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어느 토요일, 셩완에 새로 오픈한 부티크 호텔에 여장을 푼 후 처음으로 향한 행선지는 캣 스트리트. 요즘 '빈티지' 키워드에 푹 빠져 있는 내게, 홍콩의 빈티지를 상징하는 캣 스트리트는 거리 전체가 작은 보물창고다. 지난 홍콩 여행 때는 세련된 헐리우드 로드에 시선을 뺏겨 바로 뒷골목에 숨은 이 알짜배기 골목을 그냥 지나쳐 못내 아쉬웠다. 사실 캣 스트리트는 대부분의 국내 가이드북에 소개되어 있지만, 막상 와보니 외국인 관광객만 눈에 띄는 한산한 분위기다. 한국인의 해외 여행지 1위 홍콩, 그 많은 한국인은 다 어디에 있는 걸까.
70년대 홍콩 영화에서 튀어나올 듯한 진한 화장의 여인네, 혹은 이소룡, 마오쩌둥이 낡은 트럼프와 포스터에 담긴 채 새로운 주인을 기다린다. 먼지서린 오랜 세월의 흔적이 거리 전체에 유유히 흐른다. 바로 옆 거리인 헐리우드 로드와는 완전히 다른 공기가 흐르는 것만 같다. 금발의 푸른 눈들은 살만한 기념품을 제법 열정적으로 뒤적거리는 모양새다. 나도 포스터나 옛날 엽서, 성냥갑 같은 자질구레한 한두 점을 사려고 온 거지만, 뭐 안사도 그만이다. 구경 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캣 스트리트는 인사동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작은 사이즈의 골목이지만, 왠지 '새것' 느낌이 드는 세련된 인사동 기념품과 상반되는 '낡음의 미학'이 존재한다. 작고 오래되고 낡았지만 '앤틱'으로서의 개성과 자부심이 풍겨나온달까. 굳이 자신들의 identity를 지키려 애를 쓰지 않고도 멋진 골동품 거리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에 대한 여유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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