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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Australia

[서호주 자유여행] 세련미와 여유가 공존하는 퍼스 시내, 걸어서 구경하기

by nonie 2009.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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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호주 여행은 퍼스에서 시작해 프리맨틀, 다시 퍼스로 돌아와 아쉬운 막바지를 앞두고 있다. 처음 퍼스에 도착했을 때의 막막함은 어느덧 사라지고, 그들의 시계바늘에 맞춰 한결 느긋한 속도로 걷는 법을 익혔다. 하지만 모든 여행이 그렇듯, 이곳의 공기가 내 몸의 흐름과 어느 정도 맞아간다면 정확히 떠날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이젠 가벼운 필카를 들고 퍼스 시내를 퍼스의 속도로 걸어보기로 한다. 그리고 너무 빨리 급조된 이 세련된 국적불명의 도시에서, 마지막으로 호주의 흔적을 찾아보기로 한다. 그들의 땅을 밟았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    

글, 사진 nonie 협찬 서호주관광청, 캐세이패시픽 항공













차가운 도시의 여행자(?)...를 만날 수 있는, 퍼스의 거리
방콕의 카오산로드가 배낭여행자의 로망이자 성지라면, 서호주의 퍼스는 여행자에게 어떤 도시로 기억될까. 때때로 사진처럼 거대한 배낭을 짊어진 여행자도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지만, 배낭여행자에게 퍼스는 그저 급박하게 만들어진 모던한 도시 정도로 비춰질 듯 하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지나가는 현지인, 부유함과 여유가 만면에 넘쳐흐르는 내국인 관광객이 아직은 퍼스 거리의 주류다. 물론 반짝이는 쇼핑몰 사이로 간간히 작은 기념품점과 게스트하우스가 눈에 띌 때면, 이곳도 영락없는 관광지구나 하는 생각도 문득 들지만. 그렇다고 퍼스에 훈훈함이 없는 건 아니다. 내가 퍼스 거리에서 제일 좋아한 건 바로 벤치. 한 십여 걸음마다 하나씩은 벤치가 있는 것 같다. 퍼스 시민들이 특별히 다른 도시 사람보다 관절염이 심한 것도 아닐텐데;; 어찌나 거리마다 의자가 많던지. 물론 나같은 도보 여행자에게는 그저 감사할 뿐이다. 벤치 옆에는 꼭 예쁜 화단과 비스듬히 걸쳐진 자전거가 놓여 있다. 꽃과 자전거, 그리고 벤치가 어우러진 그 풍경을 만나는 순간은, 내가 퍼스에 있다는 증거다. 그 벤치에 앉아 미지근해진 생수를 들이키는 순간은, 내가 퍼스의 여름을 여행하고 있음을 일깨워 준다.













퍼스의 대형 쇼핑 아케이드, 질릴 때까지 빙빙 돌아보다
백화점과 쇼핑몰을 돌아보다 보니 이 나라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보이고 멋진 아이템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오히려 초반에 골목골목 돌아보고 각종 마켓들 구경할 때보다 오늘이 더 실속있었다. 먼저 백화점은 두 곳이다. '마이어'와 '데이비드 존스'. 마이어가 좀더 럭셔리한 압구정 현대 느낌이라면 데이비드 존스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백화점과 비슷하게 푸드 코트가 있다. 이곳 푸드 코트는 아케이드 지하보다 살짝 비싸지만 오후에 가면 남아있는 음식이 없을 정도로 현지인들이 애용하는 모양이다. 특히 에스프레소 바에는 언제 가도 빈자리가 없었다.
마이어에서는 KIT Cosmetics이라는 토털 뷰티 브랜드가 인상 깊었다. 다양한 코스메틱 브랜드를 아우르는 멀티 브랜드인데 우리나라에는 없는 개념이라 신선하게 다가왔다. 독특한 아이템이 많아서 선물 사기에도 좋을 듯. 아기자기하고 특이한 색조 화장품을 사고 싶다면 마이어 1층 KIT 매장으로 가면 되겠다.
뉴질랜드에서 한번씩 봤던 패션 브랜드도 여기 다 있길래 실컷 구경했다. 수프레(Supre)가 여기서는 아주 인기있는 모양이다. 거리마다 수프레의 컬러풀한 쇼핑백을 보조가방 삼아 들고 다니는 아이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옷은 밸리걸이나 템트(TEMT)가 더 예쁘고 저렴했다. 옷들이 전체적으로 화려한 원색에 오리엔탈스러운 디자인이 많이 보였다. 기모노 흉내낸 옷이 어찌나 많던지.쩝. 이쁜 원피스 있으면 하나 사려고 했는데 딱히 맘에 드는 걸 못 찾았다. 다른 아이템보다 원피스는 한국보다 저렴하고 과감한 디자인이 많으니 열심히 뒤져볼 것.





