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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 6일의 짧은 일정 속에서도 우선순위 최상단에 놓은 항목은 언제나 그렇듯 '시장'이었다. 특히 일요일에는 멜로즈에 가면 패셔너블한 플리마켓을 만날 수 있다고 해서 기대가 컸다. 화려한 헐리우드를 벗어나 본격적인 LA의 깊숙한 단면으로 향해 본다. 어느 일요일 아침에 만난 사람 향기, 그리고 오래된 것들의 아름다움에 대해.
멜로즈 벼룩시장의 정식 명칭은 '멜로즈 트레이딩 포스트'(Melrose Trading Post)다.
매주 일요일 아침 열리는 이 시장은 LA 최대 규모의 앤티크 장터이며,
헐리우드 스타들도 와서 쇼핑을 하는 등 개성 넘치는 현지인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일반적인 LA 관광 코스는 전혀 아니지만, 나처럼 현지스러운 여행을 원한다면 도전해볼 만한 곳이다.
호텔을 나선 우리는 헐리우드 한복판에서 멜로즈까지 버스를 타고 갈 자신이 없었다. 참고로 LA의
버스 노선은 다소 불편하고, 정류장 표시 등이 여행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버스는 현지에 조금
적응이 된 다음 탈 것을 권한다. 호텔 앞에서 택시를 탔더니 12불 정도 나왔다.
멜로즈 가는 엄청 길기 때문에, Fairfax(페어팩스) 앞에 내려달라고 말하면 된다. 택시를 탈 때는
애비뉴와 스트리트의 이름 둘 다 알고 있어야 정확한 위치에 내릴 수 있다.
멜로즈 마켓의 입장료는 2불이다. 돈을 내면 저렇게 손목에 별도장을 찍어 준다.
벼룩시장에 왠 입장료냐고 발끈할 사람도 있겠지만, 이 돈은 페어팩스 고등학교의 장학금으로 쓰인단다.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사회적인 선순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마켓에 들어서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동안 쉽게 볼수 없던 진짜배기 앤티크들이 가득가득!
최근 몇년간 들렀던 대규모 벼룩시장엔 싸구려 제 3세계 공산품이나 그저 그런 기념품만 파는 시장이 많았는데
여기는 어느 정도 수준 있는 골동품들이 많다는 걸 문외한인 나도 느낄 정도였다.
아주 찬찬히 살펴봐야 이 세월과 먼지 뒤에 가려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겠지만,
아직 내게 그 정도의 안목은 없기에 그저 눈으로, 손끝으로 고르면서 마켓의 흥겨운 분위기를 만끽해 본다.
뜨거운 7월의 LA 햇살을 가급적 피하기 위해 개장 시간인 오전 10시 경에 맞춰서 갔는데,
처음에는 사람이 별루 없는 듯 하다가 어느새 하나둘씩 동네에서 몰려드는 사람들로 가득해졌다.
핫도그와 같은 간단한 스낵을 파는 부스도 있어서 점심을 굶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옷에 관심이 많은 나는 주로 옷이나 패션잡화 파는 곳을 많이 구경했다. 구찌, 프라다 같은 명품을
오래오래 써서 낡은 것들도 있었고, 현지 디자이너들이 숍에서 팔다가 남은 재고를 가져다 놓기도 한다.
시장에서 나가기 직전에 두벌의 옷을 골랐다. 자잘한 검은 줄이 들어간 튜브톱과 면소재의 여름 원피스 하나.
두개 합쳐서 6불?? 가격도 싸니 부담이 없다. :)
물론 이곳의 주요 볼거리는 앤틱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들이다. 여행자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일수밖에 없지만,
워낙 특이한 것들이 많아서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된다. 단, 가구를 파는 사람들은 사진 찍는 걸
매우 싫어하니 조심할 것. 미리 허락 구해도 못찍게 하더라. 그래서 이곳 시장에서 찍은 사진이 별루 없다.
멜로즈 트레이딩 포스트의 자세한 내용은 아래 웹사이트에 방문해 보기.
http://www.melrosetradingpos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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