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컨퍼런스 참가를 위해 상하이로 향했다. 짐가방까지 끌고 다니며 정신없이 푸둥의 전시장을 오가던 3일이 끝나고, 내게 주어진 온전한 휴식의 시간은 2박 3일이다. 애써 뭔가를 하지 않고 쉬기로 마음 먹었음에도, 내 발걸음은 커피와 책을 찾아 계속 분주하기만 했다. 언제나 그렇듯, 내 시선은 상하이의 현재와 미래 사이에 머물렀다. 상하이의 젊은이들이 시간과 돈을 쓰는 장소가 어디인지 직접 찾아가 보고, 서울의 현재와 무엇이 다른지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 








flat white @ on air

구글맵이 가리키는 골목은 분명 여긴데, 와보니 왠 연립주택이 늘어선 주거 지역이다. 대체 여기에 무슨 카페가 있단 말인가? 혼란 속에 방황하던 그 순간, 한 아가씨가 내 앞을 휙 앞서 가더니 커다란 손잡이를 잡아 열고 들어간다. 밖에서 볼 땐 그냥 벽처럼 보이는 문이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늑하고 미니멀한 카페가 펼쳐진다. 바에 앉아도, 테이블에 앉아도, 혹은 노트북을 놓고 일하는 공동 책상에 앉아도 모두 편안할 것 같다. 밖으로 상하이의 오랜 건축물이 그대로 펼쳐진, 바에 앉기로 했다. 그리곤 평소엔 잘 마시지 않는, 이 집 명물이라는 플랫 화이트를 주문했다. 










타임아웃 상하이에서 첫 손에 꼽은 이 카페는, 세상이 주목을 하든 말든 우리는 우리 길을 간다는 느낌이다. 간판이 눈에 띄기는 커녕 찾기도 어려운 골목 뒷편에 자리하고 있고, 아무리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주지 않는다. 커피 한 잔 달랑 시켰을 뿐인데, 물잔에 물이 떨어지려 하면 직원이 어느 새인가 곁에 와서 물을 채워준다. 화장실로 가는 길은, 시야를 가로막는 단 하나의 오브제도 없이 디자인되어 있다. 이렇게 심플하면서도 명료한 공간에서, 상하이에서 손에 꼽는 수준의 커피를 마시며 수많은 젊은이들이 사색을 하고 책을 읽고 작업을 한다. 처음 상하이에 방문했던 3~4년 전만 해도, 시내에서 로스터리 카페를 발견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이제는 시내 뿐 아니라 변두리에도 과감하게 공간을 열고 커피를 내리는 젊은이들의 도전이 크게 늘고 있다. 









Muji books @ Muji Huaihai

상하이에 커피 문화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전, 가장 먼저 로스터리 카페를 표방했고 내가 블로그에도 소개했던 시소(seesaw) 카페는, 불과 3~4년만에 화이하이 대로변에 큰 규모의 체인을 열었다. 시소 카페 역시 주택가가 밀집한 골목에 숨어있던, 정말 힙스터스러운 인디 카페였는데, 어느 새 상하이 카페 컬쳐의 선봉자가 된 것이다. 어쩌면 앞서 소개했던 카페도 지금은 골목길에 숨어 있지만, 얼마 후에는 이렇게 대형 쇼핑몰 1층에 입점할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시소 카페가 있는 이 건물에, 무지 화이하이 점이 있다. 상하이에서 무지 북스가 최초로 문을 연 대규모 플래그십 스토어다. 









2015년 12월에 처음 문을 연 무인양품의 화이하이루 점은 상하이 뿐 아니라 중국 내 점포 중 최대 규모라고 한다. 각 층마다 나무와 금속 등 서로 다른 소재를 사용해서 꾸몄다고 하는데, 역시 나무로 된 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여기서만 판매하는 리사이클링 제품도 있고, 뉴욕 5번가의 무지 매장에서 본 아로마 랩도 있다. 무인양품이 시도하고자 하는 모든 하위 브랜드를 여기서 한번에 만날 수 있는 셈이다. 








그 와중에 무지북스에서 득템을 한 건 일본 잡지인데, 가격이 좀 신기했다. 평소 좋아하고 자주 구입하는 여행 매거진 Transit의 과월호에 70% 세일 스티커가 붙어있길래, 가격을 보니 진짜 저렴했다. 덕분에 아이슬란드의 정보가 가득 든 매거진을 싸게 샀다. 무지 북스는 확실히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라이프스타일을 테마로 책을 셀렉하기 때문에, 내 관심사에 맞는 책만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한 달만에 도쿄에 가서 무지 북스를 또 만나게 될 줄, 이때는 생각도 못했던. ;) 










Breakfast @ Sumerian

내가 묵었던 애스터하우스는 빈티지하고 멋진 호텔이지만, 어쨌든 조식은 불포함이라 매일 아침을 꼭 챙겨먹는 나로서는 조금 부지런할 필요가 있었다. 호텔이 있는 노스 번드 주변은 카페가 거의 전멸 수준이라, 기왕 아침을 먹는다면 상하이에서 가장 맛있는 베이글 카페를 찾아가보자 싶었다. 마침 오늘 오전에 예약해놓은 마사지숍이 바로 이 카페 근처이니, 코스 하나는 잘 짰다. 


버스에서 잘못 내리는 바람에 한참을 되돌아오긴 했지만, 수메리안 카페가 있는 샨시베이루는 그냥 걷기만 해도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골목이다. 왜 수많은 상하이 매니아들이 이 햇살 쏟아지는 낡은 골목을 그리워 하는지, 여기 오면 저절로 알 수 있다. 걷다 보면 창문도 문도 활짝 열린 틈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부지런히 빵과 커피를 마시는 수메리안 카페를 만날 수 있다. 정해진 샌드위치 메뉴를 주문할 수도 있지만, 직원들이 영어를 꽤 잘해서 과감하게 '커스텀' 메뉴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치즈 베이글에 차이브 스프레드와 아보카도를 추가하고, 음료는 채소를 많이 넣은 그린 스무디를 시켰다. 이렇게 두어 가지만 시켜도, 한화로 15,000원대 이상은 각오해야 한다. 








베이글이 너무 맛있는데다 아보카도와 치즈도 너무나 신선해서 사실상 이 세 가지 식재료의 조합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맛이었다. 역시 좋은 재료에는 많은 조리가 필요없음을 새삼 느낀다. 한참 맛에 빠져 있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어찌나 사람이 많던지, 게다가 대부분 서양인이 많았다. 그래서 중국어를 못하는 내게는, 수메리안이 오히려 로컬 카페보다 편안하게 느껴졌다. 


여전히, 상하이는 여행자에게 편한 여행지는 아니다. 똑같은 중화권이지만 여행자에 닳고 닳은 홍콩과 마카오, 대만과는 달리 상하이는 여행자가 모든 적응과 준비를 능동적으로 해야 하는 대도시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상하이를 알면 알 수록 그 매력은 끝이 없다. 앞으로  이제 아침은 뚝딱 해결했으니 예약해 둔 작은 마사지숍으로 슬슬 걸어가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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