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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여행

구글이 제시하는 여행의 미래, 그리고 프라이빗 여행 컨설팅

by nonie 2016.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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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의 승리가 연일 뉴스 톱을 장식하는 요즘이다. 하지만 여행 분야 일을 하는 내게는 구글의 공식 블로그에 며칠 전 올라온 글이 체감상 더 놀랍게 다가온다. 지난 3월 8일, 구글 공식 블로그 새로운 여행검색 기능 '데스티네이션'을 선보였다. 데스티네이션만 정하면(심지어 정하는 것도) 나머지는 구글이 다 알아서 찾아 주겠다는 것이다. 





출처: 구글 공식 블로그 googleblog.blogspot.kr



구글이 선보이는 새로운 여행검색 기능은 항공료가 저렴해지는 시기, 핫딜이 뜨는 호텔 리스트를 실시간으로 뽑아준다. 또한 개인의 성향을 분석해 현지체험 가능한 액티비티를 추천하고 예약 연결한다. 항공과 호텔, 액티비티를 다 짜주는 통합적 검색기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자유여행에서 가장 어려웠던 여행 플래닝 기능의 일부를 좀더 편리하게, 그것도 무료로 제공한다. 앞으로 여행산업은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는 여행사를 끼지 않고 개인이 자유여행 견적을 짜려면 국내 포털 카페나 블로그 검색, 혹은 해외 커뮤니티와 같은 집단지성에 의존해야만 했다. 하지만 자유여행의 핵심인 항공과 호텔에 대한 가격정보와 변동사항을 구글이 실시간으로 알려준다면, 더이상 소수가 독점하는 항공 호텔 고급정보를 구걸하러 헤맬 필요가 없다. 이러한 방법이 보편화된다면 여행사에 의존할 필요는 더더욱 없어진다. 에어텔이라는 개념조차 희미해질 것이다. 아직까지는 구글 서비스에 대한 언어적/심리적 장벽이 높지만, 한국에 맞춰 커스토마이징 된다면 2030 세대는 손쉽게 활용할 것이다. 물론 구글이 커버하지 못하는 영역도 분명히 있다. 개별 구매를 통한 오류나 손해는 개인이 감당해야 하므로 리스크에 대한 장벽도 무시할 순 없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이 시장의 승자는 왠지 뻔해 보인다.  








2008/04/21 - private travel planner(개인 여행 플래너)?


위 글은 무려 8년 전인 2008년에 내가 포스팅했던 글이다. 그때는 약간 회의적이었지만 이미 이런 시대는 도래했고, 나름대로 정확하게 바라봤다고 본다. 이 글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좀더 풀어본다면, 해외여행 트렌드가 갈수록 '자유여행'화 된다는 것은 기정 사실이다. 단, '예산은 많고 시간이 없는' 고소득층과 '시간은 많지만 정보력이 부족한' 중장년층. 두 계층은 구글과 디지털 여행이 커버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럭셔리 여행(허니문 포함)과 저가 패키지 시장은 실제로 여행사의 주된 먹거리이기도 하다. 그런데 만약 이 두 계층이 '새로운 니즈'를 갖게 된다면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국내 산업은 그에 맞게 빨리 바뀔까? 그 변화의 틈새에서 새로운 시장이 나올 거라고 본다. 나는 최근 2년간 현장에서 강의를 하면서 이 니즈의 실체를 감지했다.


저 글을 쓸 당시에도 느꼈지만, 주변에 이런 소규모 여행사업을 원했던 여행 매니아들은 대부분 배낭여행이나 저가여행을 오랫동안 했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저가여행 시장에선 플래너는 고사하고 여행사도 수익을 내는 게 힘들다. 애초에 이 소비자의 지불의사가 낮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시장 자체가 크지 않고 사업성도 없다. 이미 많은 여행 예찬론자가 유사한 사업에 끊임없이 도전했고, 결과는 현재 보이는 대로다. 그 대신 마이리얼트립이나 에어비앤비와 같이 박리다매가 가능한 '플랫폼' 사업이 2030 배낭여행의 상당 부분을 잠식했다. 며칠 전 강남의 한 백화점에서 낮 강의를 했는데, 출석부를 보니 평균 50대 중후반의 어머님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공유숙박 이용 경험이 있는 분이 두 분이나 계셨다. 오히려 그 분들이 어려워하는 건 첨단기술 활용이 아니라 어디를 가야 잘 갔다는 말을 들을까 하는, '선택'의 문제였다. 이 소비자들은 여행사 패키지 경험이 매우 많아서, 왠만한 상품 광고는 잘 믿지 않는다. 온라인 체류 시간이 적기 때문에 온라인 정보의 영향을 거의 받지도 않는다. 대신 신뢰할 만한 오프라인 전문가를 원한다. 


나는 저 당시 생각했던 대로, 5~6년 전부터 럭셔리 분야로 방향을 확실히 잡고 집중적으로 여행경험을 쌓아왔다. 전 세계 100군데가 넘는 호텔에 직접 투숙하며, 왠만한 프라이빗 여행사와 동등한 경험치와 취향의 경쟁력을 갖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가 여행강사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빛을 발하는 과정이 스스로도 신기하다. 패키지여행을 하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자유여행법을 강의하면, 거의 매번 플래닝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정중히 고사해 왔지만, 올해부터는 사업적으로 구체화하는 단계에 왔다. 그래서 최근 오픈한 강사소개 홈페이지에는 아예 개인/기업 컨설팅 쪽을 사업분야로 잡아 놓았다. 지금까지 추구해온, 입체적인 플래닝을 통해 '흔한 여행지를 남다르게 여행하는' 방식이 더 많은 여행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올 한 해가 기대된다. 이렇게 디지털이 인간의 영역을 대체하는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어떤 포지션과 셀프 브랜드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 본다. 또한 그 전문영역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내공을 쌓을 것인가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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