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해외 도시를 여행하면서 당연히 거치는 코스에 "로컬 디자인 숍과 서점"이 빠지지 않는다. 홍콩 여행서를 훓으면서도 일순위로 체크해둔 스팟도 홍콩판 (고급) 이케아로 불리는 G.O.D, 야우마떼이에 있는 독립영화관 & 북카페 '큐브릭'이다. 헐리우드 로드의 몇몇 디자인숍에 이어 이 두 곳을 거치고 나니 홍콩 예술계의 일면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어서 뿌듯하고 알찬 시간이었다. 내 지갑이 가장 통크게 열린 곳이 쇼핑몰이 아닌 큐브릭이었으니, 아무래도 홍콩의 디자인이 날 매료시킨 건 분명하다.
G.O.D에서는 동양적인 이미지의 다양한 액자와 벽장식을 판매하고 있다.
한 쇼룸에 걸려 있는 마오쩌둥 이미지의 벽장식이 독특하다.
문에 드리우는 천에도 중국의 근대 사회를 상징하는 일러스트와 컬러가 담겨 있다.
홍콩식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디자인숍, G.O.D
홍콩 여행을 막연히 꿈꾸던 몇년 전부터 알고 있었을 만큼 워낙 유명한 숍이어서, 마침 코즈웨이 베이에 있는 매장을 발견하고 휘릭 둘러봤다. 1층에는 작은 아트북 매장이 있고 2층부터 본격적인 인테리어 매장이 펼쳐진다. 왜 이케아와 비교하나 했더니, 이케아의 쇼룸처럼 실제 상품으로 구성한 여러 분위기의 방을 마치 갤러리처럼 배치해 놓았다. 홍콩의 좁은 땅 때문에 이케아처럼 널찍하지 못하고 엄청 좁은 통로로 되어 있지만, G.O.D 만의 독특한 로컬풍 인테리어를 구경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G.O.D에서 놀란 것은 인테리어 소품 뿐 아니라 엽서나 카드 한장에도 홍콩의 이미지를 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었다. 가장 홍콩스러운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임을, 그들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50~60년대의 아련한 복고풍 사진부터 독특한 일러스트까지, 대부분의 제품이 홍콩의 도시 문화를 다양하게 변주하고 이미지화해 담아냈다. 가격대는 이케아처럼 저가는 아니고 다소 비싼 편이지만, 독특한 여행 선물을 고르기에 이곳보다 더 좋은 선택이 있을까 싶다.
큐브릭 안에는 카페와 서점이 공존하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레귤러 커피는 홍콩 스타일의 진한 맛. 풍성한 크레마만 봐도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갈릭 쉬림프 파스타. 새우와 마늘을 아끼지 않고 팍팍 넣어줘서 더 좋았다는. :)
멋진 브런치와 아트북 쇼핑을 한 곳에서, 복합문화공간 큐브릭
혼자하는 여행 둘쨋날, 지난 4일간의 빡센 일정에 지쳐있던지라 편안히 쉬면서 식사도 할만한 곳이 절실했다. 그때 떠오른 곳이 바로 북카페 큐브릭. 마침 오전에 몽콕 탐방을 마치고 가까운 야우마떼이로 이동해 열심히 헤매다 결국 찾아냈다. 독립영화관인 시네마떼끄와 한 건물이니 영화관만 찾으면 ok.
큐브릭은 홍콩의 한 유명 영화감독이 "왜 홍콩에는 영화와 책을 한곳에서 즐길 만한 문화 공간이 없을까?"라는 의문으로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장 가득한 로컬 디자인 서적들 한켠에는 DVD도 많이 있고, 독립영화관이 바로 옆에 있어 언제든 영화를 가까이 할수 있다. 게다가 이곳은 꽤나 괜찮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토마토소스 파스타가 어김없이 먹고 싶어지는 여행 5일차여서 갈릭 쉬림프 파스타와 커피를 주문했는데, 셋트 가격이어서 할인도 해준다. 파스타+커피가 60$도 안되니 무지 저렴한 가격. 커피는 역시 신선했고, 방금 만들어 내온 따끈따끈한 파스타는 어느새 게눈 감추듯 사라져 버렸다. 적당히 삶아진 링귀니면의 쫄깃함이 일품.
큐브릭 창가에 진열된 현지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수제 미술품. 하나하나 뜯어보는 재미!
이 중에서 3권 고르는게 너무 힘들었다. 어흑...
홍콩의 다양한 예술 관련 행사를 적극 후원하고 소개하고 있다.
아픈 다리도 쉬었고 배도 채우니, 슬슬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마침 큐브릭에서는 로컬 아티스트들의 기획 전시가 한창이다. 창가의 디스플레이 선반에는 아트 북들을 펼쳐서 진열해 놓았고, 맞은 편에는 전시된 수제 아트북을 포장해 판매하고 있다. 가격대는 50~90$대로 다양한 편이고 대부분 핸드메이드 제품이라 수량이 넉넉치 않아 보였다. 디피된 책들을 찬찬히 구경하다가 마음에 드는 작품을 3권 구입했다. 사실 이런 숍에 자주 와도 막상 구매해 본적은 별로 없는데, 왠지 현지 예술 생태계에 일조하는 느낌도 들고 일러스트를 하는 동생에게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 같아서 뿌듯했다. 이젠 한국에서도 종종 구경도 다니고 해야겠다는 생각.
참, 온김에 홍콩 디자인 매거진으로 유명한 IDN 최신호를 사려고 했는데 Sold out이란다. 나중에 공항에 있는 디자인 서점 Page one에서도 찾아봤는데 없더라. 절판된 건가. ㅠㅠ 우리나라에서 사면 비싼데....
아트북 3인방 전체샷.
Cara Yeung의 작품집은 투명한 소재 안에 레이스와 열쇠 등의 오브제가 담겨 있다.
큐브릭에서 들고온 아트맵과 DIY 아티스트 전시 소개 카달로그.
큐브릭에서 산 것들은 모두 동생에게 선물했는데, 자신도 시도해보고 싶었던 것들이라며 영감을 얻었다니 다행이다. 동생이 직접 쓴 자세한 아트북 후기는 여기서 볼 수 있다.
큐브릭에서는 ARTMAP이라는 무료 카달로그를 배포하고 있는데, 2011년 홍콩의 예술 관련 행사와 전시 등을 빠짐없이 소개하고 있어 아트 테마 여행을 하고픈 이들에게는 꼭 체크할 자료다. 해마다 국제적인 Fair가 열리고 있어, 올해 홍콩 여행을 다시 가게 된다면 좀더 큰 행사에서 다양한 로컬 아티스트의 작품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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