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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USA

3개국에서 모인 사람들의 어색하지만 즐거웠던 저녁식사 후기

by nonie 2010.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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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타운을 죙일 쏘다닌 LA에서의 이틀째. 오늘은 공식적인 저녁 일정인 영화 <솔트>에 초청된 이들을 위한 러시아식 특별 디너를 맛보는 날! 피곤했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겠구나 하는 기대로 약속된 시간에 호텔 로비로 나갔다. 두리번거리던 우리를 한눈에 알아본 커다란 덩치의 금발 여성이 "한국에서 오셨나요?"라며 묻는다. 그녀의 이름은 켈리. 또 깡마른 체격의 남자분 이름은 마이클. 둘 다 현지 에이전시에서 나온 스탭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온 우리 말고도 이태리에서 선발된 남녀 행운아 2명이 더 있었다!ㅋㅋ 모두 가벼운 통성명을 한채 택시를 나눠타고 LA 근교의 러시아 식당으로 향했다. 미국인 2명, 이태리 사람 2명, 그리고 한국사람 2명이 처음 만나 함께 러시아 음식을 먹어야 하는 이 쌩뚱맞고 기묘한 상황이라.ㅎㅎㅎ




왼쪽의 미국인 마이클. 그는 헐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영화 디렉터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왼쪽의 턱을 괴고 있는 여자는 이태리 밀라노에서 온 로베르따. 영어를 못해서 아쉽...ㅠㅠ



하지만 어색한 것도 잠시. 음식을 함께 먹는게 가장 빨리 친해지는 법이라 했던가? 어느새 서로의 국경 따위는 잊고 자신을 소개하느라 바쁘다. 새로운 사람을 알아간다는 건 역시 흥미진진한 일이다. 먼저 우리 만큼이나 멀리서 날아와 아직도 시차 때문에 헤롱헤롱대는 이태리 럭키 커플의 정체, 정말 궁금했다. ㅋㅋㅋ 

밀라노에서 왔다는 25살의 알베르또는 놀랍게도 이 이벤트에 당첨되자마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집글을 올려 공개적으로 동반 파트너를 찾았다고 한다!! 가장 절실한 글을 올린 로베르따(아마도 이뻐서 같이 가자고 꼬신듯;;;)와 함께 이곳 LA를 찾은 그는 얼마전 대학 졸업을 했고, 아직 직업을 구하는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럭저럭 영어를 구사하는 알베르또와 달리, 29살의 새침한 미모의 연상녀 로베르따는 영어에 서툴러 적극적으로 대화에 끼지는 못해 아쉬웠다. 하지만 그녀가 단호하게 어필한 의견이 하나 있었으니 "우리 커플 아니에요!!친구에요 친구!!" ㅋㅋㅋ세계 어느나라나 왠지 비슷한 상황이다. (알베르또가 넘 머리숱이 없어서 그런가....25살인데 벌써 대머리 조짐이;;)

한편 미국 현지의 영화 에이전시 스탭인 켈리와 마이클은 어떤 사람들일까 역시 궁금했다. 영화 홍보 관계자 답게 밝고 호탕한 이미지의 켈리는 의외로 자신에 대한 얘기를 하기 보다는 주로 다른 사람들에게 질문을 유도해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드는 모습. 역시 프로답다. 반면 초반에 하도 말이 없어서 켈리의 그림자;;;인줄 알았던 마이클이 완전 복병!!! 그는 이 에이전시 일과 함께 헐리우드에서 실제로 영화 감독으로 활동하는 나름 유명한 사람이었다.ㄷㄷ게다가 아마추어...라기엔 넘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뮤지션(기타리스트)이라니....그러고 보니 인물도 나름 훈남이야!!

나도 뭐 이런저런 소개와 한국에 대한 얘기를 하다보니 1년동안 쓸 영어 하루에 다 말하는 기분;;; 하지만 생각보다 그들이 한국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이 높아서 대화가 전혀 어렵지 않았다. 특히 그동안 미국인에 대해 가졌던 많은 편견과 고정관념과 비껴가는 면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마이클은 미국 외에 유럽 등 타 지역의 역사에도 매우 해박했고 특히 자신이 몸담은 음악과 영화에 대해서는 거의 박사 수준이었다. 하지만 겸손하면서도 사려깊게 자신의 의견과 지식을 펼쳐나가는 이 전형적인 미국인에게서 나는 잠시나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개방적인 분위기의 캘리포니아의 라이프스타일을 대화로나마 간접적으로 엿보면서 점점 더 이곳에 대한 호기심은 커져만 간다.






그닥 입맛엔 맞지 않았지만 너무나 성대한 코스로 끝도 없이 펼쳐진 러시아 요리 덕에 한껏 배가 불러질 무렵, 갑자기 무대에 불이 켜지고 공연이 시작됐다. 관객이라곤 우리밖에 없는데 공연을 하다니 이런 뻘쭘한 상황이 다 있나. 하는 수 없이 대화를 잠시 중단한 우리는 신나는;; 러시아 음악에 애써 집중하며 어색한 박수를 날렸다.

공연이 1시간 가까이 계속될 무렵, 보다 못한 켈리가 "우리 이제 다 먹었으니 일어나겠다"는 제스추어를 표해 가까스로 사운드의 향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때 마이클이 "여기 남은 음식 포장하게 박스좀 주세요"라고 주문을 한다. 사실 한국에서는 큰 레스토랑이라면 충분히 일반적인 서비스 요구라 별 새로울 것도 없었는데, 음식이 풍족한(?) 이태리에서 날아온 알베르또와 로베르따에게는 굉장히 생소한 상황이었나보다. "미국에서는 남은 음식을 싸가냐"며 재차 묻고, 또 그런 유럽인들이 신기한 듯 마이클과 켈리는 아무렇지 않게 설명을 해준다. 우리는 그저 마지막 하나 남은 빵까지 깨알같이 알뜰 포장할 수 있게 도와줄 뿐이고 ㅋㅋㅋ 아 이 삼국인들의 재밌는 상황이란. 암튼 끝까지 큰웃음 주는 모두들 덕에 러시아 디너는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본격적인 시사회인 내일 저녁에 레드 카펫에서 다시 보자며 해산했다. 켈리와 마이클에게는 그저 업무의 연장선이었을지 모르고, 또 이태리 친구들에겐 Jet lag 속에서의 피곤한 식사였을지 모르지만, 내게는 또 하나의 소중하고 색다른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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