머천트 티&커피 카페. 영국의 유명한 티 전문 브랜드다.


스웨덴의 빈티지한 호텔 체인, miss maud


머레이 스트릿의 버스(cat) 정류장. 여기서 숙소까지 3정거장이다.


여행 내내 교통비 걱정 안하게 해줬던 퍼스의 공짜버스, CAT







나의 두 발을 대신해 준 빨강 노랑 파랑 고양이들
이번 여행은 도보 여행이라는 타이틀 붙이기가 민망하다. 한 몇백미터마다 하나씩 버스 정류장이 있으니 걷다가도 심심하면 버스에 올라타기 일쑤다. 멀리서 고양이가 그려진 사인을 보거나, 혹은 버스가 오면 두 발은 쉬어도 된다는 의미다. 퍼스에서는 고양이 그림이 제일 반갑고, 또 고마웠다. 기동성이 너무 좋아지니 너무 빨리 시내를 돌아다녀서 마지막엔 더이상 볼거리가 없어진 것도 사실이지만.;; 어쨌든 퍼스에서는 무료 버스 캣(cat)을 잘 이용하면 어디든 편리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 숙소로 돌아갈 때면 머레이 스트리트 정류장에서 빨간 캣을 탔는데, 마지막 날 정류장에서 뒤를 돌아보니 커틴 대학 경영 대학원 건물이 있더라. 서호주에서는 나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대학교로 한국 유학생도 많은 학교다. 들어가서 한번 염탐해볼까 하다 참았다.   










퍼스 추천 숙소! YMCA JEWEL HOUSE(예약은 하고 가자;;)
호주 100배 즐기기 2008년판 완전 쓰레기다. 이비스 호텔 87$ 써있어서 가봤더니 200불이 넘더라. 아무리 예약을 안했어도 그렇지 200불이라니. 다시 가이드북을 펴고 심사숙고 끝에 YMCA 주얼 하우스에 찾아갔다. 여기도 예약 안해서 하마터면 빠꾸당할 뻔 했다. 분명 오후에 짐가방을 맡겨두고 저녁에 체크인하러 다시 갔더니, 예약을 안했으니 방을 줄 수 없다는 게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인 끝에 간신히 싱글룸 하나를 얻을 수 있었다. ㅜ.ㅜ 하지만 불친절한 프론트만 아니면 주얼 하우스는 싸고 좋은 숙소다. 52불에 냉장고와 TV까지 있는 싱글룸이라니.

웃기는 일도 있었다. 10층에 위치한 내 방 열쇠를 드디어 받아들고 올라갔는데, 이놈의 방이 잘 안열리는거다. 계속 부시럭부시럭하고 있으니 맞은 편 방에 있는 사람이 갑자기 나온다. "뭐 도와드릴까요?" 영어 발음을 들어보니 중국계인 듯 한 젊은 남자. 아마 며칠 전부터 이곳에 묵은 듯 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열쇠 사용법을 가르쳐준 뒤 들어간다. 미안하기도 하지만 민망하기도 하고. 근데 이 숙소는 너무 조용해서 내가 문여는 소리가 옆방에 다 들리는 거다. 화장실은 복도에 있어서 할 수 없이 계속 들락날락했는데, 조금만 문 여는게 오래 걸리면 아까 그 인간이 슈퍼맨처럼 나타나서 자꾸 도와준다.-_- 완전 심심한가보다. 나 혼자서도 잘할 수 있거등??? 이런 데서는 기사도 정신 안만나도 되는데 말야. 쩝. 암튼 여기 좋긴 좋은데, 예약은 미리 하고 오는게 좋다는 거. 그리고 방음은 쫌 안된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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