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7 브런치에 먼저 게재한 글을 일부 수정한 글입니다. 원문 보기>





업계 10년차의 새로운 고민과 탐색

처음 여행업계에 발을 디딘 것은 여행 월간지 AB-ROAD에서 기자를 시작한 10여 년 전이다. 매달 관광청과 여행사, 항공사 행사를 다니며 좋은 관계를 맺어, 지면 취재로 연결해 기사를 내는 것은 초짜 여행기자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책무였다. 아직 어렸고 외국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던 나는, 매달 반복되는 출장이나 행사 취재가 그저 힘들기보단 즐거웠고 열정적으로 일했다. 


하지만 주한 관광청이 각국의 매력을 홍보하는 '캠페인'을 매달 지면에 옮기면서, 문득 내 직업의 대의명분(?)에 종종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외국을 포장해서 한국에 알리는 일은 결과적으로 무엇에 이익이 될까 하는 순진하지만 당연한 물음표 말이다. (실제로 취재를 가보면, 거창한 홍보에 비해 별볼일 없는 외국 여행지도 허다하다) 결국 이러한 의구심은 당시 불어닥친 디지털 시대로의 변화와 맞닿았다. 지면 광고수입에만 의존하는 올드 미디어는, 한때 웹진으로 창업을 할 정도로 디지털 키드였던 내게는 매력적인 매체가 아니었다. 결국 IT업계 홍보 담당자로 이직하면서, 공식적으로 여행업계에서는 발을 뺐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보니, 나는 돌고 돌아 다시 제 자리로 와 있다. 영향력을 전달하는 매체가 블로그에서 강의로 달라졌을 뿐, 지난 10년간 본질적으로 추구해온 건 여전히 그대로다. 이 지점에 항상 뭔지 모를 마음의 짐이 있었다. 지금까지 쌓아온 영향력과 경험치를 단지 '해외 여행지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한국인에게 홍보하는, 단순한 역할로만 소모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런 일은 내가 아니어도, 많은 일반인이 '여행작가, 여행 블로거' 타이틀로 하고 있다. 이미 프로 영역에서 일하고 있는 입장에서, 나만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아예 다른 지점에서 찾아야 했다. 바야흐로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던 참이었다.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의 여행시장을 미리 보다, ITB CHINA

그러다 올 1월에 북유럽 여행 박람회 초청을 계기로, 내 역할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밖에 나가보니 각국의 여행 인플루언서들은 자국의 여행시장을 위해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유명 인플루언서들은 유창한 영어실력을 활용해, 해외 행사에 스피커로 초청되어 자국의 여행 트렌드를 발표한다. 이것은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민간인 전문가가 부재한 한국의 여행업계와는 너무나 다른 양상이었다. 글로벌 여행업계를 제대로 바라보기 시작하니,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매년 초 북유럽에서 박람회가 끝나면 3월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유럽 최대의 여행업계 행사 ITB 베를린이 열린다. 그런데 이 ITB가 올해는 상하이에서 'ITB 차이나'로도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서둘러 참관 신청을 해 어렵게 허가를 받았다. 한국에서 열리는 여행박람회는 누구나 입장 가능하지만, 외국에서 열리는 여행 박람회는 무조건 B2B로 업계 종사자만 참석할 수 있다. 이 행사에 따로 초청을 받은 것도 아닌데, 사비까지 들여 ITB 차이나에 다녀온 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 이유는, ITB는 일반적인 트래블쇼와는 다르게 '컨퍼런스'의 비중이 크다. 보통 업계 행사는 셀러와 바이어의 교류와 비즈니스를 도모하기 위한 부스 전시가 메인이다. 그러나 ITB는 업계 최고 전문가와 종사자를 대거 내세운 컨퍼런스를 3일 내내 진행한다. 참관만 할 수 있다면 컨퍼런스는 모두 들을 수 있기 때문에, 3일 정도 투자해서 컨퍼런스만 다녀와도 최근 중국 여행시장에 대한 흐름은 파악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두번째 이유는, 중국의 자유여행 시장은 지금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싶었다. 한국인에게 '스마트 여행'을 강의하는 강사로써, 중국인이 진정한 의미의 '자유여행'을 다니기 시작하면 한국인의 여행 패턴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았다. 이미 나는 강의를 할 때, 중국의 공휴일을 언급하면서 이 기간에 살인적인 인파가 몰려 피해야 할 여행지라던가 항공/호텔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오르는 기간을 꼭 지적한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글로벌 여행업계의 최대 화두 역시 '중국'이다. 앞으로 중국인들이 어떤 패턴으로 어떻게 여행을 다니느냐에 따라, 전 세계 여행업계는 엄청난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하물며 바로 옆에 붙어있는 한국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인, 사드 역풍으로 순식간에 인적이 뜸해진 한국의 상황만 봐도 업계의 중국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전 세계가 중국인에게 관광 비자를 완화하면, 중국인들은 여행사를 거치지 않고 항공과 호텔을 직접 예약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더이상 거리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쇼핑과 단순 관광 목적으로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 각국은 급변하는 중국인의 여행 트렌드에 어떻게 대비하는지 살펴보고, 국내 관광/호텔업계에 인사이트를 나누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 여행업계는 중국 시장만 궁금해하는 게 아니다. 아직까지 FIT 여행시장은 중국보다 한국이 더 크고 안정적이다.(물론 곧 추월당하겠지만) 이번 ITB차이나에서는 나의 절친한 친구이자 중국을 대표하는 여행블로거 매기가 '중국의 자유여행자(FIT) 시장 현황과 그들을 공략하는 마케팅 전략'을 주제로 훌륭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그녀가 중국의 자유여행 시장을 알리는 민간인 전문가 역할을 한다면, 나는 한국인의 해외여행 트렌드를 업계에 전달하고 교류하는 일을 준비하고 있다. 마침 6월에 동남아시아 관광 포럼에 정식으로 초청을 받아서 태국과 라오스에 가기 때문에, 이번 참관은 앞으로 가야할 길을 재정립하는데 큰 참고가 되었다. 


ITB 차이나 컨퍼런스에서 얻은 모든 내용은 정리 중인데, 유통 채널은 조금 고민이 된다. 리포트 분량이기 때문에 단독으로 출판하는 건 무리일 듯 하고, 브런치 POD 출판을 하거나 콘텐츠 펀딩 플랫폼과의 협업도 고려 중이다. 공식 연재 전에도 좋은 제안이나 강연 문의는 언제든 환영이니 연락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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