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일과 여행(출장)을 나눠서 성과와 아쉬운 점 위주로 결산 포스팅을 했다. 그런데 올 해부터는 모든 해외 일정이 일의 연장선상이라 굳이 나누는 건 의미가 없어서, 매달 인상깊었던 사건을 시간 순으로 정리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려 한다. 2017년을 이렇게 보내려고 치밀하게 계획하고 그랬던 게 전혀 아니었는데, 돌아보니 개인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던 한 해였다. 역시 사람 일이란.






1월: 우물 안 개구리, 큰 세상으로 - 핀란드 

한 해의 시작이 이렇게나 중요함을, 연말이 되니 비로소 깨닫는다. 올 초의 나는 헬싱키의 한 박람회장 회의실에서, 전 세계에서 모인 인플루언서들과 만세(?)를 부르고 있었다. 동영상에서는 '펀치 라인' 한 방이 중요하다며, SNS에 올릴 숏클립을 찍을테니 액션을 취해 달라는 강연자의 연출 사인이 떨어진 순간이다. 이 때만 해도, 이 장면이 한 해를 송두리째 바꿀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다. 


여행기자로 시작해 10년 가까이 여행 블로그를 하면서, 글로벌 업계에서 내 위치는 무엇이어야 하는지 명확한 답이 없었다. 전 세계 70명의 블로거와 함께 한 유럽의 한 행사에서, 인플루언서에게 큰 권한과 기회를 부여하는 현장을 목격했다. 그 중심에서 2주간 다양한 루트로 관광산업을 체험하면서, 한국에서 쌓은 다양한 경력을 해외에서도 펼칠 기회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아울러 세계적인 콘텐츠 메이커들을 만나면서 내가 얼마나 우물안 개구리였는지, 절로 겸손해질 수밖에 없었던 한 해의 시작이다. 


2017/01/25 - Intro. 2주간의 핀란드 여행 미리 보기 feat 북유럽 여행박람회 출장








2월: 여행 커리어 워크숍 런칭

2016년 말부터 1월에 핀란드 와서도 준비해온 여행 커리어 워크숍 3주 과정이, 드디어 첫 런칭했다. 욕심을 좀 내서 강북/강남에 두 개 반을 마련했지만 과연 모객이 될까 싶었는데, 놀랍게도 백 명이 넘는 지원자들의 사연을 읽으며 대다수 직장인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마주할 수 있었다. 

 

나 역시 오랫동안 여행과 일 사이에서 방황을 했던 1인으로서, 단순히 글쓰는 법이나 여행 직구같은 단편적 정보만 알려주는 역할에서 벗어나 '직업' 자체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는 깊이 있는 수업을 만들고 싶었다. 이에 공감을 하는 분들이 많았던 덕분에, 전국에서 오신 수강생들과 첫 학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후 총 3기까지 성공적으로 개강하면서, 또 하나의 대표 강의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던 한 해였다. 


2017/03/10 - 여행하며 일하는 삶을 위한 2017 여행 커리어 워크숍 - 2기 모집








3~4월: 전국일주의 서막

비즈니스 강의 시장에서 1~2월이 상대적으로 비수기라면, 3월부터는 본격적인 업무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직업 강사 4년차로 접어들다 보니, 예전처럼 공개 강의나 홍보를 굳이 많이 안해도 기존 거래처와 에이전시(대행사)로부터 일이 이어지기 때문에, 일정관리가 더 중요하다. 한 달간의 SK 임원교육을 시작으로, 전국의 기관과 기업 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기였다. 


큰 회사들과 일하다 보면 좋은 점은, 기존 커리큘럼을 수용하지 않고 내부 요구사항이 많아 준비가 어려운 대신, 그만큼 강의안이 많이 발전한다는 것이다. 지난 3년과 비교했을 때 지금의 강의안은 환골탈태 수준이다. 직장인에게 실질적으로 꼭 필요한 여가 설계에 최적화되고 있으며, 신입사원부터 퇴직예정자까지 직급별 요구사항에 맞는 강의로 디테일하게 짜여지고 있다. 


