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를 워낙 사랑하기에 8박 9일도 부족했지만, 그 와중에 굳이 2박 3일을 타이중에 할애하기로 결정한 건 순전히 어떤 호텔 때문이었다. 우연히 해외 미디어에서 발견한 호텔 로비의 거대한 미끄럼틀과 블링블링한 네온사인, 호텔이라 하기엔 너무나 파격적인 디자인은 나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오래된 호텔 건물을 완벽하게 리노베이션한, 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기발한 부티크 호텔 레드닷에서의 통통 튀는 시간들.
타이중 여행을 색다르게 만드는 호텔, 레드닷
타이중은 최근 저가항공 취항으로 인기 여행지 반열에 올랐지만, 자유여행 루트는 아직 제대로 발달되지 않았다. 대만 가이드북에는 타이중에 할애된 지면이 매우 적고 좋은 정보가 많지 않아서, 가는 곳이 몇 곳 안되고 르웨탄과 묶어서 근교여행만 하기 일쑤다. 하지만 호텔부터 남다르게 선택한다면 전혀 다르게 타이중을 바라보게 된다. 혁신적인 건축가들이 노후된 호텔을 인수해 새로운 개념의 디자인 호텔로 탈바꿈한 레드닷은, 전세계 부티크 호텔을 섭렵하려는 꿈이 있는 내게는 꼭 가봐야 할 호텔 1순위였다.
이 호텔은 아직 외국에는 알려져 있지 않고, 대만 여행의 선두주자인 일본인의 리뷰도 2~3개만 발견했을 뿐이다. 마침 내가 도착한 날이 5월 1일 노동절이라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타이중과 이 호텔을 찾아 로비부터 인산인해다. 어찌나 사람이 많던지, 어른도 탈 수 있다는 저 거대한 미끄럼틀은 줄을 서서 탈 지경.ㅋㅋ 하지만 한국인의 후기가 단 1개도 없던 레드닷에 묵기로 한 내 선택은 완벽히 적중했다. 이 호텔, 좀 많이 멋지다.
우선 체크인을 하면 객실 키와 함께 조식 쿠폰을 주는데, 요즘 일본 비즈니스 호텔을 제외하고는 많이 없어진 쿠폰 스타일을 고수한다. 조식을 먹을 땐 예상 식사시간도 미리 표시해야 하는데, 나처럼 성수기에 방문한다면 가급적 일찍 식당에 가는 게 속 편하다. 식당 규모가 작지 않은데도, 8시 30분만 넘으면 자리가 없다. 하지만 여기 조식은 그 인파를 헤치고서라도 먹을 만한 가치가 있다. 조식 소개는 아래 자세히 하기로 하고.:) 체크인을 한 후 디스코텍에 온 듯 현란한 조명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객실로 향했다.
Superior Double Room @ Reddot
타이베이에서 험블하우스와 만다린 오리엔탈처럼 천정이 엄청 높은 럭셔리 호텔에만 머물다가, 아늑하게 천정을 낮춘 객실에 들어오니 마치 동화 속 다락방에 놀러온 듯한 기분이 든다. 급진적인 디자인의 로비와는 달리, 대만 특유의 중화스러운 꽃무늬를 넣어 친근하고 집같은 인상을 주는 침대와 깜찍한 디자인 체어의 조합이 오히려 재미있다. 호텔이 위치한 민주로는 타이중 역에서 버스로 5~10분 거리에 있는 서민적인 골목인데, 창 밖으로는 골목 앞이 그대로 내다 보였다.
레드닷 호텔의 빼놓을 수 없는 유명템! 평범한 어메니티 대신, 여행가방을 본딴 기발한 디자인의 트래블 키트를 투숙객에게 선물한다. 욕실에 놓여 있는 이 재미난 키트에는 공항 수하물 택을 본딴 귀여운 스티커까지 매달려 있다. 차마 뜯어서 쓰기가 아까워서 휴대해온 제품을 대신 쓰고, 기념으로 가져왔다. 다음 여행에 유용하게 쓰일 날을 기약하면서.
Breakfast @ Reddot
호텔 레스토랑이라기 보다는 캐주얼한 비스트로 혹은 카페와 더 닮은 레드닷의 조식 레스토랑은 지하 1층에 있다. 청남방을 입은 젊은 직원들이 활기차게 안내를 도와준다. 메뉴판을 받아드니 음식 사진 대신 예쁜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는데, 3가지의 토스트 정식(치아바타 햄 토스트, 명란소스 토스트, 바나나 피넛 토스트) 중에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첫날에는 명란으로, 둘째날엔 바나나로 주문했는데 안 먹어본 치아바타 토스트도 궁금할 정도로 둘 다 맛있었다.
주문한 토스트 정식이 나올 동안 뷔페를 자유롭게 이용하면 되는데, 가짓수가 많지는 않지만 하나하나 눈여겨볼 만한 메뉴가 많았다. 로컬에서 생산된 자색 고구마나 설탕처럼 달디 단 파인애플을 곁들인 신선한 샐러드, 내가 제일 좋아하는 3종 토핑을 올린 중국식 콩지(죽)는 매일 아침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그리고 사진에는 자세히 안 나왔지만 맛의 신세계를 하나 더 경험했으니, 바로 육포를 잘게 찢어 솜처럼 만든 식재료인 루송! 다른 호텔에도 루송이 종종 올라와 있지만 여기서 맛본 루송은 좀 달랐다. 육포의 잡맛이 없이 순수하게 고소하고 감칠맛이 나서, 죽 뿐만 아니라 샐러드에 뿌려도 어마어마하게 맛있었다. 위에서 두번째 사진 좌측 하단에 보면 샐러드 위에 잔뜩 올린게 다 루송ㅋㅋ
그래서 체면을 무릅쓰고 직원에게 조용히 다가가 '이 루송이 너무 맛있어서 그런데, 혹시 팔기도 하나요?' 라고 물으니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판매처 명함을 주며 타이중 역 근처의 한 가게에서 사면 된단다. 하지만 막판에 기차표 시간이 촉박해 루송을 사진 못했고 지금까지 후회중 흑흑... 어쨌든 레드닷에서 맛본 멋진 고메이 토스트와 로컬색이 담뿍 담긴 미니 뷔페는 그동안 어떤 호텔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조식이었다. 처음이라 낯설었던 타이중 여행의 시작이 한층 더 풍성해진 건, 모두 이 멋쟁이 호텔 덕분이다.
대만 타이중의 레드닷 호텔은 중화권 호텔 예약의 갑, 씨트립에서 직접 예약했다. 중국 대륙 및 홍콩/마카오/대만 호텔 예약 시에는 가장 많은 현지 호텔 리스트를 보유한 씨트립을 참조하는 것이 좋다. 다른 서비스에 비해 왜 씨트립이 좋은 지는 여행 직구 노하우 편에 상세히 소개했으니 참고할 것.
2014/10/20 - 여행 직구 1탄. 중화권 호텔 예약의 1인자! 씨트립(Ct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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