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a400 호텔의 로고.




nonie, 네덜란드 디자인호텔 투어에 나서다
테마여행은 아직 제대로 해보지 못한 여행 중 하나다. 여자 혼자 자유여행만 하는 것도 힘든데 뭔가 뚜렷한 주제를 잡아서 다니는 여행은 치밀한 계획과 넉넉한 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행 준비 중 호텔 예약을 알아보다가 네덜란드에 훌륭하고 저렴한 디자인호텔이 많음을 알게 됐다. 그리하야 이번 여행 테마는 디자인 선진국 네덜란드의 혁신적인 디자인 호텔을 경험하는 여행으로 자연스레 정해졌다.

호텔 선택의 기준은 1. 더치 디자인(Dutch Design)을 잘 반영한 혁신적인 디자인의 객실일 것. 2. 1박에 최대 100유로(한화 15만원)를 넘기지 않는 저렴한 부티크 호텔일 것. 3. 나의 일정에 객실 예약이 가능한 호텔일 것. 등이다. 멋지지만 비싸서 탈락된 호텔도 있고, 저렴하고 이쁘지만 예약이 꽉차서 아쉽게 포기한 호텔도 있다. 무사히 예약하고 머물렀던 총 5곳의 호텔은 객실과 호텔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뚜렷한 개성을 보여주었다. 민박이나 호스텔보다는 많은 돈을 썼지만 그 이상의 배움을 얻을 수 있어 뿌듯했다.

그 중에서도 여행의 첫 시작을 함께 한 암스테르담의 두 호텔, casa400과 Qbic 호텔을 소개한다.



casa400 호텔의 로비. TV 화면에는 신축공사 과정이 안내되고 있다.



[Theme 1. Modern] 2010년 5월 신축 오픈한 현대적인 디자인의 호텔, Casa400
암스테르담에 도착하던 5월 1일은 공교롭게도 공휴일 다음날인데다 토요일이라 호텔 예약이 쉽지 않았다. 네덜란드 호텔 예약 전문사이트 호텔리어를 통해 5월 1일 가능한 숙소를 가격 순으로 정렬해 검토하던 도중 Casa400을 발견했다. 500개 이상의 객실을 보유한 대형 비즈니스 호텔이라서인지 아직 여유가 있었다. 비록 디자인호텔이라는 테마 기준에는 못 미치는 사진 속 비주얼이었지만 첫날부터 고생을 하고 싶지 않아 서둘러 예약했다.
 
암스텔(Amstel)역 근처에 위치한 Casa400으로 가는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일단 암스텔 역은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또 기차를 타고 서너 정거장을 가야 한다. 내려서 코앞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표지판을 따라 컴컴한 지하도(!)를 지나 간신히 낡아보이는 호텔 건물에 도착, 하지만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다행히 관리인으로 보이는 어르신이 나오더니 "이 건물은 옛 호텔 건물이라 현재 문을 닫았다네. 저 앞에 보이는 공사장 있지? 그 옆을 돌아나가면 새로 지은 신축건물 입구가 보일거야"라고 친절히 알려주셨다.






놀랍게도 내가 찾은 그 5월 1일이 신축 호텔의 오픈일! 아직도 호텔 입구 주변은 한창 공사중일 정도로 새집 스멜이 물씬 풍긴다. 내가 예약할 때 봤던 사진 속 허름해보이는 전경은 옛 호텔 건물이었던 거다. 로비에는 자주색과 보라색이 현대적인 조화를 이루는 심플한 소파가 쫙 깔려있고, 새로 태어난 casa400의 세련된 호텔 로고는 이곳 역시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음을 말해준다.





호텔 복도 벽에는 모노톤의 풍경 사진이 한층 차분한 분위기를 풍긴다. 빨간 카펫과 잘 어우러지는 느낌.





리뉴얼 호텔의 첫 손님이 된 행운은 객실 곳곳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깔끔한 침구세트와 밝은 실내 분위기가 일단 기분 좋았고,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한 인테리어가 안정감을 준다.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서 시내까지 기차를 타고, 또 시내에서 이곳 암스텔까지 온 오늘 하루의 긴 여정이 스쳐가자 갑자기 피로가 텍사스 소떼처럼 밀려온다. 암스테르담의 첫날 밤, 이제 씻고 휴식을 취해야 할 때.  





세면대 및 욕실 역시 화이트톤의 깔끔한 배치.(화장실은 입구 옆에 따로 있다.) casa400의 전체적인 테마가 퍼플톤이라 그런지 비누, 샴푸 등의 어메니티도 보랏빛 패키지로 맞췄다. 






막 도착한 저녁 8시 반 무렵에는 해가 중천에 떠 있었는데, 어느덧 암스테르담에도 어둠이 찾아온다. 이 호텔의 단점이 있다면 주변에 슈퍼마켓이 없다는 것. (생수나 간단한 간식은 로비의 자판기에서 해결해야 한다)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 준비해간 컵라면을 뜯으며 "집 떠나면 X고생"을 되뇌인다. 생소한 언어가 쏟아져 나오는 TV 소리를 들으며, 생소한 밤풍경 사이로 새어나오는 밤공기를 느끼며, 창가에 걸터앉아 라면을 먹으며, 이제 여행은 시작되었음을 깨닫는다.


