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의 오전은 카페를 돌아다니는 시간이었다면, 오후는 방콕을 대표하는 몇몇 쇼핑몰을 넘나들며 특유의 다양성을 오롯이 즐겼다. 아시아에서 가장 쇼핑몰이 발달된 도시 중 하나인 방콕에선, 어떤 몰을 들러도 영감을 주는 장소나 이벤트를 만날 수 있다. 우연히 만난 야외 장터부터 이제 막 문을 연 라이프스타일 서점까지, 나를 사로잡은 방콕의 다채로운 쇼핑몰 속 풍경. 









마켓 가든 @ 센트럴 월드

방콕에 올 때마다 어쨌든 한 번씩은 지나치게 되는 센트럴 월드지만, 이번에는 플래티넘 패션몰을 가다가 우연히 발걸음을 멈췄다. 쇼핑몰 앞에 천막이 드리워져 있고 시장처럼 분주한 모습이 눈에 띄었던 것이다. 예상대로 마켓 가든이라는 야외 먹거리 장터가 막 열리려는 참이다.  


흰 꽃이 주렁주렁 매달린 천정과 햇살, 산더미처럼 쌓인 열대과일과 매캐한 연기가 뒤섞여 있다. 60바트(2천원)를 내니 하루 종일 먹을 정도로 커다란 생망고 스무디를 안겨준다. 시원한 스무디로 방전된 체력을 보충해가며, 다음 행선지로 발길을 재촉했다.










옷쇼핑의 재미 @ 플래티넘 패션몰

이번에 방콕에 다시 오게 되면 꼭 가봐야겠다고 체크해 둔 곳이 있다. 한국의 동대문과도 비슷한 보세 패션몰인 '플래티넘 패션몰'이다. 딱히 옷을 사야 해서가 아니라, 태국의 젊은이들이 가장 대중적으로 드나드는 쇼핑몰에서는 어떤 상품을 팔고 어떤 트렌드가 대세인지 알고 싶었다. 아시아의 패션몰이나 패션 거리를 다니다 보면 대략 비슷한 현상이나 트렌드가 보인다. 역시 방콕에서도 한국 스타일의 패션은 대유행이었다. 특히나 K-Pop을 크게 틀어두는 숍이 많았다. 로컬 음악이나 한때 태국을 휩쓸던 J-Pop은 거의 찾기 어려웠다. 


플래티넘 패션몰은 엄청난 규모의 도매숍들이 밀집해 있을 뿐 아니라, 잡화 제작에 쓰이는 부자재도 살 수 있다. 다니다 보면 괜찮은 디자인의 옷을 매우 저렴하게 팔아서, 한참을 구경하다 블라우스 두 벌을 샀다. 한 숍에서 두 벌 이상은 사야 할인율이 높다. 원래 좋아하는 로컬 유기농 면 체인점인 그린 코튼에서 속옷 쇼핑도 미션 클리어.










플래티넘 패션몰은 현지에서는 쇼핑 외에도 푸드코트 음식이 저렴하고 맛있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점심은 일부러 여기서 먹으려고 시간을 맞춰 두었다. 대부분의 태국 쇼핑몰이 그렇듯 이곳도 카드 선불충전이라서, 먼저 카운터에서 1~200바트를 충전한 다음 원하는 메뉴를 파는 카운터에서 결제하면 된다. 

아시아 체류가 어느 덧 2주 가까이 되는 시점이었지만, 아직까지 질리지 않는 음식은 역시 팟타이다. 해물도 넣지 않은 기본 팟타이인데도 맛이 기가 막히다. 디저트는 한방 향이 이색적인, 흑설탕을 얹은 그라스젤리를 먹었다. 아시아 여행을 할 때마다 항상 즐겨먹는 메뉴들이다. 두 가지 메뉴를 실컷 먹었는데 100바트도 채 되지 않는다.










오픈하우스 @ 센트럴 엠버시

센트럴 엠버시가 막 오픈하고 와본 후로 어언 2년만이다. 센트럴 엠버시 내에 엄청난 규모의 라이프스타일 서점 '오픈하우스'가 며칠 전 새롭게 개관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어짜피 이곳은 콘래드 방콕이 있는 플론칫 역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하루 일정을 마치고 오는 길에 들르기로 했다. 


오픈하우스는 역시 센트럴 엠버시의 럭셔리한 컨셉에 맞게, 엄청난 규모의 서점이었다. 단순히 서점이라기 보다는, 서점 내에 방콕 최고의 레스토랑들이 입점해 있으니 복합 문화공간이라는 말이 더 적합할 것 같다. 일본의 츠타야, 대만의 성품서점을 잇는 세계적인 트렌드를 잘 따르고 있는 구성이다. 









츠타야와 성품서점도 라이프스타일을 분야별로 쪼개어 책과 관련 상품을 믹스하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데, 오픈하우스 역시 레스토랑과 관련 도서를 매칭하는 등 과감한 디스플레이가 눈에 띈다. 또한 큐레이션된 책을 보면 로컬출판물 만큼이나 외서와 예술서, 전문 서적이 굉장히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덕분에 일반적인 서점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책을 마음껏 접할 수 있고, 또 독서를 원하는 이들을 위한 편안한 좌석이 무척 많았다.









덕분에, 커피숍에서 의미없이 보냈을 지도 모르는 휴식시간을 무척이나 알차게 보냈다. 멋진 소파에 앉아서, 그동안 보고 싶었던 호텔 전문 서적을 잔뜩 쌓아 놓으니, 벅찬 행복에 발 동동거림이 절로 나오는 시간. 언제 갈 지 기약도 없는 코사무이의 작은 호텔을 구경하며, 혹은 방콕의 숨겨진 디자인 호텔을 하나씩 찾아 보며, 그렇게 책과 함께 흐르는 느린 오후가 간다. 이번에도 이렇게나 좋았던 방콕은, 다음에는 또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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