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맛집'이라며 한국에 알려진 레스토랑은 햄버거나 스테이크같은 무거운 미국식 메뉴가 많다. 그래서 평소 이런 음식을 즐기지 않는 내게는 다른 대안이 필요했다. 다행히도 와이키키는 내가 예상했던 단조로운 휴양지가 아니었다. 대로변에서 한 블록만 뒤로 물러서면 미로같은 골목 틈새로, 매일 신선한 먹거리를 만드는 작은 맛집과 카페가 촘촘히 숨어있다. 1주일짜리 하와이 관광이라면 짧게 스쳐갈 와이키키에서 특별히 끼니 걱정할 일이 없겠지만, 와이키키만 해도 4박 이상을 머무른 내게는 이 소박한 식당과 카페들이 너무나도 고마웠다. 가끔 기름진 메뉴가 당기는 저녁엔, 북적이는 하드록 카페에서 하와이 로컬 메뉴를 푸짐하게 주문해 기분을 내기도 하면서.:)
어느 날의 점심: 주먹밥만 파는 작은 가게
와이키키 관광객을 대부분 흡수하는 로얄 하와이안 센터에서 슬쩍 길만 건너도, 대로변 뒷편에는 아기자기한 가게가 많다. 점심 때가 가까워질 무렵, 유난히 대기인원이 많은 작디작은 가게가 눈에 띄었다. 이럴 땐 그냥 줄부터 서고 보는 게 내 스타일. 다행히 테이크아웃만 하는 집이라 내 차례는 금방 돌아왔다. 다양한 무스비와 도시락, 반찬을 파는 이 작은 가게에서 내가 고른 건 계란말이를 넣은 스팸 무스비와 쌀국수가 곁들여진 스프링롤.
어느 날의 카페 : 파인애플의 모든 것
지금 와이키키는 새로운 호텔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라, 메인로드 중심의 유명 호텔들은 공사 소음과 먼지가 엄청 심하다는 후기를 봤다. (내가 머물렀던 트럼프와 할레쿨라니는 조금 떨어져 있어 전혀 문제가 없었다) 대로변 뒷편 길을 비치 방면으로 걷다보니 실제로 이 일대엔 공사가 한창이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찾아간 곳은, 파인애플을 테마로 한 작은 카페다. 그냥 파인애플이 아니라 하와이산 파인애플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가게인데, 입구가 작아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여기까지 왔으니 이 집에서만 파는 하와이산 말린 파인애플 한 봉지부터 먼저 구입.
고민 끝에 아이스티를 선택했는데, 너무나 아름다운 2층 레이어가! 생 파인애플 주스가 밑에 깔리고, 빨갛고 달지 않은 티가 위에 담긴 독특한 티가 나왔다. 게다가 신선한 파인애플 한 조각까지 꽂아서. 호텔에선 많이 멀지만, 충분히 올 가치가 있는 한 잔이다. 다음엔 아침 일찍 와서 이 카페의 자랑인 아사이볼과 생 주스를 먹어 보리라.
그렇게 차려진 테이크아웃 런치 한 상. 전날 하얏트 파머스마켓에서 사온 파파야 샐러드를 오늘 사온 스프링롤과 쌀국수에 곁들이니 엄청 판타스틱한 맛의 조합! 방금 만든 따끈하고 짭조롬한 무스비, 그리고 파인애플 아이스티.
주먹밥집에서 사온 것들이 너무 맛있어서 할레쿨라니로 숙소를 옮긴 날에도 또 가서 바리바리 사왔다. 이 날의 점심은 야끼소바와 베이컨계란 무스비, 김치, 미소시루, 그리고 호텔에서 나온 파파야. 그런데 난 역시 기름진 야끼소바보다 전에 먹었던 깔끔한 스프링롤이 훨씬 맛있었다. 무스비 역시 편의점에서 파는 흔한 무스비와는 비교 불가.
