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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Netherlands

[Intro] 여행의 시작,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by nonie 2010.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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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또 떠난다는 게, 5일이나 휴가를 써야 한다는게, 10시간이나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게 망설여지는 내 모습은 얼마간 낯설고 우스웠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인생에서 여행의 우선순위를 강조하던 소위 여행블로거가, 어느새 휴가 날짜를 계산하는 월급쟁이의 마인드를 앞세워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리무진 버스에서도, 인천공항에서도 '여행을 떠나는 자'의 설레임과 '회사를 다니는 자'의 부담감이 반반씩 묘하게 뒤섞여 있던 마음은 보딩패스를 손에 쥐면서 조금씩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어쨌든 티켓을 손에 쥔 이상, 난 떠나야만 하니까.
 






알랭드보통이 공항에서 머물며 썼던 에세이가 문득 떠오르며, 난 어느새 '전형적인 여행자'로 변신해 있다. 가방에서 목베개를 꺼내 두르고, 아이폰을 충전기에 연결한 채 가족과 친구들과 마지막 통화를 나눈다. 이제 한 10시간 뒤면 유럽 한복판 어딘가에 있는 '네덜란드'라는 나라에 혼자 뚝 떨어져 어리둥절해 하고 있겠지. 하지만 어디로 떠나는지는 이제 크게 중요하지 않다. 뉴욕, 서호주에 이어 세 번째로 혼자 떠나는 외국여행, 이제 불안함 보다는 도전의식같은 오기가 슬슬 피어오른다.








KLM이 자랑하는 용수산의 한식 기내식은 이제 곧 맛없는 유럽 밥을 먹어야 하는 한국 여행자의 비애를 따뜻하게 달래준다. 외국인들도 곧잘 치킨 요리 대신 코리안 비프앤라이스를 주문하는 걸 보니 한식도 점차 글로벌화 되어가고 있긴 한가보다. 매콤한 비빔밥과 곁들이려고 레드 와인을 주문했는데 이건 좀 에러. 2008년산의 숙성되지 않은 와인이라 너무 시고 떫었다. 차라리 화이트와인이나 맥주, 혹은 스파클링 워터를 함께 마시는 걸 추천한다. 귀국 항공편에서 주문했던 게 "스파클링 워터 앤 레몬"이었는데, 시원하면서 톡쏘는 탄산수에 상큼한 레몬 슬라이스를 띄워주니 나처럼 달달한 탄산음료 안먹는 사람에겐 딱이다.







내가 몇번이나 극찬을 했던 바로 그 여행잡지 OFF, 이번 여행에는 아예 4월호와 5월호를 한꺼번에 주문해서 읽지 않고 짐가방에 챙겼다. 떠날 때의 수트케이스는 가급적 비우려고 노력하는 나지만, 요 잡지들만은 포기할 수 없었다. OFF는 여행지 답게 기내 엔터테인먼트나 기내 팁 등 기내지에 버금가는 '에어플레인 모드'의 기사가 쏠쏠하게 실려있어 어두컴컴한 비행기 안에서도 보는 재미가 있더라. 그러다가 책 맨 뒷장에 한 광고 포스터에 시선이 멈췄다. "때가 되어 떠나는 것이 여행이라면, 원할 때 떠나는 것은 성공이다"라....카피 참 기가 막히다. 근데 지금 내 여행은 뭘까. 때가 되어 떠나는 걸까, 아님 원할 때 떠나는 걸까. 아직 성공하지도 못했는데 원할 때 떠나는 건 뭔가? 객기?;;;








사람들의 코고는 소리가 들리는 컴컴한 시간에 홀로 후루룩 먹는 컵라면은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와도 같다. 게다가 그 라면이 한국 라면의 얼큰한 맛이 아닌 '니맛도 내맛도 아닌' 옥수수알이 둥둥 떠다니는 치킨 스톡 국물의 누들이라면 더 그렇다. 팅팅 불어터진 맹맹한 라면을 감지덕지하며 먹고 있는데 한 승무원이 갑자기 익숙한 주황색 패키지의 컵라면을 들고 이동하는 것을 발견!!! 그렇다. 삼양 라면도 있었던 게다...(털썩) 한국 라면을 먹고 싶다면 승무원에게 부탁해 보자. 선택의 여지는 언제나 있는 법이다.

애매한 시차 속에서 아침 식사라며 주는 두번째 기내식은, 도착할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뜻이다.






KLM항공의 이벤트로 얻은 행운은, 이렇게 나를 멀리 있는 네덜란드로 이끌었다. 언젠가는 가게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이 순간 생소한 땅에 순식간에 와버렸다는 게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뭐부터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겠다. 일단 첫번째 미션은, 내가 잘 곳을 찾아가는 것. 자! 이제 5월의 네덜란드 여행 시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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