아쉬운 건 4월부터, 출강하던 교육기관에서 편의를 봐주시던 사무실 혜택이 끝나면서 편안하게 일할 공간이 사라졌다는 것. 작년에 세운 올해 목표가 단독 사무실이었는데, 고정된 공간을 함부로 계약할 수 없는 사정도 있지만(국내/서울 체류시간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 어쨌든 이 부분은 못내 아쉽다. 








5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상하이

올 초 유럽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향후 집중하고자 하는 '중국 여행시장'의 현재를 살펴보고자 상하이로 떠났다. 강의일정을 피해 떠난 4박 5일의 짧은 시간이고 하필 컨디션도 안 좋아서 쉽지는 않았지만, 3일간의 컨퍼런스에 꼬박꼬박 출근하다시피 하며 트렌드를 정리했다. 사실 국내 인바운드 시장에서 중국은 절대적인 소비자인데, 중국 자체 전문가도 별로 없지만 여행 분야는 양질의 연구나 정보가 더더욱 없다.


상하이 출신의 블로거 친구가 이 컨퍼런스에서 '중국의 자유여행자에게 어필하는 데스티네이션 마케팅'에 대해 발표를 했는데, 현장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전 세계가 중국을 사로잡기 위해 엄청나게 애를 쓰는데,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시장은 이들에게 과연 얼만큼 매력적일까? 아직도 '전 세계 출국자 1위'네 하면서 '여행=과소비' 프레임을 씌우는게, 지금 한국이 해외여행 마켓을 바라보는 수준이다. 우리는 분명히 글로벌 여행시장에서 엄청난 소비를 하고 있지만, 그만큼의 대접을 받고 있을까? 앞으로 외국에서 해야 할 일에 대해 수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출장이었다.


2017/05/20 - 거대해지는 중국의 여행시장을 미리 보다! ITB China 컨퍼런스를 다녀와서








6월: 중국을 넘어, 동남아시아로

상하이에서는 중국 여행시장의 엄청난 성장세를 확인했다면, 6월에 라오스에서 열린 업계 포럼에서는 여행업계 최대 화두인 '책임여행(Responsible Tourism)'을 고민하는 세계적인 전문가들의 강연에 참관했다. 감사하게도 한국의 여행 인플루언서로 초청을 해주신 덕분에, 아시아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논의하는 별도의 밋업에도 참석할 수 있었다. 


올해 목표 중 하나가 '지난 15년 여행인생에 안 가본 나라를 가보자' 였는데, 핀란드에 이어 라오스 역시 초면이어서 모든 시간이 그저 '여행' 그 자체였다. 1주일 이상의 충분한 개인 일정이 있었고, 루앙프라방 앞뒤로 방콕과 도쿄를 붙여 알찬 호텔여행도 즐기고 왔던 시간이다. 분명 놀거 다 놀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는데, 다녀오면 커리어도 콘텐츠도 발전해 있는, 그게 내 여행법의 핵심.


2017/06/18 - 방콕과 루앙프라방, 도쿄에서의 날들, 미리 보기 feat. 관광포럼 참관









8월: 히치하이커 마카오 출간

소처럼 일만 했던 7월에 이어, 8월에는 오랫동안 준비했던 히치하이커 마카오 편을 출간했다. 여행서의 특성상 성수기 전에 출간이 완료되었어야 했는데, 혼자서 집필에 편집까지 모든 과정을 다 하다 보니 쉽지만은 않다. 다행히 기존의 어떤 시리즈보다도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어서, 틈틈히 작업해온 게 헛된 일은 아니었구나 하는 작은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어느덧 6년차 출판사가 된 히치하이커도 좀더 정비를 해서, 단독 출간보다는 협업과 제휴를 비롯해 다양한 비즈니스적 방향을 고민할 때다. 


