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MTV의 글로벌 이벤트에서 우승하면서 뜬금없는 호주행 티켓이 쥐어졌다. (관련 글은 여기 클릭) 전혀 예정에 없던 '한붓그리기 아시아 투어' 변수 때문에, 두 여행이 불과 10일의 텀을 두고 이어졌다. 방콕에서 귀국한지 단 10일 만에 호주에 간 데다, 첫 1주일은 부모님과 함께 하는 관광 코스도 이끌어야 했다. 준비가 많이 부족했던 호주 자유여행이었지만, 몇 가지 테마와 키워드는 명확했다. 올 한해 모든 여행을 통틀어 가장 시행착오도 많고 배울 점도 많았던, 이제 막 여름을 맞이한 시드니와 멜버른에서의 행복했던 17일.
19세기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건물을 쇼핑몰로 레노베이션한 퀸 빅토리아 빌딩 @ 시드니.
Theme 1. Tourism
시드니와 멜버른은 세계적인 수준의 여행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서, 부모님을 모시고 일반적인 관광코스를 자유롭게 둘러보는 일정을 짜기에 매우 편했다. 부모님은 첫 1주일간 시드니에 머무르다 가셨는데, 2~3일 정도만 동행하고 나머지 일정은 그냥 알아서 다니셨을 정도로 길찾기도 편하고 한식당도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다. 혼자 방문했던 멜버른 역시 무료 트램과 최고의 여행자 센터, 국립 미술관까지..자세히 들여다 볼수록 감탄의 연속이었다.
특히 시드니의 주요 관광지를 무료 혹은 할인가로 입장할 수 있는 아이벤처(iVenture) 카드가 있다면 시드니 여행은 한층 더 매끄러워진다. 나는 플렉시 5 카드, 즉 5개의 관광지를 선택할 수 있는 149$짜리 카드를 이용했는데 실제로 내가 선택한 5곳의 평균 이용료가 각 30$ 이상임을 감안할 때 본전은 뽑은 셈이다. 나처럼 시드니 초보라면 편리한 아이벤처 카드를 추천한다. 호주는 물가도 비싸지만 입장료도 대체로 매우 비싼 편이다. 아이벤처 카드로 입장했던 시드니 아이(시드니타워)부터 크루즈, 각종 투어와 파워하우스 뮤지엄까지 하나씩 소개해보려 한다.
화가의 미술품을 테마로 한 멜버른의 부티크 호텔, 아트시리즈 더 블랙맨
얼마 전 시드니 달링하버 근처에 오픈한 혁신적인 디자인 호텔, 1888의 로비
Theme 2. Hotel
만약 나와 비슷한 30대 직장인이 호주로 자유여행(휴가,허니문 등)을 준비하고 있다면, 현재 포털에 검색되는 호주 여행기는 멋진 호텔을 찾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시드니와 멜버른을 소개한 여행기는 대부분 워킹 홀리데이나 유학, 혹은 배낭여행 후기가 대부분이라, 어느 정도의 예산과 취향을 가지고 떠나는 자유여행이나 허니문에는 맞지 않는 게스트하우스나 저가 숙소 리뷰가 많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수많은 호텔을 돌아가며 머물렀는데, 국내 리뷰가 전혀 없는 호텔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아직은 시드니나 멜버른이 자유여행지로는 알려지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드니와 멜버른에서 만난 아름답고 혁신적인 수많은 호텔에서의 시간이 더더욱 소중하고 즐거웠다. 지금 막 오픈한 부티크 호텔부터 1박 100만원을 호가하는 6성급 특급호텔에, 심지어 에어비앤비까지 두루 거친, 시드니와 멜버른 호텔놀이 역시 개봉박두.
멜버른의 자랑, '내셔널 갤러리 오브 빅토리아'의 엄청난 규모.
Theme 3. Art & Lifestyle
우리는 시드니와 멜버른에 대해, 혹은 호주라는 나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나 역시 4년 전 서호주를 여행한 적은 있어도, 여전히 호주 하면 떠오르는 건 영미권이란 것과 뛰어난 자연환경 외에는 상당히 막연했다. 17일동안 시드니와 멜버른을 여행하고 난 결론은 '더 나은 라이프스타일을 고민하는 이라면, 한번쯤 가볼 만한 도시'라는 것.
호주의 모든 박물관과 미술관은 땅덩이 만큼이나 거대하고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어느 하나 어설프거나 제대로 만들지 않은 시설이나 전시가 없다. 비싼 입장료를 내야 하는 미술관도 많지만, 올해 내가 봤던 전 세계 모든 전시 중에 최고의 퀄리티를 갖춘 'NGV'(빅토리아 국립 갤러리)의 입장료는 무료였다. 거리마다 세련된 아트워크와 셀렉트숍을 만날 수 있고, 매거진 '프랭키'에서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핸드메이드 마켓은 전 세계 최고 수준. Etsy.com이 시드니 한 복판에 차린 팝업 스토어, 1년에 단 3일 호주 전역의 디자이너가 몰려드는 멜버른 디자인 마켓, 운좋게도 다 보고 왔다.
더 나아가 그들이 사는 방식은 어떠한가. 문화생활을 즐길 여유가 있고, 지인들과 공원에서 야외 파티를 즐기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독특한 취향을 맘껏 누리며 함께 살아가는 그들의 삶은 한낱 관찰자 시선에서 보아도 충분히, 많이, 자주 눈에 띄었다. 굳이 한국인들의 삶을 깎아내려가며 비교하고 싶지는 않다. 이제 우리도 그들만큼 충분히(경제적으로) 잘 살기는 한다. 다만 아직, 서울은 진정한 의미에서 일상의 행복을 누리기가 좀처럼 쉽지 않을 뿐.
멜버른의 빅토리아 마켓의 수준 높은 델리. 맛있는 것들 천지!
Theme 4. Gourmet
영미권을 여행할 때는, 먹는 재미는 일단 포기하고 본다. 스코틀랜드에서는 피쉬앤칩스 외에는 기억이 안나고, 미국과 캐나다...;;말해 무엇하리.(물론 'Dining'할 여유가 있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그러나 호주는 여느 영미권 국가에 비해, 먹는 재미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무엇보다 믿고 먹을만한 식재료를 쓰기 때문에 뭘 먹어도 기본은 한다. 특히 커피, 맥주, 와인, 쇠고기(스테이크 등), 유제품을 비롯해 유러피안 델리에서 파는 맛있는 절임들과 신선한 여름 과일...
게다가 나처럼 커피 덕후라면, 세계적인 커피 선진 도시 시드니와 멜버른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두루 맛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경험을 갖게 된다. 심지어 울 부모님은 시드니에서 몇몇 커피를 맛보신 이후로는, 지금까지도 한국에서 파는 모든 아메리카노를 맛없어 하시는 중....; 물론 커피의 맛도 훌륭했지만, 호주의 실용적이면서도 세련된 카페 문화도 두루 살펴보고 왔다. 게다가 시드니와 멜버른은 서로 다른 주를 대표하기 때문에 각 주의 로컬 크래프트 맥주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두 도시의 대표적인 재래시장과 슈퍼를 꼼꼼히 뒤져서 즐긴, 먹고 마시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이제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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