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의 짧은 2박 3일은 콘래드 방콕에서 머물면서, 가볍게 카페 몇 곳과 새로 생긴 서점 등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마무리했다. 조식을 포함하지 않았던 덕분에 오랜만에 아침 일찍부터 카페를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방콕 카페 탐험기.







콘래드 방콕 옆골목의 작은 카페, 리틀 선샤인

루앙프라방에서 방콕으로, 다시 공항에서 호텔에 도착하니 이미 늦은 저녁이다. 셀프 체크인을 미리 해둔 덕인지, 아니면 공식홈에서 예약을 해서인지 '조식 포함을 안하셨네요. 필요하시면 30% 할인가로 추가해 드리겠습니다. 언제든 말씀하세요'라며 할인 혜택을 준다. 한화 2만원 대에 고급 조식뷔페를 먹을 기회지만, 주변을 검색해 보면 새로운 방콕의 카페를 만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결국 나는 할인 혜택을 포기했다. 


이튿날 아침, 한참 구글맵을 검색한 끝에 호텔 옆의 좁은 골목에 숨은 카페를 찾았다. 요즘 한국인들 사이에 한창 뜨고 있는 '바와 스파' 바로 맞은 편에 있다. 그런데 이 카페, 자세히 보니 지난 번 여행 때도 왔던 곳이네? 그때는 굉장히 우울한 분위기여서 커피 한 잔 마시고 바로 나왔는데, 뭔가 싹 바뀐 느낌? 









환하게 채광이 비쳐드는 카페 안은, 2년 여 전 들렀던 그 카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완전히 다른 곳이 되어 있었다. 메뉴도 전형적인 카페 푸드 위주로 짜여져 있는데, 아침식사로는 두 가지 메뉴가 있다. 크라플이라는 크로와상으로 만든 와플 세트, 또 하나는 리틀 선샤인의 브랙퍼스트 플레이트다. 둘 다 궁금했지만, 직원에게 물으니 크라플 메뉴가 유명하다고 해서 스피나치(시금치) 크라플을 주문했다. 









200바트면 그리 저렴하지 않은(사실 방콕에서는 굉장히 비싼) 가격의 세트인데, 음료는 불포함이라니 약간 의아하긴 했지만 기왕 먹는 거 음료도 하나 곁들이기로. 이 카페의 주력 메뉴는 커피보다는 홈메이드 에이드여서, 민트 유자 에이드 한 잔을 주문했다. 커피는 이따 로스터리를 따로 찾아가서 맛을 보기로 하고. 


잠시 후 음료에 이어 크라플 세트가 등장했다. 비주얼 하나는 기가 막히다. 방콕에는 이렇게 비주얼적으로 임팩트를 주는 메뉴가 카페마다 하나씩은 꼭 있어야 한다. 주로 인스타그램으로 마케팅이 이루어지는 방콕의 치열한 카페 신에서는, 비주얼이 모든 성패를 결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맛이 없다면 사람들은 곧장 새로운 카페의 새로운 메뉴로 끊임없이 옮겨간다. 









바삭한 크로와상을 와플기에 눌러 만든 크라플은, 이미 한국에도 들어와 있는 카페 메뉴 중 하나다. 이곳의 주인장에게 물으니 본인이 개발한 메뉴라며 자랑스러워 하긴 했지만, 어쨌든 그녀의 요리 솜씨가 나쁘지는 않았다. 크라플 위에 잘 볶은 시금치와 계란 프라이를 올리고, 새콤달콤한 청포도 샐러드를 곁들인 한 접시는 맛의 조화가 훌륭했다. 


하지만, 아침식사를 푸짐하게 먹는 여행자라면 이곳의 조식 플레이트가 적당치 않을 것이다. 여기서 조식과 음식을 주문하면 320바트(!!)가 넘는데, 이 금액이면 콘래드에서 제시한 조식 할인가와도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예쁘지만 양은 적고, 특별하지도 않다. 서울의 다이닝 신도 너무나 앞서가고 있는 터라 왠만한 곳의 평범한 메뉴들이 만족을 주기 어렵다는 걸, 여기서 새삼 깨달았다. 혹은 지금보다 경험이 훨씬 부족한 20대 아가씨 시절이었다면, 아마 만족했을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쨌든 간에 다음 번에는 결단코 플론칫/룸피니 지역에는 절대 호텔을 안 잡는 걸로. 이 근처는 진짜 너무 많이 묵었고 쇼핑몰 외에는 메리트가 전혀 없다. 









농장 직영 로스터리 카페, 도이랑카

빌딩 숲에서 제대로 된 카페 하나 찾기가 힘든 플론칫 역 근처에서, 독특한 컨셉트의 카페를 찾아냈다. 태국산 원두를 직접 로스팅하는 카페가 많지 않은데, 이 카페는 직영 농장에서 직접 원두를 가져오고 싱글 오리진의 커피를 선보인다는 설명을 보고 바로 찾아가 보기로 했다. 오전 10시경, 이미 너무나 더워지는 방콕의 날씨는 슬슬 본색을 드러낸다. 게다가 플론칫 역에 있는 이 고가다리는, 엄청나게 복잡하게 엉켜있어 초행길에 어딘가를 도보로 찾아가는 게 힘들었다. 카페라곤 전혀 있을 것 같지 않은 골목에서, 카페 입구를 찾아냈다. 











워낙 외진 곳에 위치한 카페다 보니, 거기까지 찾아온 내가 신기했는지 주인장 아저씨가 말을 건넨다. '어디서 왔어요? 한국? 저 위에 한번 보세요.' 라며 벽 위에 걸린 보드를 가리킨다. 전 세계의 방문객들이 남긴 인사말 속에, 진짜 한국어도 있다. 주인장의 설명에 따르면, 도이랑카는 태국의 한 로컬 커피농장의 이름이고, 사실 이 카페는 농장의 쇼룸과 같은 역할을 한다. 태국산 원두 하면 도이창이 대표적인데, 도이창 외에 다른 로컬 농장 브랜드가 있었구나 싶어 신기했다. 생두를 취급하면 좀 사가고 싶었는데, 이미 로스팅된 원두만 판매하고 있어서 원두 구입은 하지 않고 커피만 한 잔 시켰다. 


가벼운 바디감과 신선함이 느껴지는 드립 커피 한 잔에, 잠시 흐르는 땀을 식히고 쉬어가는 시간. 천천히 다니자고 다짐하면서도, 오늘 하루 뿐이라는 조급함이 자꾸만 앞선다. 이젠 나이와 체력이 내 마음을 따라주지 않는 걸 인정하고, 에너지를 잘 분배해야 하루를 버틸 수 있다. 숨을 고르고, 다시 운동화끈을 조여매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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