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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베이샌즈에서 보낸 첫 2박 3일은 고급 백화점에서 먹고 잔 경험 정도였다면, 이젠 진짜 싱가포르의 깊숙한 속살을 탐험해 볼 차례다. 다음 숙소가 위치한 곳은 싱가포르에서도 가장 이국적인 지역으로 꼽히는 리틀 인디아(Little India). 이 조그마한 도시에는 얼마나 다양한 문화가 다닥다닥 붙어 서로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던지, 오랜만에 찾아온 새로운 오감의 자극을 즐겁게 받아들였던 리틀 인디아의 첫 인상.
리틀 인디아의 거리 풍경. 조그만 숍과 인도 레스토랑이 늘어서 있다.
무인도처럼 고고히 따로 떨어져 있는 마리나베이샌즈는 지난 3일간 내가 본 싱가포르의 전부였다. 처음으로 여기를 벗어난다고 생각하니 익숙한 두려움이 고개를 든다. 자유 여행의 시작은 이렇듯 설레고 불안한 재미가 있다.
택시를 타고 리틀 인디아로 향하니 불과 10~15분만에 꼬불꼬불한 골목에 위치한 숙소 바로 앞을 찾아 내려준다. 싱가포르의 택시 첫 경험은 Perfect. 정확하고, 요금 싸고, 홍콩처럼 짐값을 따로 받지도 않고. 최고다.
내가 묵었던 호텔의 전경.
호텔 로비는 빈티지의 모범을 보여주는 훌륭한 인테리어.
이런 멋진 곳에서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 바로 내가 예약한 호텔이 리틀 인디아 깊숙히 있었기 때문.
관광지가 아닌, 호텔을 따라 여행을 한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라는 걸, 이번 여행에서도 절실하게 느꼈다.
좁디좁은 인도풍의 낡은 골목 한 가운데에 묘하게 블렌딩된 흰 건물은, 처음엔 택시로 그냥 지나칠 뻔 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아름다운 빈티지 풍의 Bar와 디자인 의자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혁신적인 웹디자인의 홈페이지로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직접 와보니 그 감동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 지금까지 다녀봤던 디자인 호텔 중에서도 베스트 급이다. 역시, 돈을 투자한 가치가 있구나.ㅜ.ㅜ
호텔 구경은 천천히 하기로 하고, 친절한 직원들에게 짐 Keeping을 부탁하고 거리로 나섰다.
거리는 혼잡한 가운데서도 나름의 질서가 보였다.
지하철역 주변에는 아케이드 상가가 다닥다닥 늘어서 있다.
짙은 인도 문화의 흔적으로 뒤덮인 이 거리는 너무나 이국적이고 멋스러워서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 허름하기도 하고, 시커먼 사람들이 휘휘 지나다니고, 곳곳에 서있는 야자수를 닮은 습기찬 더위가 느껴진다. 꼬불꼬불한 간판들 사이로 궁서체의 한자가 언뜻언뜻 보인다. 이 모든게 어지러이 뒤섞여서 싱가포르도, 중국도, 인도도 아닌 새로운 거리 풍경이 만들어졌다.
리틀 인디아의 명물 푸드코트, 텍카 센터
나시고렝과 난 커리 세트.
Little India MRT(지하철)역으로 가는 길목, 거대한 노천 푸드코트에서 흘러나오는 강렬한 아시아 향신료 향기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사람 사는 거리를 걷는 것도, 사람 사는 모습을 보는 것도, 그들과 함께 길에 앉아 먹는 것도 모든게 다 리틀 인디아에서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라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 순간을 놓칠 수 없어 점심 식사는 여기서. 나중에 알고보니 이곳은 꽤나 유명한 푸드코트 '텍카 센터'
나시고렝과 인도 커리 난 세트를 시켜 적당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그러자 한 아저씨가 다가와 "여기는 우리집이야. 니가 시킨 음식 앞에 앉아야 해. 한 번만 봐준다"며 알려준다. 싱가포르의 푸드코트에도 몇 가지 식사 법칙이 있다. 테이블에 앉는 것도 그 중 하나. 이렇게 하나하나 싱가포르 스타일을 배워간다.
케첩을 넣은 듯한 볶음면 나시고렝은 적당히 새콤달콤 맛있었고, 인도 커리에 난을 쭉쭉 찢어 푹 찍어 먹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인도 거리에서 즐기는 인도 음식이라. 게다가 이 축축한 더위는 싱가포르의 그것. 모든 게 뒤섞여 혼잡하고 아리송한 이 거리가, 단 10분 만에 좋아졌다.
푸드코트 주변 전경. 더운 날씨에도 밖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현지인들의 모습.
리틀 인디아 지하철역.
식사를 마치고 푸드코트에서 조금만 걸으면 바로 MRT 정류장이 있다. 지하철도 처음으로 타보는 거라 기대된다.
언젠가부터 내겐 익숙해져 버린 외국 여행. 사실 매너리즘에 빠진 건 아닌가 생각될 만큼 왠만한 것들이 익숙해져 버렸는데, 싱가포르에서 다시금 열정을 찾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만큼 싱가포르에서의 하루하루는 내게 많은 선물을 안겨주었다. 그 소중한 시간들, 투비 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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