 왜 안 좋겠습니다만, 최근 '오버 투어리즘(over-tourism)'에 시달리는 대표적인 도시인 만큼 관광객으로 찾고 싶지는 않다. 스페인이야 또, 좋은 기회가 있겠지.:) 


그렇게 입국 직후 약 3시간 여를 밖에서 온전히 보낸, 헬싱키에서의 첫 날. 숙소는 대체 언제쯤 가보는 거니.ㅠ 

너무너무너무 예쁘고 편안했던 나의 헬싱키 숙소는 다음 포스트에 소개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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