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망설이다가 이 호텔에 관한 글을 올리는 이유는, 홍콩의 '여행지로서의 매력'이 몇몇 호텔의 개념없는 행동 때문에 엄청나게 하락하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다. 한 호텔이 '바우처' 예약이라는 이유로 방이 뻔히 있으면서도 거짓말을 반복해가며 무려 1달(!)을 질질 끌면서 예약을 컨펌해주지 않았다. 이를 대행했던 호텔자바와 아고다는 큰 곤란을 겪었으며(사실 그들의 원시적인 이메일 예약대행 방식도 참 답답하게 느껴졌다), 덕분에 나의 여행일정은 모조리 꼬였다. 문제의 호텔은 완차이의 코스모 호텔이다. (코스모 몽콕과는 다른 호텔)
지금도 홍콩 여행 커뮤니티를 가보면 호텔 정보를 교환하는 글이 유독 봇물을 아룰 정도로, 홍콩 여행에서 호텔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늘어나는 호텔 수에 비례해 서비스도 경쟁적으로 더욱 좋아져야 하는 것이 경제학의 진리건만, 홍콩에서는 그게 통하지 않는다. 일본여행의 불황으로 '닥치고 홍콩'을 외치는 한국 여행업계의 현실 때문이기도 하고, 자유여행이 늘면서 호텔예약 사이트가 권력을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코스모 호텔의 '스튜디오' 룸은 디럭스나 수페리어 룸보다 상위 레벨이기 때문에 가격도 그만큼 비싸고(20만원대 초반 수준), 당연히 부대시설은 가격만큼 갖춰져 있다. 그러나 부티크 호텔 1세대라고는 하지만 이제는 명성이 무색하리만큼 평가조차 어려운 평범한 인테리어와 디자인이었다. 그나마 아이팟 데크를 갖춰놓은 점은 마음에 들었다.
어메니티는 질이 낮았고, 넓은 욕조는 그런대로 유용하게 썼다. 단, 객실에 비치된 매거진인 '타임아웃 홍콩'은 센스있는 서비스였다. 유료 잡지여서 어짜피 돈주고 사려고 했던건데, 덕분에 새로운 숍과 맛집을 많이 발굴할 수 있었다.
코스모 호텔도 여느 고급 호텔처럼 객실 인터넷은 유료다. 하지만 5층 라운지 '브리즈'에서 무료 인터넷을 잡은 다음 새로고침으로 갱신하면 객실에서도 똑같이 쓸 수 있으며, 실제로 많은 여행자들이 그렇게 쓰고 있었다. 라운지 분위기도 흡연자가 없을 때면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 입구에 커피머신과 과일(첫날은 바나나, 다음날은 사과)이 마련되어 있어 간단히 식사 대용으로 해결하기도 좋았다.
무인양품의 티 라떼와 함께 브리즈 라운지에서.
코스모 호텔은 완차이에 있기 때문에 한국인 여행자에게는 지리적 요건도 좋지 않고, 실제로 홍콩여행 커뮤니티에서도 평이 좋지 않은 편이다.(무관심에 가까울 만큼 타 호텔에 비해 평이 적기도 하다) 5성급에 육박하는 객실료에 비해 전망이 좋은 것도 아니고, 객실이 괜찮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훌륭한 것도 아니고, 부티크 호텔에서 주는 혜택이나 센스마저도 한참 뒤처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오피스쪽 서비스라도 원활해야 하는게 정상이 아닐까. 이번 여행에서 호텔 예약의 언짢았던 경험이 준 정신적, 금전적 데미지는 생각보다 컸다. 다양한 호텔 서비스를 소개하는 측면에서 쓴 글이고, 개인적으로는 이래저래 추천하고 싶지 않은 호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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