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ie X Incredible India - 인도 럭셔리 기차여행, 6일차
세계적인 호화열차 '마하라자 익스프레스'로 북인도를 돌아보는 7박 8일 여정이, 어느덧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번 일정에서, 어쩌면 타지마할보다도 더 기대했던 행선지는 '바라나시'였다. 그동안 많은 인도 여행기를 읽으면서 언젠가 꼭 가보고 싶었던 바라나시를, 단 하루밖에 못 보는 게 그저 안타깝다. 하지만 멋진 배를 타고 갠지스 강의 아름다운 일몰을 누비며 저녁의 전통의식을 감상하는 시간은, 개별여행으로는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기에 매우 특별했다.
바라나시로 가는 길 @ 마하라자 익스프레스
오전 내내, 기차는 느긋하게 대륙 위를 달린다. 아침에는 간단히 메이플 시럽을 곁들인 프렌치 토스트를 먹었는데, 이렇게 한 끼를 서양식으로 먹으면 다음 끼니 때는 어김없이 커리 생각이 난다. 어느 새 인도 음식에 완전히 적응이 되었나보다.
결국 점심에는 제대로 탈리 한 상을 받아 맛있게 해치웠다. 쌀밥과 짜파티, 바삭한 빠빠드, 4가지 커리, 새콤한 요거트 소스, 싹 채소 샐러드가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점심과 저녁에는 종종 샴페인이나 와인도 따라주는데, 커리와도 참 잘 어울린다.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바라나시 실크
인도는 전통 복장을 아직도 널리 입기 때문에, 실크와 같은 고급 직물의 수요가 굉장히 높다. 특히 인도산 실크 중에서도 최고급으로 치는 실크가 바로 바라나시에서 생산되는 실크란다. 우리의 일정은 바라나시 실크가 핸드메이드로 만들어 진다는, 한 가족기업의 위빙 센터에서 시작되었다. 아직도 손으로 실을 염색하고, 그 실을 직조기에 넣고 실크를 짜는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가공되지 않은 천연 실크 실은 꽤 뻣뻣한데, 몇 차례 가공을 거치면 실크의 상징인 '부드러움'을 얻게 된다.
한 장의 실크가 이렇게 정성들여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나서 2층 숍으로 올라가면, 사실 뭐라도 안 살 수가 없는 것이다. ㅎㅎ 이 인도인들의 엄청난 상술이란! 접혀있던 실크 제품을 귀신처럼 공중돌기로 던져 눈 앞에 하나씩 펼쳐 놓으면, 그저 단체 감탄사로 리액션을 퍼부으며 온 신경을 실크에 집중시킬 수 밖에 없다.
다들 정신없이 제품을 고르고, 스카프를 걸쳐보기 바쁘다. 하지만 스카프는 이미 너무 많이 받기도 해서, 실크 쿠션커버를 샀다. 한 장에 거의 3만원 가까이 하는 제품이니 인도 물가를 고려하면 비싼 거지만, 손으로 만든 제품을 여기 아니면 사기 어려울 것 같아서 기념으로 하나 샀다. 프린스를 좋아하는 내 동생의 집들이 선물이니, 역시 보라색 쿠션이 제격. 그래도 너무 화려해서 괜찮을까 싶었는데, 막상 집에 진열해 놓은 것을 보니 꽤나 고급스러워서 한 장만 산 게 아쉽다.
