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여행 8박 9일간 많은 호텔과 스팟 후기를 연재하다 보니, 분량상 빠질 수 밖에 없는 음식 사진이 많았다. 그래서 여행 중에 접한 새로운 음식과 맛집을 모아 간단히 소개한다. 아무래도 호텔테마 여행을 다니다 보니 호텔 음식이 많긴 하다. 하지만 카페가 발달한 대만인 만큼 요즘 유행하는 카페푸드를 접해보기도 했고, 이름난 훠궈 맛집이나 기차 도시락도 기억에 남는다. 대만 다이닝의 다양한 맛을 살짝이나마 느낄 수 있었던, 8박 9일간의 한 접시들.
Lunch @ The Terrace
유러피언 다이닝을 기반으로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이는 더 테라스에서 점심을 먹었던 날. 험블하우스 호텔 내에 있는 레스토랑인데, 현지에선 꽤나 소문난 맛집이라 한낮에도 테이블이 적잖게 붐빈다. 점심에는 단품으로 주문할 수 있어서 여자 셋이서 하나씩 골고루 시켜봤다.
돼지고기 그릴 스테이크, 우니를 넣은 리조토, 한 폭의 수채화같은 미디엄 레어 와규 한 접시. 비주얼도 최강이지만 맛은 더욱 훌륭했다. 대만 다이닝의 가장 좋았던 점은, 언제나 맛있는 제철 채소를 아삭아삭한 식감을 최대한 살려 곁들인다는 것이었다. 모두 식재료 자체가 가진 풍미나 식감을 돋보이게 하는 요리여서, 무척이나 만족스럽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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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ch @ 光合箱子
만다린 오리엔탈에서 머물면서, 새로 생긴 지하철역인 난징푸싱 역 근처를 자주 걸어다녔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이기도 했고, 그 주변에 작고 예쁜 가게가 많아서 산책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오가면서 눈에 띈 한 브런치 카페가 유독 인기가 많아 보여서, 어느 점심 때 이곳을 다시 찾았다. 목조로 지어진 편안한 카페에 들어서니, 지상층과 반지하 층이 따로 있을 만큼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분위기 좋은 창가에 자리를 잡고 런치 세트를 주문했다.
잠시후 커피 한 잔과 함께 푸짐하게 차려 나온 플레이트는 일단 비주얼부터 마음에 쏙 든다. 왼쪽에는 싱싱한 제철 과일과 채소를 생으로, 혹은 살짝 구워서 세로로 수북히 쌓아올리고, 오른쪽에는 두툼한 식빵 사이사이에 여러가지 치즈를 넣고 맛있게 구워 서니사이드업까지 올렸다. 채소를 찍어먹을 수 있는 소스로는 산뜻한 맛의 딥을 곁들였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 싶다가 순식간에 다 먹어버렸다. 채소 중에는 심지어 생 무도 있었는데 무를 먹으며 맛있다고 느껴본 게 참 오랜만인듯. 전체적으로 모든 채소가 물이 많고 천연의 단맛이 살아 있어서, 감탄하면서 먹었다. 세트가 1인당 2만원 정도로 대만 물가에 비해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Lunchbox @ Train
보통 타이베이에서 타이중으로 갈 때는 메인스테이션에서 기차 타는 게 일반적인데, 나는 만다린 오리엔탈에서 체크아웃을 한지라 가장 가까운 송산역에서 기차를 타보기로 했다. 송산 기차역은 오픈한 지 얼마 안되어서 역 내에도 구경거리가 쏠쏠하고, 특히 기차 모양의 도시락 숍에서 파는 요 도시락을 꼭 먹어보고 싶어서 편의점에서 김밥을 샀는데도 또 사버렸다. 하지만 입석으로 기차표를 끊게 되어서, 아쉽지만 기찻간에서 도시락을 먹는 로망은 이루지 못하고, 기차를 기다리면서 뚝딱 했다. 달콤짭조롬하게 조려진 다양한 고기와 계란, 밥이 잘 어우러지는 저렴하고 든든한 한 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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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ner @ 鼎王麻辣鍋
딩왕마라훠궈는 워낙 대표적인 타이중 맛집이라 타이중에 간 이상 지나치긴 아쉬웠다. 훠궈는 혼자서는 먹기 좀 어려운 메뉴 중 하나인데, 마침 타이중에 갔던 기간에 운좋게 만난 지인 덕분에 급벙개로 훠궈를 영접할 수 있었다.
