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에 이어 반 년만에 다시 상하이를 찾았다. 여행박람회 취재가 5일 중 3일을 차지한 터라, 온전히 주어진 자유시간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틈틈히 구글맵에 부지런히 모아 둔 점들을 따라, 시내 곳곳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좋지 않은 컨디션 때문에 생각만큼 많이 다니진 못했지만, 박람회 일정 중에 다녀온 곳들에 대한 짤막짤막한 기록 첫번째.  








Hot pot dinner @ 海底捞

상하이. 언제나 어렵게 느껴지는 여행지 중 하나다. '어렵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이유는, 중국어를 못하는 내게는 반 쪽짜리 여행밖엔 할 수 없는 곳이니까. 너댓 번을 상하이에 왔어도, 매번 호텔과 주변만 돌아보고 가는 나홀로 여행의 반복이었다. 미식이든 문화든, 깊이있게 이해하기엔 언제나 부족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핀란드에서 친구가 된 상하이 토박이 매기가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도착 첫날은 무조건 자기를 만나야 한다며, 다음날 컨퍼런스 무대에 서는 유명인(!)인데도 흔쾌히 시간을 내준 그녀가 고마웠다. 원래는 함께 크루즈 나이트라는 부대행사에 가려 했으나, 신청인원 초과로 참석 불가 통보를 받고, '저녁으로 훠궈나 먹자, 어때?' 라며 시내에서 만났다. 그녀의 안내로 간 곳은,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훠궈 명가이자 훠궈 최고 맛집, '하이디라오' 피플스 스퀘어 지점이었다. 어쩐지 사람이 너무 많더라...ㅎㅎ 능숙하게 태블릿으로 주문을 하고 위챗으로 결제하는 그녀를 보니, 중국의 현재가 그대로 투영되는 듯 하다. 









나처럼 여행박람회 참관을 위해 멀리 베이징에서 온 조쉬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함께 저녁을 먹었다. 조쉬 역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항공 전문 여행블로거인데, 그 역시 핀란드에서 매기와 인연을 맺었단다. 여행 인플루언서들은 한번 친해지면 전 세계 어디서든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나 또한 어느새 일원이 된 게 믿기지 않기도 하고. 핀란드인인 조쉬는 중국에 오래 거주하고 있어서인지, 나보다 훠궈 먹는 법을 더 잘 안다.


한국을 무척 좋아한다는 그는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서울을 꼽았다. '베이징에서도 살면서, 서울 와서 살지 왜?'라고 물으니, 한국 항공사들이 너무 보수적이라 일거리를 만들기 어렵다고 털어 놓았다. 제안은 커녕 컨택 포인트조차 알기도 어렵다며, 전 세계에서 가장 같이 일하기 어려운 나라로 한국과 일본을 꼽았....ㅠ 그때부터 봇물처럼 터진 한국, 중국, 유럽 3국 블로거의 업계 뒷담화ㅋㅋ 깨알 재미졌음. 칭다오 드래프트 대짜 두 병을 비우고 나서야, 아쉽게 헤어졌다. 어차피 내일 박람회장서 또 만날 거니까.









점심 @ 월드 엑스포 컨벤션 센터의 구내식당

박람회 첫날에는 점심에 그닥 고민을 하지 않았다. 구스토 커피가 장내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어마무시한 가격으로 팔고 있었는데, 선택의 여지 조차 없었다. 박람회장 자체가 코엑스 저리가라 할만큼 넓고 큰데, 주변엔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샌드위치는 사진 한 장 안 남길 정도로 절망적인 맛이었다. 이튿날, 저 샌드위치를 두 번은 못 먹겠다 싶어 눈에 불을 켜고 식당을 찾았다. 


