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ie X Incredible India - 인도 럭셔리 기차여행, 7일차
세계적인 호화열차 '마하라자 익스프레스'로 북인도를 돌아보는 7박 8일의 여정, 드디어 마지막 행선지 러크나우(Lucknow)에 왔다. 기차여행을 함께 한 이들의 표정에는, 눈 앞의 화려한 유적을 만나는 설렘보다는 여행의 끝을 만나는 아쉬움이 더욱 커 보인다. 하지만 아쉬움을 달랠 엄청난 피날레가 기다리고 있으니, 기차에서 직접 준비해주는 아름다운 사리를 입고, 기념촬영에 멋진 파티까지!! 평생 잊지 못할, 인도 기차여행의 마지막 날 풍경.
장대한 이슬람 문화의 흔적, 러크나우
국내 여행사의 7박 9일짜리 북인도 상품을 보면, 델리 ~ 자이푸르 ~ 아그라 ~ 카주라호 ~바라나시가 일반적인 코스다. 내가 이번에 경험한 마하라자 익스프레스의 '인디안 파노라마(7박 8일)'에는, 위의 5개 도시뿐 아니라 란탐보르 국립공원, 러크나우가 더 들어간다. 즉, 러크나우는 국내 인도 패키지에는 흔히 포함되지 않는 도시다. 하지만 북인도 현지 관광에서는 꽤나 중요하게 여기는 곳이다. 인도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대형 이슬람 사원이 대거 몰려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가이드는 러크나우를 한 마디로 정의했다. '여긴 다른 도시보다 젠틀(gentle)해요'. 공격적이거나 무례하지 않고 비교적 예의바른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종교적 차이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러크나우는 무굴제국 시대인 18~19세기, 정치와 경제보다는 문화예술이 발달한 도시로 성장했다. 또한 힌두보다 이슬람이 더 큰 세력을 발휘했다. 바라 이맘바라(Bara Imambara)에 들어서면, 러크나우가 어떤 도시인지를 한 눈에 느낄 수 있다. 엄청난 규모의 이슬람 사원은 할 말을 잃게 만들 정도로 아름답고 섬세하다.
웅장한 바라 이맘바라에 이어, 쵸타 이맘바라(Chota Imambara) 역시 이슬람 시아파의 사원이다. 오히려 규모는 작지만 내부가 보존이 잘 되어 있어 아기자기하게 볼거리가 쏠쏠하다. 특히 천정을 화려하게 장식한 온갖 샹들리에는 벨기에에서 수입된 것들이라고. 조금 시간이 넉넉했다면 내부에서도 멋진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을텐데, 가이드 투어다 보니 다들 아쉬워하는 눈치다.
이 여행은 하나의 큰 패키지여서 입장권이나 비용은 자세히 몰랐는데, 바라 이맘바라의 입장권을 사면 이곳도 입장할 수 있다고 한다. 500루피. 저렴한 금액은 아니다. (게다가 현지인은 50루피라는 게 함정;;;)
예전에 영국 식민지 시절에 감옥으로 쓰였다는 브리티시 레지던시를 돌아보면서, 공식적인 러크나우 명소 투어는 마무리되었다. 찬란하던 이 러크나우가 쇠락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영국이 1857년에 러크나우 독립운동을 진압한 후부터니, 이 레지던시는 그야말로 역사의 현장이다. 입장료를 받는 곳이라 그런지 방문객도 많지 않아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점심 @ 비반타 바이 타지(Vivanta by Taj)
투어를 마치고 나니 오후 2시가 넘어가는 시간이라 한참 배가 고팠는데, 드디어 점심시간이다. 아마도 러크나우에서는 최고 수준의 호텔일 듯 한, 비반타 바이 타지가 오늘의 점심 장소다. 식사 전에 인도 전통 춤도 한 30분이나 봤다. 근데 러크나우의 전통이 그대로 담겨 있어서, 꽤나 집중해서 봤던 멋진 공연이었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민트색의 레스토랑에는, 뷔페식으로 맛있는 인도식이 가득 차려져 있다. 그동안의 모든 식사가 훌륭했지만, 이곳의 음식도 정말 맛있었다. 특히 파니르(인도식 생 치즈)가 듬뿍 들어간 커리와 난, 섬세한 맛의 크리미한 디저트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알고 보니 러크나우는 인도에서도 손꼽히는 미식의 도시였다. 여행이 끝나고 인도에 깊은 관심이 생겨서 일부러 찾아 읽은 책 중에, 인도의 미식을 다룬 거의 유일한 전문서 '스파이시 인도'에서 알게 된 사실이다. 기껏 호텔 레스토랑에서 한 끼 먹은 것으로는 러크나우의 미식을 전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또, 인도를 다시 가고 싶은 이유가 늘어만 간다. 아니, 꼭 다시 가야 한다.
호텔의 카드 키와 똑같이 생긴, 마하라자 익스프레스 객실의 키.
기차에서, 사리를 입다
7박 8일의 마하라자 익스프레스 기차여행은, '인디안 이브닝'이라는 성대한 파티로 서로의 무탈을 축복하며 끝을 맺는다. 이 파티를 위해 투숙객에게 준비되는 옷이 바로 인도의 전통 의상, 사리(sari)다. 여행을 마치고 기차로 돌아오니 침대 맡에 곱게 사리가 놓여 있는데, 놀라운 것은 이걸 대여해 주는 게 아니라 선물로 준다니 세상에!! 이런 대인배 인도같으니.
단, 색상은 선택할 수 없고 랜덤이다 보니, 어떤 색이냐가 중요하다. 나는 다행히도 평소에 너무 좋아하는 진한 보라색이 걸렸다. 다행! 하지만 같은 방에 묵는 민디는 진한 노란색 사리를 집어들며, 이걸 입으면 '커다란 호박'처럼 되어버릴 거라며 울상을 짓는 바람에, 한참 위로를 해주어야 했다.
무슨 색 사리를 입든, 사리를 입는 과정은 그야말로 흥미진진하다. 하나의 긴 천이 몇 번의 옷핀 꽂는 작업만으로 이토록 우아한 드레스가 될 줄이야!! 덕분에 함께 여행한 친구들과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사진 찍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다가 에너지가 완전히 방전돼서, 무려 '강남 스타일'이 흘러나와서 다들 'Where is she?'를 외쳤다는 그날 밤의 인디언 이브닝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게 함정.ㅋㅋㅋ 사실 떠들썩한 파티를 밤새 즐기기엔, 나 너무 기력이 쇠했다. 청년들, 쏘리.
기차여행은 이렇게 끝났지만, 나의 인도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델리에서의 짧지만 임팩트있었던 쇼핑 & 카페 투어가 이어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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