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북으로 망친 여행?자유여행의 실패를 줄이는 두 가지 방법을 쓰면서, 좋은 여행서는 나만 알고 있지 말고 많이 소개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몇 년간 출판사에서 일을 하기도 했고 업계에 있다보니 특정 도서를 적극 소개하는 포스팅은 하지 않았는데, 좋은 책을 많이 소개해야 많이 팔리고 많이 출간될 테니까. 그래서 가이드북을 고르는 요령과 몇 권의 추천 여행서를 소개한다. 지역별로 계속 차례차례 소개할 예정이다.
여행 가이드북을 고르는 3가지 기준
해외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여행서를 검색할 것이다. 여행 가이드북을 고를 때 몇 가지 검토해볼 만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저자
2. 판권
3. 내용(목차)
1. 저자
여행 가이드북은 제목(나라, 도시)만 보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작가가 누구인지는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여담이지만, 가이드북 저자의 대중적인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가 많다. 가이드북은 정보제공이 주 목적인 만큼 필력이나 저자 인지도를 내세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 가이드북 저자의 경우 '작가'라는 타이틀로 지속적인 대중적 활동이나 수익창출을 하기가 다른 분야보다 더 어렵다고 본다. 어쨌든, 그만큼 가이드북을 쓰는 사람도 많고, 장벽도 생각보다 낮다는 얘기다. 그래서 소비자라면, 간과하기 쉬운 저자 이력을 한번 더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그 전에, 여행지의 '과거'를 바라보는 여행을 하고 싶다면, 시중의 가이드북 만으로도 괜찮다. 예를 들면, 그 도시의 역사적 명승지나 유명한 명소, '남들이 가니까 나도 꼭 가봐야 하는' 여행을 하고 싶다면 가이드북은 그만한 효율을 선사할 것이다.(사실 이런 여행의 최대 효율은 패키지다. 많이만 보는게 목적이라면 자유여행은 만족도가 언제나 매번 낮을 것이다) 아직까지 내가 원하는 여행이 무엇인지 모르고, '내 취향과 내 관심사'가 뭔지 모르겠다면 가이드북 여행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
여행지의 '현재'와 미래를 통찰하고, 여행을 다녀온 뒤 뭔가 배웠다는 느낌이 드는 여행을 하고 싶다면 시중의 가이드북은 과감히 잊어도 좋다. 대신 필사적으로 책을 검색해보는 수고가 필요하다. 해당 여행지 출신의 외국인이 쓴 번역서, 일본인 저자가 쓴 단행본 여행서(일본의 여행서 시장은 한국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정보수집의 시각과 깊이가 다르다),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인 전문직 종사자의 책을 눈여겨 보면 좋다. 이것도 100%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가급적 피해야 할 부류는, '여행'만 수십 차례 다녀온 작가나 블로거가 쓴 책은 현지인과의 교류가 적고 관광지 시각에서만 여행지를 다룰 가능성이 높다. 그 정도 정보는 서칭만 잘해도 다 나온다.
2. 판권
시리즈형 가이드북의 '개정판' 스티커에 속지 말라. 개정판을 쓰기 위해 현지로 다시 파견나가는 저자가 몇이나 될까? 인터넷 서칭을 통한 정보수정을 제외하면, 현지 답사로 원고를 개정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출판업계의 현실을 알면 이해가 빠르다) 그러므로 우리가 확인해야 하는 것은 가이드북의 맨 앞이나 뒤에 마련된 판권 페이지다. 저자와 출판사 정보가 적힌 페이지를 뜻한다. 가장 먼저 이 책의 초판이 언제 나왔는지를 확인해보면 좋다. 초판이 비교적 최근에 나왔다면 그나마 바뀐 정보가 적을 테지만, 2016~2017 개정판 타이틀을 달고 나와도 초판은 5~6년 전에 씌인 책이 태반이다.
3. 내용(목차)
저자 필터링을 한 후에도 목차는 다시 한번 꼼꼼히 봐야 한다. 나는 목차를 볼 때, 지역별로 안전하게 분류한 뒤 분량을 비슷하게 맞춰 안배한 책은 일단 패스한다. 강약이 없이 구성에 치중한 가이드북은 내용보다는 형식에 치우쳐 '채워넣기 식'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저자의 주관적인 시각과 안목으로, 어떤 키워드나 테마를 기준으로 여행지를 분류한 책은 좀더 깊이있는 정보를 다룬다.
