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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HongKong

도시의 정체성을 충실히 담은 디자인숍, Homeless와 G.O.D

by nonie 2012.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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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 스트리트에서 뇌리에 생생히 박힌 빈티지, 이제는 그 원형이 홍콩의 일상에 자리잡는 풍경을 관찰할 차례다. 고흐 스트리트의 한 축을 담당하는 숍 홈리스(Homeless)는 전 세계에서 깨알같이 셀렉트한 디자인 상품을 통해 '멀티 컬쳐'로서의 홍콩을 이야기한다. 라이프스타일 숍 G.O.D는 정체성을 찾으려는 대도시로서의 홍콩을 스토리텔링한다. 그 어느 쪽이든, 홍콩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는 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홈리스, 두번째 방문이다.(첫번째 여행기) 이번에는 기필코 다른 지점을 가보려고 했건만, 고흐 스트리트에 도착하자마자 뭐에 홀린 것처럼 매장을 향해 돌진하는 발걸음을,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만큼 홈리스 본점의 외관과 셀렉트는 압도적이고, 매혹적이다. 첫 방문 때는 소심해서 내부 사진은 못 찍고 돌아섰는데, 요번에는 좀더 세심하게 구경하면서 내부도 살짝 기록해봤다.






디자인으로 먹고 사는 친동생이 멍하니 한마디 한다. "얼마 전에 최근 뜨는 전세계 디자인 제품들을 검색한 적이 있는데, 여기 다 있네" 홈리스의 매력은 국내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트렌디한 해외 상품을 한 곳에서 죄다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셀렉트숍은 이제 홍콩의 왠만한 유명 거리에는 한두 곳씩 자리잡고 있을 정도다. 물론 그 중심에는 홈리스가 있다. 소호의 비슷한 숍을 여러 군데 들러봤는데, 대부분 홈리스에서 봤던 제품들의 부분집합 정도였다. 






보자마자 빵 터진, The Husband Chopping Board. 일명 "남편 썰어버리는 도마" 되시겠다.

음식도 썰고, 스트레스도 풀고ㅋㅋㅋ 21세기 주방의 진정한 머스트해브 아이템. 결혼해서 스트레스받는 

유부녀 친구가 있다면 선물로 사줄만한(그러나 조금 무거운) 멋진 도마.






2010년 방문 때보다 어쩐지 조금 더 넓고 편안한 동선이 된 듯한, 멋진 홈리스 매장. 입구 왼쪽에 마련된 로컬 디자이너들의 상품을 뒤적이다, 비틀즈의 레코드 모양으로 만든 티 코스터(받침)을 몇번이나 들었다 놨다 했던지. 여전히 구경할 것도, 살 것도 많지만 가난한 여행자에게는 그저 마음만 괴롭게 하는 홈리스. 다음에는 침사추이의 카페 겸 플래그쉽 스토어에 꼭 방문해 보리라. 홈페이지도 쥑인다. http://www.homeless.hk 










지난 여행 때는 G.O.D 매장 중에 가장 잘 알려진 코즈웨이베이 지점에 갔었는데, 요번에는 다시 구룡반도로 건너와 침사추이의 실버코드 지점에 가봤다. 지난 번엔 실버코드를 아예 못 가봐서 아쉬웠는데, 마침 숙소가 바로 옆이어서 느긋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G.O.D는 실버코드 지하 2층에 있다. 







그런데 마침 대부분의 제품에 SALE 택이 붙어있다! 4월 한달간 20%부터 큰 폭으로 세일 중이었다. (나중에 코즈웨이 베이 지점에 가보니 거긴 세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 실버코드 지점은 공식 아울렛은 아니지만(아울렛은 Cyberport에 있다고. 담번엔 방문 1순위!) 자주 세일을 하는 듯 하다. 우선 150 hk$ → 30hk$로 파격적인 세일 중인 유칼립투스 아로마 오일은 장바구니에 넣지 않을 수가 없다. G.O.D의 아로마 오일은 질이 좋기로 정평이 나있다. 어짜피 가구들은 들고 가지도 못할 거라, 눈으로라도 열심히 구경하기.









G.O.D는 역시나, 이케아를 떠올리게 한다. 이케아가 단순히 저렴한 가구가 아닌 북유럽의 로망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디자인을 제시하듯, G.O.D는 우리의 무의식에 숨어있는 홍콩의 아련한 이미지를 일상으로 끄집어낸다. 

사진 속 홍콩의 낡은 아파트를 담은 쿠션 커버는, 정말이지 살까말까 몇 번을 고민했다. 세일 품목이 아닌데다 쿠션을 잘 쓰지 않는지라 아쉽게 놓고 왔지만, 왠지 홍콩에 다녀온 흔적으로 저것보다 좋은 게 있을까 싶다.


여행을 오기 얼마 전, G.O.D의 창립자 겸 아트 디렉터 '더글러스 영'을 인터뷰한 기사를 우연히 읽었다. 그는 "수명이 다한 물건은 내겐 보석같은 쓰레기다. 오래된 것에는 수많은 이야기와 감정이 스미는 법이다"며 홍콩의 빈티지가 G.O.D의 모티브가 되었음을 얘기했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을 잇는 접착제로 유머를 사용한다"는 그의 말에서 알수 있듯, 모든 아이템은 홍콩만의 재치와 풍자 코드를 절묘하게 담고 있다. 서울에는 도시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디자인 숍이 있는지? 매장을 돌아 나오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떠오르지 않는다. 부럽다, G.O.D를 가진 홍콩이.



소호에서 새롭게 발견한 예쁜 숍과 카페 정보는, 올해 출간 예정인 책에 깨알같이 담을 예정.:)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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