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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만큼은 아메리카노를 고집하는 나지만, 이곳 네덜란드에서 가장 많이 마셨던 커피는 도톰한 우유거품이 얹혀진 카푸치노였다. 어느 카페를 가든 메뉴판의 가장 위에는 어김없이 카푸치노가 있었고, 포스퀘어의 nearby tips를 검색해봐도 이곳 저곳의 카푸치노 만큼은 꼭 마셔보라는 멘트가 빠지지 않는다. 네덜란드의 궃은 날씨에 춥고 힘들어질 때면 나는 카페를 찾았고, 현지인이 사랑하는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그리고 네덜란드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자판기 패스트푸드 역시 출출해진 여행자의 배를 채워주는 고마운 간식거리였다.
본격적인 여행 첫날, 우산과 비옷을 모두 호텔에 두고 온 나는 점점 굵어지는 암스테르담의 봄비를 맞으며 담 광장 주변을 해메고 있었다. 우연히 밖에서 바라본 grand cafe mynt는 너무 hip해 보여서 무신경한 여행자의 옷차림으로 선뜻 들어가기가 망설여질 정도였다. 하지만 라운지 같기도 하고 바 같기도 한 묘한 공간에 호기심이 발동한 난 한참 지나치던 발걸음을 다시 뒤로 돌려 카페에 들어가 봤다. 생각보다 아늑하고 따뜻한 카페였다.
바에 가서 카푸치노 작은 사이즈를 주문하고 자리를 잡았다. 곧이어 나온 카푸치노에는 놀랍게도 시나몬 파우더가 뿌려져 있지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다른 카페에서 카푸치노를 마실 때도 시나몬은 없었다. 아마 기호에 따라 알아서 뿌려 먹거나 요청을 해야 하나보다. 커피와 함께 나온 작은 사이즈의 과자는 로투스 비슷한 커피 과자였다. 커피를 기다릴 때도, 커피가 나오는 그 순간에도 바 뒤의 조명은 계속해서 색깔을 바꾸며 공간의 느낌을 변신시키고 있었다.
커피의 절반은 차지하는 풍성한 우유거품으로 부드러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카푸치노, 그리고 잠시 쉬어가는 그 순간은 여유롭고 행복했다. 게다가 Free Wi-Fi를 지원하고 있어서 아이폰을 켜서 오랜만에 한국 소식도 보고 흔적도 남겨본다. 이것도 여행 종반에야 알게 된 거지만 이렇게 인터넷도 되면서 깨끗한 화장실(2층에 있다)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카페는 그리 많지 않았다. 대부분 0.3~0.5유로의 요금을 내야 하고 인터넷도 호텔을 벗어나면 Wi-Fi 되는 곳 찾기가 힘들다. 우연히 길가다 만난 카페 치고는 너무나 만족스러웠던 곳. 게다가 암스테르담의 올드한 카페나 레스토랑과는 차별화된 실내 인테리어와 분위기, 메뉴 구성도 인상적이어서 카페 쪽에 관심이 많은 내게는 더없이 좋은 공부가 되었다. 다른 테이블을 보니 음료 외에 간단한 식사도 많이 주문하는데 꽤 괜찮아 보였다.
거리 곳곳에는 브로체(네덜란드식 빵)를 파는 가게가 많다. 사진 속 먹음직스러운 지중해 스타일 브로체 샌드위치는 암스테르담 여행에서 맛봤던 공식적인 첫 점심식사. 추운 날씨에 딱딱한 빵과 차가운 내용물을 씹자니 뭔가 서러움까지 살짝 몰려왔지만 함께 마셨던 따뜻하고 진한 커피가 그나마 훌륭해서 위안이 되었다. 브로체 가게에는 마땅히 앉을 자리도 없으므로 서서 해결해야 한다. 다행히 옆에 많은 현지인이 각자의 빵을 베어물며 간단히 요기를 하고 있었다.
네덜란드 길거리 음식 모조리 먹어보자 1탄! 네덜란드 국민간식이라는 자판기 고로케(크로켓)는 여행 자료 수집 때부터 나의 관심을 모았던 아이템이었다. 무작정 거리를 걷다가 출출해질 무렵에 눈앞에 나타난 자판기 가게 FEBO, 망설이지 않고 바로 돌진했다. 원하는 고로케 칸 옆에 1~2유로 정도의 잔돈을 넣고 문을 열어 고로케를 꺼내면 된다. 우리나라나 일본의 고로케가 주로 발효빵 반죽으로 만든 두껍고 쫄깃한 식감이라면, 네덜란드의 고로케는 껍질이 아주 얇고 속에 든 고기나 치즈 등이 쥬시하게 씹히는 맛이 있다. 거리 곳곳에서 이 색다른 패스트푸드점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현지인에게는 물론 여행자에게도 간단하게 허기를 달래주는 유용하면서도 재미있는 간식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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