2017/08/01 - 히치하이커 마카오 2017~2018 출간! (예스24, 알라딘, 반디)








9월: 1만5천명 중에 6명이 되다, 태국 북부 일주

여전히 소처럼 일하던 9월 중순, 뜻밖의 메일을 받았다. 태국관광청 본청에서 날아온 초청장이었다.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 설치된 포토라인과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를 하며 낯설게 입국한 이 여행은, 내 인생에서 길이 남을 역사적인 사건이 되었다. 전 세계에서 단 6팀이 선발되고 그 와중에 유일한 한국인이라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태국이 지향하는 관광산업 모델을 먼저 체험해 볼수록 하루하루가 감동의 연속이었다. 


역시 여행과 관광산업은 직접 경험해보는 것만큼 중요한게 없다는 사실을, 이 태국 일주에서도 절감했다. 라오스에서도 지속가능한 관광에 대한 수많은 강연을 들었지만, 직접 그들이 세심하게 짜놓은 홈스테이와 다양한 체험학습을 하면서 여행의 참 가치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 현지인의 삶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그들과 공존하며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관광의 미래를 경험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아, 그 어느 해보다 알찬 추석연휴였다. 


2017/10/10 - 6 senses in Thailand - 태국관광청과 함께 떠난 태국북부 여행 미리 보기








10월: 향후를 도모하다, 홍콩

10월 중순 귀국해서 강의 일정과 워크숍을 마무리한 뒤, 홍콩으로 날아갔다. 전 세계 13개국 여행사 담당자를 위한 인센티브 트립에, 감사하게도 '스페셜리스트' 자격으로 초대를 받은 것. 전 세계의 주요 여행사 직원들이 모이는 자리인지라, 현지 관계자들도 이들에게 투어상품을 소개하기 위해 미팅에 대거 참석한다. 홍콩은 한국인의 인기 여행지 상위권에 항상 드는 곳이라 현지에서도 한국인 소비자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다. 


앞으로는 이런 행사에도 나처럼 다른 형태(?)의 관계자가 더 많이 요구될 것이다. 자유여행 시장을 주도하는 역할을, 앞으로는 여행사가 아닌 다른 영역이 대신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홍콩에서는 이미 그런 분위기가 많이 감지됐다. 또 우버 잇츠나 클룩과 같은 글로벌 서비스가 완전히 자리매김을 하고 있었다. IT 기반 플랫폼이 성장할수록 여행사 의존율은 떨어질 것이다. 결국 콘텐츠(상품)의 차별화만이 살 길임을, 현지의 관계자들은 잘 알고 치열하게 준비 중이었다. 앞으로 이들과 새로운 홍콩여행의 모델을 만들면 좋겠다 싶었던 시간.  


2017/10/31 - 홍콩 스페셜리스트 한국 대표로 홍콩 다녀왔습니다! 3박 4일 프롤로그






11월~현재: 여행놀이 vol.2 하와이 출간, 다시 소 모드

마카오 출간이 밀리면서 하와이 책도 덩달아 출간이 늦었다. 게다가 유통사에 문제가 생기면서 9월에 등록한 책이 10월 말까지도 제대로 서점에 전송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여행놀이 하와이도 10월 말에서야 비로소 서점에 하나 둘 등록되기 시작했고, 제대로 홍보를 시작한 건 11월부터다. 어쨌든 여러 데스티네이션을 다양한 방법으로 다루어 보면서, 제작이나 기획의 노하우가 많이 쌓여가는 것 같다.


2017/10/23 - 하와이 감성여행 에세이 '여행놀이 Vol.2 하와이' 출간했습니다!



