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성을 중시하는 네덜란드인은 디자인을 저렴하고 손쉽게 구입할 수 있으면서도 커피와 음식까지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대형 스토어 HEMA와 IKEA를 매우 사랑한다. 오직 네덜란드에서만 만날 수 있는 오리지널 더치 브랜드 HEMA, 그리고 이제는 글로벌 브랜드가 된 스웨덴의 IKEA는 취급 품목도 다르고 추구하는 가치도 디자인도 다르다. 하지만쇼핑과 식음료를 한 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스토어는 닮은 꼴이다. 암스테르담에서 발견한, 쇼핑보다 더 마음에 들었던 네덜란드의 '맛'.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잡화 상점, HEMA
여행가기 전에 네덜란드 배낭여행기를 검색해보니 쇼핑이나 카페에 대한 팁이 거의 전무했다. 고작해야 "알버트 하인(대형 편의점) To-go에서 파스타 데워먹어서 너무 좋았어요" 류의 빈곤한 후기들...그러나 네덜란드에는 다른 유럽 국가에서 만날 수 없는 자체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정말 많다. 그 중에 도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빨간 로고의 HEMA는 현지인과 여행자의 발길을 동시에 잡아 끄는 대형 유통 체인이다.
HEMA는 생활 잡화, 문구류, 인테리어 소품부터 심지어 의류까지 없는 게 없는 잡동사니 백화점 같다. 하지만 모든 종류의 제품이 일관적인 디자인과 컨셉트를 유지하고 있는데, 일종의 PB상품으로 동일한 HEMA 브랜드를 달고 팔려나가기 때문이다. 이마트 같은 국내 유통 브랜드와도 비교될 수 있지만, 국내 PB상품들이 디자인보다는 저가격에 촛점을 맞추는 것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HEMA의 제품들은 대부분 귀엽고 깜찍하며 원색적인 디자인이 주를 이룬다.
무엇보다도 HEMA가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상점 내에 커다란 카페가 있어 음료 뿐 아니라 간단한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것! 커피와 빵도 싸고 맛있지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무척 쌀쌀한 날이어서 아스파라거스 스프를 한 그릇, 그리고 비타민 보충을 위해 생과일 주스도 한 병 샀다. 자기가 퍼담고 계산을 나중에 하는 self-catering 방식이라 더욱 저렴한데, 합쳐서 4.24유로로 부담 없는 가격이다. 네덜란드의 봄철 특산물인 화이트 아스파라거스가 듬뿍 든 크림 스프는 따끈하고 맛있었고, 베리 주스는 인위적 단맛이 전혀 없이 신선하고 새콤했다. 추운 날씨에 지쳐있던 몸과 마음이 스르르 풀리는 느낌. 그제서야 가방에서 지도를 꺼내 다음 행선지를 고르며 느긋한 한때를 보냈다.
이케아 암스테르담에서의 알찬 쇼핑과 점심 식사
원래 내 여행계획 상에는 마지막날에, 그것도 시간이 남으면 이케아를 가려고 했다. 이제는 한국 빼고 다른 나라에서 어디에나 만날 수 있는 브랜드인데 굳이 네덜란드까지 와서 갈 필요는 없었다.(물론 이케아를 편애하는지라 위시 리스트는 한가득이었지만) 5월의 궂은 날씨 탓에 관광보다 쇼핑을 먼저 하게 된 불가피한 상황에서 나는 무거운 맘으로 이케아를 찾았다. 언제나 그렇듯 이케아는 도심이 아닌 변두리에 위치해 있었고 스토어 출입구가 자동차 주차장 내에 숨어있는 불친절한 구조도 여전했다. 쇼룸은 호주 스토어보다 너저분했고 평일 오전인데 사람은 왜이리 많은지.
그러나 이케아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불만으로 빼죽했던 입은 쏙 들어갔다. 저렴하고 푸짐한 이케아 음식이야 워낙에 유명하지만, '네덜란드화'된 새로운 메뉴들이 나의 호기심을 마구 자극하며 간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네덜란드 이케아에는 케이크와 타르트 등의 디저트 메뉴가 매우 충실하다. 뭘 골라야 할지 한참 망설이다 네덜란드 전통 간식인 아펠볼(Appelbol)를, 그리고 샐러드바에서는 신선한 야채 샐러드를 욕심껏 가득 담고 상큼한 오일 드레싱을 뿌렸다. 누들이 든 토마토 스프에는 바삭한 브레드 스틱이 세트로 제공된다. 이케아에 왔으면 무한정 리필되는 커피는 필수!! 이 모든게 6유로 내외. 역시 이케아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
그 중에서도 사과 디저트 '아펠볼'이 대박! 이걸 담을 때 옆에 있던 커스터드 소스를 뿌렸는데, 달달한 소스와 어우러지는 바삭한 타르트 껍질, 안에는 놀랍게도 사과 한알이 통채로 구워져 있어 모든게 어우러지는 맛이 일품이다. 원래 유트레히트의 전통 간식으로 주로 가을과 겨울에 자주 먹는다고 한다. 따끈한 원두커피와 어울리는 환상적인 맛의 디저트.
이케아 쇼핑이 힘든 이유는 여행자로써 눈물을 머금고 포기해야 하는 품목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스토랑에서 업된 기분이 쇼핑으로 이어지는 무서운 이케아의 전략 덕택에 장바구니 카트는 30분이 안되어 쏠쏠하게 채워졌다. 비싼 유로화를 써야 하니 정신줄을 놓으면 안되는데도, 저렴한 가격과 멋진 디자인, 한국에서 싸게 살수 없다는 희소성은 '하나만 더'의 유혹 앞에 살짝 무너지고 말았다. 사진에는 없지만 빨간 빛깔의 도마와 이번 시즌 신상 침구 커버 세트도 샀고, 네덜란드에서 대량 구매한 치즈를 맛나게 먹으려고 치즈 가는 강판도 싸게 샀다. 그릇과 접시에도 계속 눈이 갔지만 결국 컵 하나와 컬러풀한 미니 그릇 세트 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뒤집개와 집게 같은 주방도구도 묶어서 2~3유로에 싸게 팔길래 두 묶음 데려왔다. 무거워진 짐 때문에 결국 다음 여행지로 가기 위해 호텔을 들러야만 했지만, 그래도 이케아니까...괜찮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