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은 책들 중 인상깊은 두 책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간단히 정리해보려 한다. 분야도, 관점도 전혀 다른 두 책이지만, 어쩐지 내게는 두 책이 주는 메시지가 묘하게 비슷했다. 한 권은 일본의 게스트하우스 운영자 마쓰모토 하지메의 에세이 '가난뱅이 자립 대작전'이고, 또 한 권은 '비즈니스 블록체인'이라는 경제경영서다. 



가난뱅이 자립 대작전 - 10점
마쓰모토 하지메 지음, 장주원 옮김/메멘토



자극적인 홍보 문구인 '가난뱅이가 어떻게 자립하는가'의 방법론을 다룬 책이라 기대하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다. 인생을 무책임하게 산다는 인상을 주기가 딱 좋은, 저자 특유의 구어체(번역을 너무 잘한듯ㅋㅋ)도 그렇고, '경찰 피해서 재미난 일을 벌인 후 도망가기' 류의 비현실적인 무용담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단 한 번도 취업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저자의 글은, 그래서 평범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대다수 한국인에게는 거부감을 주기 쉽다. 서평 반응도 예상대로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깊이 들여다보면, 포복절도 에피소드나 자잘한 필살기는 표면적인 사례라는 걸 알 수 있다. 오히려 내가 주목한 대목은 "부자들이 재미없고 지루하게 만든 저쪽 세상은 그렇게 살라고 두고, 우리는 그 위에 우리만의 세계를 만들자고!'라며 다른 관점으로 삶을 대하는 지점이었다. 삶의 행복에 꼭 필요한 가치를, 사회의 잣대를 떠나 스스로 정의할 수 있다면? 어딘가에서 본 '가장 건전한 사상을 가진 자'라는 평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그는 국가와 기업에 의존하지 않는 공간과 직업을 끊임없이 만들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들과 연대해서 즐겁고 충만한 삶을 지속하고 있었다. 특히 중국과 대만, 홍콩, 한국, 말레이시아의 '괴짜 공간'을 발굴해내고 교류를 넓혀가는 과정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여권에 심지어 화폐까지 직접 발급해내며 그들만의 '가치교환'을 생각해 내고, 아시아는 언어도 다들 비슷한데 유럽 에스페란토어처럼 범아시아의 통일된 언어가 있다면 어떨까?라는 그의 신선한 발상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일전에 주류 마케팅에서 벗어난 소비, 삶과 직업을 바꾼다 라는 글을 쓴 적이 있지만, 소비생활만 바꾸는 건 주류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반항'일 뿐이다. 시스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살 거라는 꿈은 누구나 꾸지만, 실제로 그런 삶을 실체화시키는 건 극도로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가 '새로운 삶의 가치관'을 제시했을 때, 이에 동조하는 이들과 모여 크고 작은 행사를 만들고 더 많은 동조자를 합류시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주류사회에서 볼 때는 크나큰 도전이자 혁명의 시작이다.






비즈니스 블록체인 - 10점
윌리엄 무가야 지음, 박지훈.류희원 옮김/한빛미디어



전혀 다른 책이지만, '비즈니스 블록체인'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비트코인 광풍으로 시중에 블록체인 관련 도서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 책은 '새로운 사회를 위한 가치의 네트워크, 블록체인' 강의에서 추천받은 책이다. 그 강의는 '투자'가 아닌 '가치의 생태계'라는 관점으로 블록체인을 멀리 내다보는 유익한 내용이었다. 투자의 목적으로 블록체인을 들여다 볼 생각은 없지만, 새로운 인터넷 생태계라는 관점에서는 꼭 공부가 필요한 분야라고 본다. 그런데 결국 블록체인도 소위 '탈중앙화'로 대변되는 주류로부터의 혁명이 가장 핵심적인 세계관이다. 


최근 인터넷 뱅킹을 위해 은행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몇 단계가 생략되고 공인인증 처리도 전보다 빨라져서 놀랐다. 카카오페이를 비롯한 핀테크가 대세로 자리잡지 않았다면, 은행은 여전히 사용자에게 빡침만을 선사하는 구닥다리 시스템으로 버티고 버텼을 것이다. 블록체인의 출현으로 중개자가 필요없는 새로운 금융시스템의 도전이 계속되면, 중개수수료 장사로 먹고 살던 기존 시스템은 존재가치를 잃게 될 것이다. 이 얼마나 거대한 변화인가. 여행업(호텔 및 항공) 역시 블록체인 기반으로 많은 과정이 자동화될 것이며, 여행 패턴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블록체인과 여행 관련 전망은 추후 따로 써 보기로 하고.


결국 기득권을 잡은 부의 권력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세상에서, 개인은 어떤 삶을 선택해야 할까? 나는 두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이 질문을 떠올렸다. '가난뱅이의 자립 대작전'의 역자는 후기에서 "신자유주의 이후, 사람들에겐 크게 두 가지 삶의 태도가 있다. 하나는 중산층 기준에 집착하는 '똑똑한' 방식, 다른 하나는 그것을 포기한 '멍청한' 방식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자를 선택한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실제로는 점점 더 빈곤해질 뿐이다"라고 덧붙인다. 실제로 그렇지 않은가? 우리 세대까지는 '중산층의 삶'을 선뜻 포기하기가 무서워서 '그닥 하고 싶지 않은 일로 근근이 버티는 삶'을 선택했지만, 다음 세대는 모두가 같은 줄에 서서 공멸하는 길이 오히려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죽어라 버텨도 지금의 경제 구조에선 절대로 중산층이 될 수 없다는 걸, 경험적으로 학습하게 될 테니 말이다. 지금의 일본이 그러하듯이. 


그러고 보면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기업과 정부에 반항하며 게릴라 공간을 만드는 가난한 괴짜도, 기존의 금융세계가 무력해질 정도로 강력한 '화폐' 비트코인을 고안한 자도, 모두 깊은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 나왔다는 것이. 나 역시도 여전히 기존 시스템과 협업은 하지만, 그 바깥에서 지속가능한 독자적 직업을 만들면서 '똑똑하지만 지루한' 삶을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어쩌면 조금 더 서둘러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연대하는 자들이, 이 불안한 미래에서 좀더 사람답고 재밌는 일을 하며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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