10~12월은 유독 지방이나 연수원 출장이 많았다. 아직은 자차 없이 대중교통으로 다니려니 넘나 고달픈 것. 그리고 작년까지는 출강 횟수를 그나마 셀 수는 있었는데, 올해는 개인 수업 빼고도 어떤 달은 최대 20회가 넘는 달도 있다 보니, 한번 세어 보려다가 3월에서 장렬히 포기...와중에 이곳 블로그와 어느덧 구독자 4천명이 된 브런치, SNS 운영은 기본으로 당연히 하는 거고. 2017년 블로그 포스팅 수만 무려 120개.. 실화냐....;;;   

여전히 내게 강의는 직업이나 일이 아닌, 에너지 드링크같은 존재다. 약간 쳐져 있거나 건강이 안좋을 때도, 강의를 하고 난 후엔 이상하게 더 힘이 솟으니 말이다. 천직을 만난 게 여전히 감사한, 2017년이다. 








여행과 여가 전문가로 성장한 올 한 해, 그리고 내년

해외여행과 여가를 강의하는 사람으로서 핵심적인 현장경험을 유달리 많이 쌓은 해였다. 확실히 이 쪽은 책상머리보다는 경험과 네트워크가 압도적으로 중요한 분야라는 걸 느낀다. 물론 학문적인 베이스도 더 쌓아야겠지만, 그건 향후 어떤 일을 하고 싶냐에 따라 달린 것 같다. 글로벌 관광산업에서 하고 싶은 역할은 국내 학계의 '인바운드' 노선과는 다른 방향이라 아직은 고민 중이다. 분명한 건, 이제는 '호텔'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나 관심을 넘어서, 여행업계 전체를 관망하면서 헤엄쳐가고 싶은 나만의 새로운 방향성이 생겼다는 것.


덕분에, 내년에는 본업인 기업강의 외에도 할 일이 제법 많다. 국내에서는 '영향력을 높이는 글쓰기' 및 여러 신규 수업 런칭과 오랜만의 신간 출간을 준비 중이다. 해외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인플루언서로서 단순 참관을 넘어 의미있는 레퍼런스를 만들고, 국내 업계와도 긴밀히 연계하려고 한다. 구상만 해온, 교육과 결합한 여행상품 기획도 본격화할 것이다. 이미 상반기에 여러 해외일정을 조율 중인데, 기대가 된다. 

원래 전공분야라 할 수 있는 음악 관련 콘텐츠를 잘 살려서, 공간(호텔 등)과도 연계한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다. 이곳보다 역사가 오래된 음악 블로그, 커버송과 플레이리스트 위주의 soundcloud 채널도 먼지 좀 털고.


한 해를 돌아보면서, 생각만큼 잘 안풀린 부분도 있고 아쉬운 점도 당연히 많다. 하지만 올 해만큼은, 내년에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게 두렵지 않은 해가 된 것만으로도 나름 만족한다. 내 나이에 걸맞는 떳떳한 커리어와 삶의 방향성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걸, 해가 갈 수록 주변을 돌아보며 많이 느낀다. 월요병이 없는 내 직업에도 감사하지만, 내년에는 올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즐기면서' 큰 성과를 내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 해동안 블로그에 와주신 모든 분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 2017 nonie's Awards

올해의 도시: 헬싱키. 다같이 행복한 사회는 어떤 모습인지 생각하게 해준 도시. 

올해의 책: 잡지류를 제외한 완독 단행본 약 60여 권 중 <스마트>, <물욕없는 세계>, <베를리너>

올해의 노래: '에너제틱'. 올 해는 워너원이 다 했다.ㅋㅋ 돌아보니 축가는 한 팀밖에 못 했군. 

올해의 강연: 안나 폴록의 '컨셔스 트래블' 관련 강연, 한국에서는 영국문화원 컨퍼런스 '창의적 나이듦'

올해의 호텔: 핀란드 난탈리의 '헤란쿠카로', 태국 러이의 푸나콤 리조트



2016/12/30 - 2016 nonie's Awards - 올 한 해 결산 & 2017년을 앞두고


2015/12/31 - 2015 nonie's Awards - 한 해를 빛내준 순간 & 2016년을 맞이하며


2014/12/31 - 2014 nonie's Awards - 한 해를 빛내준 순간 & 2015년을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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