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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HongKong

홍콩 빈티지의 원형을 찾아서, 캣 스트리트

by nonie 2012.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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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어느 토요일, 셩완에 새로 오픈한 부티크 호텔에 여장을 푼 후 처음으로 향한 행선지는 캣 스트리트. 요즘 '빈티지' 키워드에 푹 빠져 있는 내게, 홍콩의 빈티지를 상징하는 캣 스트리트는 거리 전체가 작은 보물창고다. 지난 홍콩 여행 때는 세련된 헐리우드 로드에 시선을 뺏겨 바로 뒷골목에 숨은 이 알짜배기 골목을 그냥 지나쳐 못내 아쉬웠다. 사실 캣 스트리트는 대부분의 국내 가이드북에 소개되어 있지만, 막상 와보니 외국인 관광객만 눈에 띄는 한산한 분위기다. 한국인의 해외 여행지 1위 홍콩, 그 많은 한국인은 다 어디에 있는 걸까.









70년대 홍콩 영화에서 튀어나올 듯한 진한 화장의 여인네, 혹은 이소룡, 마오쩌둥이 낡은 트럼프와 포스터에 담긴 채 새로운 주인을 기다린다. 먼지서린 오랜 세월의 흔적이 거리 전체에 유유히 흐른다. 바로 옆 거리인 헐리우드 로드와는 완전히 다른 공기가 흐르는 것만 같다. 금발의 푸른 눈들은 살만한 기념품을 제법 열정적으로 뒤적거리는 모양새다. 나도 포스터나 옛날 엽서, 성냥갑 같은 자질구레한 한두 점을 사려고 온 거지만, 뭐 안사도 그만이다. 구경 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캣 스트리트는 인사동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작은 사이즈의 골목이지만, 왠지 '새것' 느낌이 드는 세련된 인사동 기념품과 상반되는 '낡음의 미학'이 존재한다. 작고 오래되고 낡았지만 '앤틱'으로서의 개성과 자부심이 풍겨나온달까. 굳이 자신들의 identity를 지키려 애를 쓰지 않고도 멋진 골동품 거리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에 대한 여유가 느껴진다.








홍콩의 예술과 디자인은 마오쩌둥의 붉은 포스터 한 장에서 잔가지를 뻗어가며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했다. 홍콩 빈티지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이 이미지는, 라이프스타일 숍 G.O.D에서 선보이는 인테리어 소품과 문구에 고스란히 옮겨져 있다.

론리 플래닛 시티 가이드는 홍콩의 미술에 대해 '자기 표현을 통해 대도시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데 관심이 있다'라고 평했다. 홍콩의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예술가들은 그들의 빈티지를 세련되게 복원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고, 나는 그 결과물이 선사하는 치명적인 매력 때문에 무엇에 홀린 것처럼 다시 홍콩을 찾았다. 아마 캣 스트리트에서 여정을 시작하는 전세계 여행자들도, 나처럼 '보물찾기'의 매력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한 나라의 예술가가 자신의 문화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이렇게도 중요하다는 걸 체감하면서, 그 '결과물'을 가장 세련되게 담고 있는 양대 산맥, 홈리스와 G.O.D 매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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