추천: 조용하고 깔끔한 싱글룸을 찾는 여행자, 타 도시에 갈 여행자 (암스텔 역은 기차 정거장이라 장거리 이동 편리)
비추: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호텔이 싫은 여행자, 유럽여행 초보자 (공항에서 여기까지 기차 2번 탄다는 걸 명심)
예산: 1박 75유로 (예약 기준)
홈페이지: http://www.casa400.nl/






형광 컬러의 불빛이 독특한 큐빅 호텔의 객실 앞 복도.

객실 넘버는 이렇게 세로로 씌여있다.



[Theme 2. Kitsch] 재치와 즐거움이 묻어나는 부티크 호텔, Qbic Hotel
큐빅 호텔은 호텔 예약을 하면서 정말 기대를 많이 했던 호텔이다. 호텔의 콘셉트가 그대로 살아 숨쉬는 혁신적인 홈페이지도 인상적이었고, 디자인과 시설에 비해 저렴한 객실 가격도 매력적이었다. casa400에서 첫날을 보낸 다음 날 아침 곧바로 짐을 싸서 또 기차를 타야 했지만, 이곳을 만난다는 설레임은 귀차니즘을 상쇄하기 충분했다.
큐빅 호텔은 일단 체크인 절차가 매우 간단하다. 이름으로 예약 확인 후 바로 키를 받아 객실 복도 쪽 문을 키로 열고, 다시 객실 문에 키를 통과시키는 식이다. 로비는 Cozy한 분위기. 아침 식사는 따로 계산하고 부페식으로 먹으면 되고 이런저런 자판기가 있어 자유롭게 간식이나 음료수를 뽑아 먹을 수 있다.






WTC(월드 트레이드 센터, 우리나라로 치면 코엑스같은) 건물 한켠에 위치한 큐빅 호텔은 역시 시내와는 다소 떨어진 Zuid 역에 위치해 있다. 중앙역에서 메트로(지하철)를 이용하면 10~15분 거리? 하지만 WTC 같은 대형 빌딩이 많은 주요 역이다 보니 기차도 정차하고 스키폴 공항과도 가까워 네덜란드에 처음 온 이들에게도 적당한 숙소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저 그런' 평범한 호텔과는 일단 분위기부터가 달랐다. 한편의 비주얼 아트를 관람하는 듯한 현란한 아트워크가 가득한 벽면과 색색의 조명, 그리고 독특한 디자인의 인테리어 소품들을 구경하느라 2박 3일이 금방 지나간 느낌.  






큐빅 호텔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casa400이 도시적인 오피스 룩이라면 큐빅 호텔은 키치하고 장난꾸러기 같은 패션? 전신 거울의 전신 모양 센스를 보시라. 또한 침대 밑과 위에 켜지는 색색의 조명은 자신이 원하는 컬러로 설정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요란한 조명이 싫다면 다 끄고 평범한 불빛 밑에서 차분히 다이어리를 정리할 수도 있다. 역시 더치 디자인 답게 침대와 이어진 사무용 데스크 겸 바(Bar), 자동으로 불이 켜지는 화장실 등 실용성과 편의도 두루 갖췄다. TV는 좌우로 자유롭게 각도 조절이 가능해 침대에 누워서도, 바에 앉아서도 볼 수 있다.

자, 그래도 단점은 있으니 커피 포트와 커피&티 티백 따위는 없다. 난 이번에 아예 미니 포트 1리터 짜리를 하나 사갔는데 여러 호텔에서 잘 썼으니 짐 챙길때 참고할 것. 유럽 호텔에 커피포트 없는 객실 의외로 많다.





Zuid역 키오스크(편의점)에서 산 여행 둘째날 저녁의 저녁 식사도 호텔방에서 간단히 해결한다. 싸구려 샌드위치(라도 3유로는 넘으니 한 5천원 되겠다 ㄷㄷ)를 먹어도 치즈가 맛있으니 먹을만 하고, 짭짤한 감자칩과 곁들인 로컬 맥주도 훌훌 넘어간다. 샌드위치에 칩에 비어...뭔가 점점 유럽에 와 있다는게 실감이 난다. 춥고 바람부는 5월의 네덜란드 날씨 속에서, 이제 본격적인 암스테르담 여행이 시작된다.

추천: 독특한 객실을 선호하는 여행자, 공항이나 타 도시에 갈 예정인 여행자 (Zuid역 근처)
비추: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호텔이 싫은 여행자, 특이한 객실이 싫은 여행자. 
예산: 1박 69~79유로 (홈페이지 예약 기준)
홈페이지: http://www.qbichotels.com/



암스테르담을 상징하는 이 조형물, I amsterdam이 바로 Zuid역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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