백탕 홍탕을 함께 시키고 고기나 채소 등은 조금 추가해서 주문을 했다. 그런데 실은 이게 내 인생 첫 원조 훠궈여서, 이게 맛있는지 맛없는지 비교 대상 자체가 없는 게 함정. 맛있게 먹기는 했는데, 훠궈를 제대로 먹는 이들 사이에서는 딩왕마라궈의 퀄리티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다. 가이드북 맛집류의 어쩔 수 없는 한계랄까. 다음엔 타이중 현지인에게 직접 추천을 받아서 훠궈와 빙수집 등을 다녀볼 예정이다.
Breakfast @ Reddot Hotel
이번에 대만에서 묵은 네 호텔은 모두 다른 매력의 조식 뷔페를 선보였다. 고퀄 식재료만 쓰는 험블하우스의 조식도, 구아바잼의 럭셔리한 맛으로 각인된 만다린 오리엔탈도 너무너무 좋았다. 하지만 가장 개성있는 조식은 타이중의 레드닷 호텔을 1순위로 꼽겠다. 첫날 먹었던 명란달걀 토스트의 멋진 플레이팅, 그리고 로컬 식재료를 소개하는 그들의 철학이 있는 심플 뷔페가 참으로 기억에 남는다. 특히 루송에 꽃혀서 샐러드와 죽에 루송 폭탄을 투하...;;
육포의 일종인 루송을 맛있게 먹었던 나만의 레시피 1번. 스모크 치즈와 달콤한 고구마에 채소와 루송을 얹은 시저 드레싱 샐러드. 2번. 김조림과 튀긴 땅콩, 루송을 얹은 흰 죽. 이 조합은 지금도 타이중에 가고 싶게 만드는 맛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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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ch @ cafe sole
송산문화원구(컬쳐 크리에이티브 파크)에 엑스포를 보러 갔던 날, 비가 엄청나게 내렸다. 사실 신이 지구에도 예쁜 카페가 많아서 제대로 된 맛집을 찾아가서 점심을 먹고 싶었지만, 점점 세지는 비 때문에 이동하기가 어려웠다. 배도 고프고 더 구경할 에너지가 남지 않을 즈음, 전시장 내에 있는 카페에 자리를 잡을 수 밖에 없었다. 버섯 끼쉬 한 조각과 고운 거품의 밀크티 한 잔에 남은 기운을 겨우겨우 추스렸던, 여행 막바지의 오후.
Dinner @ ACHOI
2015년 5월 정식 오픈한 암바 중산 호텔의 레스토랑 ACHOI에서, 8박 9일 대만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멋진 저녁식사를 했다. 무려 레스토랑 오픈날 첫 손님이었다는ㅋㅋ 그래서인지 와인 페어링부터 메뉴 추천까지 하나하나 신경써주는 스태프들 덕분에 더욱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달지 않은 상큼한 샴페인 한 잔과 함께 해물로 만든 재미난 애피타이저들로 입맛을 돋웠다. 사실 이날 먹었던 요리가 정식 코스는 아닌데, 스프나 전채, 메인 중에서 선택해서 골고루 주문했더니 코스처럼 순서대로 나와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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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날 내가 한국사람이라는 걸 안 셰프가, 본인이 만들었다는 김치를 시식해보라며, 메인 요리 외에 김치와 따뜻한 흰쌀밥에 김치와 잘 어울리는 레드 와인까지 페어링을ㅋㅋㅋ 게다가 김치가 진짜 우리집에서 먹는 김치보다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재료를 한국에서 공수해와서 만들어 봤다며 젊고 잘생기신 훈남 셰프가 나오셔서 직접 설명하는데 너무 재밌었다. 이 레스토랑은 디저트도 예술인데, 파인애플 소르베를 얇게 저민 파인애플로 감싸고 아이스크림과 견과류를 곁들여 환상적인 조화를 끌어낸다. 여행기 연재 내내 외치는 그 한 마디, 대만은 역시 파인애플...!! 뭐든 파인애플을 주문하면 실패가 없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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