그 때 행사장 밖에서 '차이니스 패스트푸드'라고 조그맣게 적힌 팻말을 발견하고 현지인들을 따라가자,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구내식당'이 따로 있었던 것! 사실 서양인들은 이곳의 정체를 알아도 안올 것 같다. 충전식 선불카드를 구매해서 중국어로 주문을 해야 하고, 메뉴는 밥과 반찬을 선택하는 뷔페형이 대부분이다. 나도 음식들을 보고 그닥 마뜩치 않아 주문을 망설이다가, 메뉴 사진을 보고 이거다 싶어서 얼른 줄을 섰다. 중국식 비빔면을 파는 곳인데, 여기만 유독 사람이 많은 걸 보니 맛은 있나보다. 









손짓발짓을 동원해 겨우 주문을 했는데, 푸근한 인상의 아주머니가 넉넉한 양의 국수를 담아 내어주신다. 우동보다는 얇은 면을 푹 삶아낸 후, 오이와 땅콩 소스, 매콤한 고추 소스, 녹두와 콩 등을 듬뿍 얹은 건강하고 심플한 국수였다. 보너스로 토마토계란국도 일회용 컵에 딸려 나온다. 생각지도 못하게 너무나 맛있는 데다, 가격은 국수+스프 세트가 3800원 정도.;; 어제 먹은 만원짜리 말도 안되는 샌드위치를, 3일 내내 먹어야 하는 외국인들이 넘나 딱한 것.  










점심 @ 타오위안 빌리지

박람회 마지막 날의 컨퍼런스는 다른 날보다 일찍 끝났다. 마침 점심시간도 다 돼서, 노트북을 접어넣고 박람회장을 일찍 빠져나왔다. 상하이에 온 지 3일만에, 푸동을 떠나 드디어 시내 중심가로 향한 날이다. 자유를 만끽한 것도 잠시,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와중에 구글맵은 어찌나 엉터린지, 중국시장에서 진작에 쫓겨난 구글의 지도를 믿었다가 벌써 1시간째 길을 헤매고 있다.  


그럼에도 기어이 찾아낸 오늘의 행선지는 바로 대만식 조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카페, 타오위안 빌리지다. 내가 찾은 신천지 점은 '후빈다오 몰' 1층에 위치해 있다. 이 쇼핑몰 자체도 가볼만 한데,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스타벅스의 메가스토어 급 리저브 매장이 자리하고 있다. 타오위안 빌리지는 그 스벅 매장의 대각선 맞은 편에 있다. 사진으로만 보던 이곳 매장 내부도 비주얼 대폭발! 정갈한 대만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왔는데, 높은 천정과 따뜻한 원목 인테리어 덕분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배가 고파서 폭풍 주문을 했는데, 거의 5분도 안되어 모든 음식이 다 나왔다. 따뜻한 두유 한 그릇, 대만에서 아침에 많이 먹었던 계란+도너츠 딴삥, 쫄깃쫄깃한 찹쌀밥으로 만든 대만식 주먹밥을 먹었다. 너무나 익숙하지만 왠지 위로가 되는 맛이랄까. 대만의 소울푸드를 비오는 오후에 느긋하게 먹고 있으려니, 3일 내내 박람회에서 시달린 긴장과 약간의 몸살기가 누그러드는 기분이다.  


한참을 꾸역꾸역 집어 넣다가 문득 옆 테이블을 보니, 현지인들은 이런저런 토핑을 올려 매콤한 양념과 함께 먹는 두부를 한 그릇씩 다 시켜놨더라. 다음엔 다른 지점도 가봐야겠다 싶어서 추가 주문은 하지 않았다. 여기는 영어 메뉴판이 따로 있고 선불이라서 음식 주문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어딜 가든, 이제 중국에서 현금으로 계산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거. 물론 한국에서도 모바일페이가 어색하지는 않지만, 아직 실사용 인구는 그렇게 많지 않다. 불과 반년 만에 또 확 달라져 있는 상하이, 그들이 이루어낸 완벽한 핀테크 사회가 놀랍고 무서웠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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