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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또, 홍콩인가
블로그를 오래 비웠다. 여행 다녀온 지 벌써 이틀이 지났는데, 쉽사리 '새글쓰기' 버튼을 누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여행기를 연재하려고 다녀온 여행이 아니니, 그닥 적을 내용이 없기도 하다. 2012년의 첫 여행지로 홍콩을 택한 이유를 이제와서 돌이켜보니 잘 모르겠다. 그러나 제작년 겨울에 딤섬 여행으로 우연히 만난 그 도시는, 마음 한 켠에 단단히 자리잡았다. 그러다 올해 초 생긴 호텔 숙박권의 마감 시간이 다가오자, 아껴뒀던 대한항공의 마일리지를 아낌없이 풀어 홍콩행 항공권을 예약했다. 관광 코스가 아닌 일상의 홍콩을 만나기 위한 여행을 계획했다.
호텔 예약 중에 생긴 일
이번 여행은 그 어느 때보다도 출발이 힘들었다. 모 항공사에서 항공권 구매 이벤트로 받은 홍콩 2박, 마카오 1박 숙박권은 예약 자체가 너무나도 어려웠다. 지리하고 짜증났던 호텔 예약 과정을 통해, 현재 여행 업계의 권력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아무리 마일리지로 떠났다고는 하지만 택스가 저가항공권의 절반 가격인 15만7천원(그나마도 4월부터는 더 올랐단다)이었고, 당초 지원받았던 홍콩 2박이 1박으로 줄어 결국 경품의 혜택은 거의 못받는 순수한 자비로 떠나는 여행이 되었다. 자금상황이 너무 좋지 않은 지금, 꼭 이렇게까지 떠나야 하는지, 처음 홍콩을 택했던 이유를, 다시 생각해야 했다.
여행, 그 후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여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지만 그 이상의 많은 것들을 얻고 배웠다. 떠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역시 다녀오고 나서다. 이번 홍콩여행에서, 나는 구두와 옷을 하나도 사지 않았다. 대신 역대 어느 여행보다도 많은 책을 사왔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떤 여행을 해야 할지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네비게이션을 한아름 발굴해 온 건, 이번 여행 최대의 수확이다. 세상에 이렇게 숨겨진 멋진 여행책들이 많을 줄이야.
이제, 내 식으로 홍콩을 만났던 과정과 나만의 내공으로 발견한 모든 것을, 책으로 탄생시킬 작정이다. 블로그에도 일부 내용을 선별해서 올린다. 어쨌든 여행기를 쓰는 일은, 여행 만큼이나 설렌다. 나를 설레게 하는 일을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한 첫 여행을, 이제 막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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