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피디의 독일의 발견 - 10점
유상현 글.사진/꿈의지도


많은 사람들이 그 나라나 도시의 가이드북을 구매하는 것으로 여행 준비를 시작한다. 하지만 여행 가이드북의 원형은 20~30년 전 '세계를 간다'(라고 쓰고 '세계를 헤맨다'고 읽는 일본번역서)에서 지금도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시리즈 가이드북은 여행지의 맥락이나 현재성은 가급적 배제하고, 과거의 흔적이 있는 관광명소를 효율적으로 답습하는 여행을 기본 전제로 한다. 흔히들 가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역사적 명소를 막상 가보면 기대만큼 감흥이 없는 건, 취향과는 상관없이 책 속의 장소를 눈으로 확인하는 여행에 그치기 때문이다. 우리의 가이드북은 아직도, 그런 여행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니 우리의 잘못만은 아니다. 


그래서 여행서를 선택하는 일은, 여행의 퀄리티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만약 행선지가 독일처럼, 유럽 내에서도 역사적 스토리가 구구절절하고 국내에 좋은 여행정보는 의외로 없는 여행지라면 더욱 그렇다. 2년 전에 런던과 베를린, 파리를 여행하기 전에 많은 블로그 후기와 책을 훑어 보았다. 하지만 해외 번역서가 풍부하게 소개되어 있는 파리나 런던과는 달리, 독일을 '여행지'로 조명하고 다룬 여행서는 많지 않았다. 아니, 거의 없었다. 그래서 유일하다시피 한, 독일 정보가 지역 별로 아카이빙된 유피디 님의 블로그를 자주 왕래하면서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블로그의 증정 이벤트로 받게된 도서. 저자님의 친필 엽서 감사합니다!



유피디님이 출간한 '독일의 발견'은 기존에 한국에는 많이 소개되지 않은 독일 곳곳을 골고루 소개한다. 최근에 다녀온 베를린이 가장 먼저 소개되어 있어 친숙한 마음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게다가 십 수년 전 배낭여행 시절에 다녀온 뮌헨과 프랑크푸르트 등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한 그 도시들을 책과 함께 다시금 복기해보는 시간은 꽤 나쁘지 않았다. 그 당시엔 아무런 배경지식도 없이 무작정 신나게 돌아봤었을, 독일의 여러 도시에 대한 역사적 스토리와 건축물에 대한 소개가 꽤 자세히 실려있었다. 


독특했던 것은, 지역 별로 분류가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박물관/역사적 사건/역사적 상처/풍경 등 키워드 별로 대표적인 도시를 나누어 놓았다는 것이다.(그래서 앞에 포함된 도시가 뒤에 다시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목차를 먼저 염두에 두고 넘기면 좀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전체적으로 가독성이 매우 좋다. 시원시원한 컬러 사진에 여유있는 자간 덕분에 연령대와 상관없이 두루 읽기 좋은 책이다. 그래서 평균연령대가 높은 내 여행강의 수강생 분들께는 유럽여행 관련 강의를 할 때 추천할 만한 책이다. 


이 책은 에세이의 형태를 빌리고는 있지만 개인적인 에피소드(현지인과의 대화라던가)가 거의 없다. 그것은 이미 블로그의 독자라면 짐작이 가능한 컨셉인데, 정보와 사실 위주로 나열된 책이라 몰입해서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이것이 개인적으로 좀 아쉬운 점인데, 의도적이든 아니든 각 도시와 맺은 개인적인 인연이나 스토리가 책 전반에 드러나지 않는다. 나처럼 기존 블로그 독자로서 저자의 개인적 경험이 궁금해서 책을 선택하는 이들도 분명 있을 텐데 말이다. 지역전문가나 여행작가를 표방하는 이의 에세이라면, 겉으로 관찰하는 시점의 여행보다는 자신만의 필력과 관점,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정보 위주의 가이드북과 결정적으로 차별화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종합적으로 본다면 '독일의 발견'은 가이드북에는 미처 담을 수 없는 인문학적인 배경 지식과 함께 각각의 도시를 풍경/건축물 중심으로 관찰하는 책이다. 그래서 독일의 여러 도시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먼저 독일이라는 나라를 전체적으로 한번 훑어보는 역할로 보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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