내 여행을 바꾼 추천 여행서 - 동남아시아 편
가끔 여행지에 대한 전체적인 개요나 준비사항(전압, 날씨, 환율 등) 정보 때문에 가이드북을 사기도 하는데, 이런 정보는 인터넷으로 최신정보를 확인하는 게 더 정확하다. 내가 여행서를 고르는 기준은 '인터넷에서는 찾을 수 없는 관점과 정보'를 담은 여행서다. 마침 5월에 갈 아시아 여행지에 해당하는 책 몇 권을 소개해 본다.
싱가포르 & 페낭 스트리트 푸드 - 톰 반덴베르게 & 루크 시스 지음, 유연숙 옮김/도도(도서출판) |
타이베이 2박 3일 베스트 루트 - omo!, 다카하시 마키 지음, 문희언 옮김, Tetsurin Chang, 고토 료코 사진/터닝포인트 |
위의 두 책은 해외 저자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스트리트 푸드 시리즈는 진짜 길거리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숨겨진 로컬 명소를 탐방한 여행기와 그 음식의 레시피를 실은 특이한 여행서다. 요리에 깊은 관심을 가진 내게는 너무나 흥미로운 테마다. 싱가포르 외에도 하노이, 방콕, 뉴욕 등이 번역서로 출간되었는데, 이 중 몇 권을 소장하고 있다. 2박 3일 베스트 루트 시리즈는 일본인 저자가 쓴 책으로, 특유의 꼼꼼함이 돋보이는 로컬 정보 후기를 다수 수록하고 있다. 일본 여행서의 좋은 점은, 우리와는 다른 관점으로 여행지를 바라본다는 것이다. 지역보다는 테마에 집중하고, 관광지보다는 로컬 라이프스타일을 조명한다.
홍콩 맛집 - 김동운 지음/시공사 |
아주 가끔은 한국 저자의 좋은 책을 발견할 때가 있는데, 이 책이 그렇다. 저자가 중어중문학 전공자라 한자 메뉴가 정확히 표기되어 있고, 일반 가이드북에는 소개되지 않는 지역의 맛집이 꼼꼼하게 소개되어 지난 여행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홍콩 여행서는 지금도 많이 출간되고 있지만, 이런 테마형 여행서는 종합 가이드북에 비해 판매량이나 주목도가 많이 떨어지는 걸로 알고 있다. 이 책 역시 벌써 3년 전에 출간되고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채 묻혀버렸는데, 한국의 자유여행 문화가 깊이있고 다채로워지려면 이런 전문 여행서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 추천 여행서는 중국/일본이나 유럽 편으로 모아서 다시 한번 소개할 예정.:)
2016/04/18 - 가이드북 때문에 망한 여행? 자유여행의 실패를 줄이는 두 가지 방법
2015/03/07 - 여행작가는 어떤 여행 가이드북을 택할까? 가이드북을 고를 때 주의할 점
강사 | 김다영 (강사 홈페이지 nonie.modoo.at)
Career
-신세계 아카데미 4개점 ‘직장인 여행작가 입문’ ‘스마트여행법‘ 외 다수 출강 중
-롯데백화점 아카데미 7개점 '직장인 여행작가 입문' '스마트 여행법' 출강 중
-보건복지부, 한전KDN, 양천도서관, 중고교 교원연수 등 기업 출강 다수
-여행전문 전자책 출판사'히치하이커'대표
-前 해외여행 월간지<AB-ROAD> 취재기자
Experience
-2009~2014년 여행 부문 파워블로그 선정 ‘NONIE의 로망여행가방‘ 운영
-Won a global competition run by MTV (글로벌 여행 컨테스트 우승)
-English Editor for <Tourism Scope> in Tourism Promotion Organization for 56 Asian-Pacific Cities
(아시안태평양관광진흥기구 영문 매거진 에디터)
-케이블TV ‘좌충우돌 배낭여행 – 터키편‘ 리포터 출연 및 현지 통역
-전세계 40여개 국가 여행 및 미디어 이벤트 /호텔 취재 경력 다수
Publication
<스마트한여행의조건>(2013, 이덴슬리벨) 출간
전자책 <히치하이커싱가포르> <히치하이커홍콩>,<히치하이커 여행놀이 Vol 1. 런던 2016.1월 출간>
'INSIGHT >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일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읽어볼 만한 책, 독일의 발견 (0) | 2016.08.30 |
---|---|
추천 여행 가이드북 '중국 및 중화권 편' & 엔조이 중국 2016년판 서평 (0) | 2016.04.26 |
여행과 관광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 책 '여행을 팝니다'를 읽고 (2) | 2015.10.16 |
상하이 여행을 준비하며 읽은 책 - 칸지의 부엌, 배낭에 담아온 중국 (2) | 2014.08.26 |
소설 속 페이스북의 리얼리티, <와이프22>를 읽고 (0) | 2012.11.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