선셋 보트 라이딩 @ 갠지스 강
실크 구경에 넋이 나가 있다가, 겨우 빠져나와 향한 곳은 갠지스 강가다. 이제 막 노을이 지려는 늦은 오후의 갠지스 강 위에 멈춰 있는, 생화로 화려하게 장식된 커다란 배가 오늘 우리가 탈 보트란다. 뭐랄까, 내 생각보다 강가 풍경이 너무 깨끗하고 현대적이어서, 약간 환상이 깨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는 역시 인도다. 배를 타러 걸어가는 그 짧은 순간에도, 외국인인 우리에게 초와 꽃을 팔려는 소녀들이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심지어 일행 중 누군가가 한 소녀에게 초콜릿을 주었다고 하는데, 그 소식을 알게 된 동네 아이들이 배가 돌아오는 늦은 밤까지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언젠가 인도에 왔을 때, 멋진 기차를 타고 바라나시에 와서 보트로 갠지스 강을 누비는 여행을 할 거라곤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는데 참 믿기지 않는 순간이다. 강변을 따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낡은 가트의 풍경이 일몰과 뒤섞여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해 낸다. 물론 이렇게 멋진 배에 앉아서 느긋하게 바라보는 럭셔리한 바라나시도 좋지만, 배낭 하나 둘러메고 저 가트와 좁은 골목을 좀더 깊게 탐험하는 도보여행도 꼭 하러 와야겠다는 다짐이 든다.
해가 완전히 저물 무렵, 드디어 티비에서만 봤던 갠지스 강가의 장례 의식을 멀리서 지켜보았다. 마치 눈앞에 영화 세트장이 펼쳐진 것처럼 비현실적인 장면이기도 했다.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연기는 더 자욱해 진다. 다들 이 순간만큼은 하나같이 말을 잊는 바람에, 긴 정적이 흘렀다. 그 사이에도 배는 흐르듯이 갠지스 강을 가로질러, 매일 밤 펼쳐지는 힌두 의식을 가장 좋은 자리에서 지켜보기 위해 부지런히 달린다.
매일 저녁 8시, 다샤스와메드 메인 가트에서 치뤄지는 뿌자 의식을 보기 위해 크고 작은 수많은 배가 무대 앞에 정박한다. 이 배를 넘나들며 부지런히 꽃불을 파는 풍경이 재미있다. 본 행사를 보기 위해 1시간 가량을 배 위에서 기다렸는데, 특유의 전통 음악이 끊임없이 연주되기 때문에 신비로운 분위기에 취해서 그다지 지루할 틈이 없다.
갠지스 강변에서 무의 세계로 돌아가는 영혼을 달래고 축복하는 이 신성한 의식은, 춤과 불꽃, 음악이 어우러져 매우 흥미롭고 생동감 넘친다. 왜 바라나시가 많은 여행자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지를, 비로소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후 여행을 마치면서 '가장 인상적인 여행지'를 묻는 관광청의 인터뷰에, 나는 망설임없이 바라나시를 꼽았다.
배 1층에서는, 우리 일행만을 위해 부지런히 꽃불을 준비 중이다. 꽃으로 만든 작은 받침 위에 초를 올려서, 갠지스 강에 띄우고 소원을 빌면 각자의 작은 의식도 끝난다. 운이 좋으면 촛불이 꽃접시 위에 잘 얹어진 채로 물에 뜨는데, 내 건 아쉽게도 물에 던지자 마자 각자 빠이빠이.;; 그래도 무척 특별했던 순간이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인지, 건강 밖에 빌 소원이 없다는.;;
저녁 @ 타지 게이트웨이 호텔
마하라자 익스프레스 기차여행의 멋진 점 중 하나는, 밖에서 먹는 식사는 대부분 인도 최고의 특급 호텔 타지(Taj)의 레스토랑에서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날은 바라나시의 타지 게이트웨이 호텔 야외 정원에서 식사를 했다. 뿌자 의식이 끝나고 꽤나 늦은 시각에 먹은 식사라 더 맛있기도 했는데, 특히 뷔페 메뉴 중에 아무 기대없이 맛본 '달 마크니' 커리가 너무 맛있어서 세 번이나 가져다 먹은 기억이 난다. 화려한 고기 메뉴도 많은데, 이상하게 렌틸 콩을 진득하게 끓여 만든 달 마크니에서 유독 북부지역 커리의 매력을 잘 느낄 수 있었다. 맛있는 커리를 만난 덕분에, 난을 몇 장이나 리필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토실토실 살쪄가는, 바라나시에서의 밤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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