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senses in Thailand X nonie - Day 1. 코코넛과 전통음악의 날, 암파와
전세계 1만명의 도전자 중에 단 6팀만 초청된 식스센스 인 타일랜드는 태국관광청의 역대급 프로젝트다. 그런데 태국의 화려한 관광명소를 다 놔두고 향한 첫 행선지는 너무나 의외의 장소였다. 수상시장으로만 알고 있던 방콕 근교 마을 '암파와'에서, 태국이 지향하는 자연의 삶을 만났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다시 음악의 즐거움을 느꼈다. 여행에 와서 그들의 전통악기를 배울 시간이 오리라곤,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자급자족의 삶이 꽃피는, 암파와의 코코넛 농장
역대 태국의 왕들은 그들의 국가를 부흥시키기 위해, 정치가들이 미처 돌보지 못하는 농촌의 삶부터 보살폈다. 이곳 암파와의 코코넛 농장 역시, 국왕의 지휘 아래 'Sufficiency Economy'의 일환으로 조성된 곳이다. 유기농 비료로 다져진 토양에서 코코넛 나무를 키우고 수확해서, 설탕과 가공식품까지 만드는 일련의 공정이 이 농장에서 모두 이루어진다.
뜨거운 숯가마에서 팔팔 끓는 코코넛 시럽, 건조되어 설탕 덩어리가 진 코코넛 슈가를 직접 맛보는 시간이다. 태국 요리는 바로 이 팜슈가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맛을 보니 확실히 일반 설탕보다 훨씬 구수하고 감칠 맛이 돈다. 설탕 외에도 이 농장에서 생산되는 여러 식재료와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는데 가격도 너무나 저렴해서,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다. 팜슈가를 비롯해 천연 소금과 코코넛 시럽 등을 샀다. 지역 경제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듯해서 기분도 좋다.
우리가 암파와를 찾은 건 평일이어서, 아쉽지만 수상시장을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물길을 따라 수상가옥이 이어지는데, 이 작은 커뮤니티에 아기자기한 가게가 들어서 있다. 농장 구경을 마치고 한 공방에 들러, 아주머니께 직접 잎으로 간단한 모형을 만드는 법을 배웠다. 이건 하와이에서도 해본 거라 약간 익숙하긴 하지만, 그때는 물고기를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불교 사원에서 볼 수 있는 탑을 만들었다.
어딘가에 따로 가서 먹는 외국인용 식사가 아니라, 이 커뮤니티의 식당 중 한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후 열흘이 넘는 시간동안, 거의 모든 일정에서 우리는 그들이 먹는 식사를 똑같이 먹었다. 신선한 생선구이와 생채소, 누들과 밥을 곁들여 간소하게 먹는 태국 가정식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소박한 맛이다.
태국의 전통악기를 만들고 연주를 배우다
보통 암파와는 수상시장 때문에 많이들 찾지만, 코코넛 농장도 종종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닥 새로운 곳은 아니다. 하지만 태국에 여행와서 그들의 음악을 배울 기회는 얼마나 있을까? 오후 일정은 바로 태국의 전통음악을 전수하는 자선 학교, 반 돈트리(Baan Dontri)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일정 중 하나다.
태국의 전통 음악이 사라질 것을 염려하여, 타이 클래식 뮤지션들이 자발적인 봉사와 노력으로 꾸려간다고 하니 그 취지부터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곳에서 음악을 배우는 학생들이 우리를 위해 준비한 연주를 들려 주었는데, 진지한 모습에 꽤나 집중하게 된다. 역시 아시아의 전통음악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힘이 있다.
이후 본격적인 워크숍 시간! 우리의 음악 체험은 크게 리듬과 멜로디로 나누어 진행되었는데, 먼저 리듬 시간에는 놀랍게도 타악기를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이 준비되어 있다. 보사노바나 삼바에 많이 쓰이는 '찰랑찰랑' 소리가 나는 리듬 소악기 키트를 받았다. 작은 악기인데도, 실제로 만들어보니 방법이 꽤나 까다로웠다.
모두 모여 작은 북 안에 구슬을 채우고 풀을 먹인 가죽을 싸매어, 마침내 작은 타악기 하나를 만들었다. 손으로 흔들어 보니 제법 소리가 근사하다. 악보도, 음악 지식도 필요없이 선생님의 지휘 아래 몇 가지의 리듬을 배우고 다 같이 즐겁게 따라 했다. 어릴적 내가 배운 음악은 학습이고 공부였다. 끊임없는 반복 속에서 나 자신과 싸워 이겨야 하는 훈련일 뿐이었다. 이렇게 다 커서 음악적으로 순수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제법 큰 타악기도 쳐보고, 멜로디 시간에는 우리네 실로폰과 비슷하게 생긴 나무 실로폰으로 그들의 국민 동요인 '코끼리 송'을 배웠다. 극도로 단순한 구조의 악기여서 금새 적응했는데, 앞에서 쩔쩔 매는 우리 멤버들을 보니 뭔가 짠하다. ㅋㅋ 그렇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악기연주를 하며, 그들의 코끼리 송을 다 함께 멋지게 합주하며, 우리의 태국음악 체험은 끝났다.
매끌롱 강의 근사한 리버뷰를 바라보며, 이번엔 제법 럭셔리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럴 때 빠질 수 없는 타이밀크티 한 잔, 이 때만 해도 어색돋는 멤버들과 낯을 가리며 식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 다들 영어가 모국어이거나 모국어처럼 쓰는 사람들이고, 전체 일정이 모두 영어 가이딩으로 진행되었지만 이젠 이런 상황이 너무나 편안하다. 불과 4~5년만에 내 삶은 이렇게나 많이 달라졌고, 어느 새 이국의 멋진 강가에 앉아 처음 만나는 전 세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누구보다 내 스스로가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던, 태국여행 첫 투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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