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한 맥주 브랜드의 히스토리를 담아놓은 박물관 정도로만 이 곳을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네덜란드의 자부심을 대변하는 글로벌 브랜드 '하이네켄'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하이네켄 익스피리언스(Heineken Experience)는 맥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꼭 들려볼 만한 강추 스팟이다.
사실 맥주를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암스테르담까지 와서 하이네켄 맥주에 대해 굳이 파고들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5월의 구리구리한 네덜란드 날씨는 나의 여행을 도와주지 않았다. 야외 활동이 아닌 실내에서 뭔가 할 수 있는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그나마 호기심을 자극하는 건 미술품보다는 맥주에 가까웠기에;; 할 수 없이 빗속을 뚫고 하이네켄 공장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현금 15유로는 입장 팔찌와 바뀌어 있었다. 저 녹색 팔찌에 달린 두개의 버튼은 체험이 끝날 때까지 잘 달고 다니란다. 바로 저 버튼을 마지막에 맥주 두 잔과 바꿀 수 있기 때문.
체험 1. 올드 바에서 바텐더에게 듣는 재미난 하이네켄 스토리 1873년에 태어난 하이네켄은 올해로 무려 탄생 137주년을 맞았다. 오랜 역사를 가진 맥주답게 탄생에 얽힌 켸켸 묵은 오래된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을까. 당시의 오래된 펍을 재현해 놓은 컴컴한 공간으로 들어가면 눈앞에는 마치 실제 바텐더가 나와서 얘기하는 것 같은 대형 스크린이 펼쳐져 하이네켄의 탄생 스토리를 재미나게 감상할 수 있다. 영상물이 끝나고 본격적인 박물관으로 이동하는 길에는 포토라인을 세워놓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체험 2. 맥주, 이렇게 태어나는구나! 맛과 향으로 만나는 맥주의 탄생 과정
펍으로 꾸며진 영상관에 이어 미니 박물관을 지나면 본격적인 맥주 주조실이 나온다. 물론 실제로 맥주가 만들어지는 통은 아니고, 예전에 쓰이던 맥주 주조관 안에 다양한 멀티미디어 컨텐츠를 설치해 놨다. (사람들이 통 속에 머리를 들이미는 게 바로 그 때문이다. 안에서 영상물이 나온다) 한쪽에서는 맥주가 만들어지기 직전의 액체를 맛볼 수 있는데, 직원이 "한번 맛보세요. 모두가 좋아하는 맛은 아니지만요"라고 말해줘서 살짝 불안했다. 하지만 시큼한 엿기름물 같은 밍밍한 맛으로 특별히 거부감이 들진 않았다.
체험 3. 내가 맥주가 된다고? 어트랙션으로 배우는 맥주의 모든 것 이쯤 되면 슬슬 하이네켄이 아닌 맥주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한껏 증폭된다. 이때 갑자기 "Brew you ride, be the beer'라는 문구가 쓰인 벽이 보이고, 여직원이 다가와 "지금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 지, 혹시 아니?"라고 묻는다. 롯데월드에서 놀이기구 탈때 줄서는 것처럼 줄을 섰더니, 곧이어 어두컴컴한 공간으로 들어가란다. 스무명 남짓한 인원이 4명씩 한줄로 짝을 지어 서있으려니, 갑자기 앞에 있는 손잡이를 잡으란다. 눈앞에 펼쳐지는 영상과 함께 바닥이 움직이고 흔들리기 시작했다.ㄷㄷ보리가 물과 만날 때는 옆에서 진짜 물방울이 튀어나오는데 어이가 없기도 하고 너무 재밌기도 했다.
체험 4. 맥주 테이스팅도 배우고, 나만의 맥주병도 만들어 보자!
와인만 테이스팅을 하는 줄 알았더니, 맥주도 엄연히 테이스팅 방법이 있단다. 어이를 쏙 빼놓았던 어트랙션 체험을 마치고 나면 레드 인테리어의 멋진 미니 바에서 맥주 테이스팅을 배울 수 있다. 이때 맥주를 한잔 마실 수 있는데, 목이 마르다고 너무 빨리 마셔버리진 말자. 단계 별로 테이스팅을 하면서 맥주의 거품부터 마지막 끝맛, 향까지 단계 별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면 맥주병 공장 같은 곳으로 이동하는데, 바로 초록색 하이네켄 병에 자신만의 문구나 이름을 새겨 가져갈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물론, 이 서비스는 별도의 돈을 내야 한다.
체험 5. 즐거운 맥주 체험, 친구들과 온라인으로 공유하자!
온몸으로 맥주를 체험하는 이색적인 경험을 하고 나면, 누구라도 이 순간을 다른 이와 공유하고 싶어질 것이다. 하이네켄 익스피리언스는 이 니즈를 놓치지 않고 채워준다. 포토 메일과 비디오 메일 중 하나를 선택해 카메라 앞에 선 후 사진을 찍으면 위와 같이 합성된 사진을 메일로 보내준다. 뮤직비디오의 배경으로 비디오 메일을 만들어 보낼 수도 있다. 외국인들의 우스꽝스러운 댄스를 보고 있자니 혼자서 이거 찍기엔 차마 민망해서 사진만 찍어서 회사 사람들한테 전체 메일로 뿌렸다.ㅋㅋ 위 사진을 받은 울 회사 멤버들의 기분은 어땠을지...(죄송)
체험 6. 맥주, 역시 마셔야 제맛! 멋진 바에서 생맥주 두 잔 원샷!
15유로는 여행자에게 큰 금액이지만, 만약 내용이 재미 없더라도 마지막에 마시는 맥주값이라 치면 본전은 뽑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마지막 코스로 시원한 하이네켄 생맥주를 들이키는 순간, 입장료 그 이상의 만족을 주는 괜찮은 체험관을 발견했구나 하는 뿌듯함이 들었다. 특히 마케팅을 공부했던 사람이라면 글로벌 브랜드가 전개하는 체험 마케팅의 진수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하이네켄 익스피리언스에서의 두어 시간은 한 브랜드의 성장 과정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맥주보다 더욱 짜릿하고 시원한 경험이었다.
맥주를 마시고 알딸딸해진 상태에서, 마지막에 기념품샵으로 마무리되는 코스. 사람들 손에 초록색 봉투가 적지 않게 들려진걸 보면 살짝 무섭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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