어느 날의 점심 : 소꼬리가 통째로 들어간 라멘
나카무라 라멘집은 와이키키 초입 대로변에 있는 데다가, 입구에 항상 줄이 서 있어서 한국인도 많이 알더라. 하지만 정작 줄을 서서 들어가보니 외국인이나 와이키키에서 오래 머무는 여행자들이 많더라는. 여행일정이 짧고 기다리는 걸 싫어한다면, 이 집 라멘을 맛보기는 쉽지 않다. 왜냐면 언제나 줄이 길고, 줄이 없었던 적은 한 번도 못봤다. 그리고 카드는 안되고 현금만 받는다. 바 좌석인데 옆사람과 엄청 붙어있고, 다 먹으면 바로 나가야 하는 구조다.
메뉴판을 받기도 전에 이미 마음의 결정은 내렸다. 단연 옥스테일(소꼬리) 라멘을 안 먹어볼 수 없어 주문하고, 군만두맛도 궁금했지만 밥과 만두까지 나오는 콤보 메뉴를 시켰다간 라멘도 제대로 못먹을 것 같아 그냥 단품으로 주문했는데, 천만 다행! 라멘 그릇이 세숫대야만 해!!ㅋㅋ 게다가 소꼬리에 어찌나 고기가 튼실하게 붙어 있던지. 고기만 발라 먹는 데도 한참 걸렸다. 일본에서 먹어본 많은 라멘이 느끼한 기름만 한 층이었는데, 이곳의 라멘 국물은 안에 든 면이 다 보일 정도로 투명하고 맑았다. 너무나도 든든하고 개운해서 몸보신까지 제대로 했던, 한 그릇이었다.
어느 날의 저녁 : 하드록 카페의 하와이 한정 메뉴
와이키키의 하드록 카페는 메인로드 초입의 가장 눈에 띄는 대로변에 있어서, 언제나 손님으로 북적이는 인기 레스토랑이다. 특히나 매장 2층이 개방감있는 탁 트인 구조여서, 해질 녘에 좋은 테이블을 잡으면 멋진 저녁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래서 어느 날 저녁, 하드록 카페로 향했다. 1층 숍에서 하와이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하드록 카페의 한정 티셔츠와 기타 모양 키체인 등을 한참 구경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마치 대형 수족관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신비로운 조명의 천정은 와이키키 하드록 카페만의 상징이다.
제일 먼저 시원한 하와이 로컬 에일맥주와 마이타이 칵테일, 그리고 에피타이저를 주문했다. 전 세계 하드록 카페 중에서도 이곳 와이키키에서만 파는 로컬 메뉴가 따로 있는데, 가장 인기라는 플랜틴 & 코코넛 딥과 피쉬 타코를 먹었다. 위 사진이 바나나와 비슷한 로컬 과일인 플랜틴을 캐러멜라이즈해서 새콤고소한 코코넛 소스에 찍어먹는 요리인데, 에피타이저가 이렇게 맛있으면 어쩌자는 거임! 피쉬 타코를 시키면 요 플랜틴이 조금 곁들여 나오니, 일단 타코를 시켜 맛을 보고 더 주문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드 쉘에 담긴 담백한 생선 타코 역시 너무나 맛있었다.
오늘의 메인은 미디움으로 만족스럽게 구워진 두툼한 패티의 햄버거, 그리고 후리가케를 뿌린 감자튀김이 곁들여진 하와이 버전의 버거 세트. 그리고 후식은 하드록 카페의 자랑인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초콜릿 브라우니... 이날은 특별히 현지업체 홍보를 담당하시는 직원 분과 즐겁게 식사를 했는데, 여자 둘이서 이 많은 메뉴를 먹느라 배가 터지는 줄 알았다는. 하와이 초행이라 궁금한 게 참 많았는데,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나눌 수 있었던 감사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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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 소개한 곳의 위치에 대한 문의는 받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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