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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Australia

호주를 '여행'하고 싶은 이를 위한(혹은 호주 오지랖퍼에게 건네는) 몇 가지 당부

by nonie 2013.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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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타워에서 내려다본 야경.



본격적인 여행기 연재에 앞서서, 호주를 여행하고자 맘먹은 이들을 위해 몇 가지 잘못된 편견에 관해 얘기할까 한다.


4년 전 서호주와 뉴질랜드 여행기를 연재할 때, 현지 거주자 혹은 거주 경험자의 댓글이 유달리 많았다. 현지의 맛집 제보부터 시작해...심지어 '시드니나 골드코스트는 남들 다 가는 데라 관심없다'는 글에, 함부로 평가하지 말라는 딴지까지 걸릴 정도였다. 그런데, 얼마전 내가 몸담은 적 있는 여행매거진 AB-ROAD에서 멜버른을 커버스토리로 상세히 다뤘는데, 해당 기사가 노출된 네이버의 어처구니없는 댓글들이 나를 아연실색하게 했다. 해당 링크는 여기 클릭.


특히 눈여겨볼 내용은 '인종차별이 심하고 아시아 남자를 쓰레기 취급하는, 볼 것 하나 없는 도시를 왜 관광지로 미화하고 포장하느냐'는, 워홀 경험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증오섞인 댓글이었다. 이 댓글을 쭉 보고 있자면 호주는 절대 가서는 안될, 아시안에게 위험하고 과대 포장된 인종차별 국가로 비춰질 수 있었다. 물론 최근 한국 워홀러 두 명이 사망하는 등 치안과 인종범죄가 도마 위에 오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댓글들은 2013년 1월에 작성된 것으로, 최근의 사건사고와는 무관하다. 지금부터 호주를 여행하고자 마음먹은 이들에게 몇 가지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1. 호주는 위험하다?

호주는 한국에 워킹 홀리데이 국가로 지정된 13개국 중 하나로, 한국 젊은이의 비율이 타국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당연히 확률상 한국인들의 사건사고도 많을 수밖에 없다. 무조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건 넌센스다. 최근 트위터에 여행 전문가를 자처하는 몇몇이 호주의 미개발 오지에서는 사람이 죽어도 모른다며 호주가 엄청 위험한 나라인 것처럼 선동하는 글도 봤는데(가보기나 하고 쓰는 트윗인지;;), 대도시 중심으로 다닐 대부분의 여행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다. 호주의 대도시는 세계적인 수준의 안정된 사회적 시스템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치안도 마찬가지다. 상식적인 여행자가 상식적인 범주 내에서 여행한다면 그 어느 나라보다도 안전하다. (워홀러들이 특별히 사고가 많은 이유는 호주 연방정부 한인 관계자가 쓴 의견(클릭)을 참조하기 바란다)



2. 호주는 인종차별국가다?

인종차별에 대한 논란은 언제나 민감한 주제이고, 거주자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살면서 느끼는 감정들은 쉽게 단정지을만한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여행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어떤 나라에 "돈을 벌러 가는 것과, 돈을 쓰러 가는 것"은 상당한 입장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돈을 벌러 간 워홀러가 현지에서 겪는 경험과, 돈을 쓰러가는 관광객이 현지에서 겪은 경험이 같을 수 있을까? 이건 호주 뿐 아니라 그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다. 굳이 영어 소통에 대한 문제까지 첨언하지는 않겠다.

그래서 호주에 대한 경험을 편협하게 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내 바램이다. 지금까지 한국에 알려진 호주의 이미지는 상당히 왜곡되어 있다는 걸, 현지에서 새삼 알 수 있었다. 여행은 워홀이나 유학생활이 아니다. 삶에 대한 관점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고, 내 눈이 행복해하는 것을 보여주고,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이 바로 여행 아닌가? 이 모든 것들이 넘치는 여행지 중 하나가 호주였다. 그 이유는 앞으로의 여행기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3. 호주는 볼 것이 없다?

1~3번 통틀어 '볼 것 없다'고 주장하는 호주 경험자가, 개인적으로는 제일 불쌍하고 안쓰럽다. 호주 뿐 아니라 어떤 나라에 가든 이 말을 외치는 한국인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볼 것이 없는'게 아니라, '뭘 볼지 모르는' 건 아닌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여행은 그 사람의 삶을 그대로 담고 있는 그릇 그 자체라는 걸 이 블로그를 통해 이미 여러 번 얘기해왔다. 굳이 호주에 얼마나 볼 것과 할 것이 많은지를 이 글에 얘기하진 않겠다. 앞으로의 여행기에서 충분히 표현이 될 테니까.


호주는 세계적인 관광대국이다. 한국인은 호주에 돈벌고 공부하기 위해 주로 가지만, 전 세계 여행자들이 풍요로운 예술과 자연과 라이프스타일을 엿보기 위해 호주를 찾는다. 그러니 한국인도 이제는 좀더 세련되고 취향이 살아있는 테마여행의 데스티네이션으로 호주를 기꺼이 가봤으면 한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2위를 다투는 두 대도시, 멜버른과 시드니에는 단순한 관광지 이상의 볼거리가 있었다. 지금의 한국에는 아직 없는 여유로운 삶의 방식이 곳곳에 녹아있었다. '어떤 방식으로 살고 싶다,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다'라는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여행지는 그렇게 흔하지 않다. 과대포장은 커녕, 관광지로서의 매력은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조차 않았다는 게 더 정확하다.



마지막으로 이번 여행의 일부에 호주 MTV와 NSW관광청의 지원이 있었지만, 전체 일정은 철저히 내 주관과 예산으로 진행했으며 특히 주한 관광청은 이 여행과 전혀 무관하다. 따라서 이 글과 앞으로 연재할 여행기는 한국에 호주를 홍보할 목적이 없음을 밝힌다. (주한 관광청은 자기네 본청이 진행했던 프로모션에서 한국인이 우승한 대형 떡밥이 있는데도, 전혀 이를 홍보에 이용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친히 연락해서 알려줬지만 무반응ㅎㅎ) 이 글은 유달리 다른 나라에 비해 호주 쪽은 오지랖떠는 댓글러들이 많아서 특별히 따로 정리한 것이다. 부디 호주 자유여행을 준비하는 모든 분들, 멋진 여행 준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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