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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USA

낮보다 빛나는 별들의 밤, 헐리우드의 밤거리를 걷다

by nonie 2010.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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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이나 밤이나 24시간 인파로 가득한 헐리우드의 거리지만, 내 머릿 속 헐리우드의 첫인상은 시원한 바람과 여유 넘치는 분위기가 흐르는 멋진 야경으로 기억된다. 바쁘고 정신없는 서울에서의 속도를 늦춰, 캘리포니아의 상쾌한 바람의 속도에 맞추는 일은 시차에 적응하는 것보다도 더 쉬웠다. 이렇게 근사한 풍경을 머리와 가슴에 담을 수 있어 감사했던, 어느 금요일 저녁에 걸으면서 바라본 헐리우드의 모습.






LA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새 저녁은 찾아오고, 햇빛에 하얗게 빛나던 화려한 쇼핑몰과 극장들은
저마다의 조명으로 화려한 밤의 옷을 새로 갈아입는다. 낮과 밤의 헐리우드는 이렇게 또 다르다.
호텔과 연결된 하이랜드 센터가 본격적으로 붐비는 시간도 바로 이때다.
시차의 피곤함도 돌볼 틈 없이 서둘러 밖으로 나와본다. 내게 주어진 헐리우드의 밤은 오늘까지 딱 네 번 뿐이니까.








하지만, 아직도 난 서울에서 일하다 갑자기 미국 땅에 떨어진 어리둥절한 상황이다.
모든게 아직도 꿈만 같고, 적응이 안된다. 그렇게도 오고 싶었던 미국인데도,
내 시선은 아이폰 속 트위터와 미투데이를 오락가락 할 뿐이다.
하이랜드 센터의 가장 큰 스타벅스 앞에는 노천 테이블이 많아서 아무데나 걸터 앉아 무료 Wi-fi를 쓸 수 있다.
3G가 아닌 Wi-fi에 감사한 지금 이 순간이 내가 먼 곳에 와 있음을 실감하게 해 준다. 









몇 걸음만 더 걸으면 마담 투소 박물관, 또 조금 지나면 보이는 쇼윈도의 엘비스 프레슬리.
모든 게 거짓말 같고, 영화같은 헐리우드의 밤거리. 하지만 이렇게 인위적이고 억지스러운 상황이
오히려 내 기분을 좋게 해주는 건 왜일까?

기념품 가게의 작은 펜던트 하나에도 오랜 역사와 유머가 숨어있는 헐리우드의 가장 큰 매력은
'엔터테인먼트' 만큼은 전 세계에서 1등이라는 자신감과 열정 아닐까.
그리 길지 않은 메인 로드에서도 내 시선을 잡아끄는 것들은 너무나 많았다.










그로만스 차이니스 극장 앞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사람들의 갖가지 언어, 갖가지 포즈, 갖가지 표정으로 가득하다.
이틀 뒤에 영화 시사회를 보기 위해 이 극장 앞 레드 카펫을 밟게 될텐데, 기분이 어떨까?
수많은 헐리우드의 별들이 뜨고 진 역사의 현장에 와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오른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열심히 땅바닥을 살피며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의 손바닥과 싸인을 분주하게 찾아본다.
손도 한번 대보고, 발바닥 도장엔 발도 한번 대보고. 그렇게 느껴보는 헐리우드 스타들의 흔적들은
이 도시의 정체성을 너무도 분명하게 증명하고 있었다. 








드디어 찾았다! 내가 이곳에서 제일 찾아 해맨 바로 그 별, '마이클 잭슨'.
마이클 잭슨 별 앞에는 너무너무 사람들이 많아서 사진을 찍으려 해도 한참을 줄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다.
한밤 중에 사진 한번 찍겠다고 땅바닥 앞에 앉아서 줄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란 ㅎㅎㅎ
마이클 잭슨 별 옆에서는 그의 상징인 빤짝이 장갑을 파는 사람도 보여서 피식 웃음을 자아낸다.
이 거리에서는 그의 히트송인 Beat it 등을 틀어놓고 춤을 추거나 호객을 하는 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내 나이 14살 때 음악과 인생을 바꾸어놓았던, 영원한 팝의 황제를 바로 여기서 다시 만난다. 이렇게라도.








코닥 극장은 내게는 뉴욕 할렘의 아폴로 극장 만큼이나 꿈의 장소였다.
마이클 잭슨을 비롯한 수많은 팝스타가 이곳에서 역사적인 공연 실황을 남겼고,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인 TV 오디션 '아메리칸 아이돌'의 본선 무대가 바로 이곳에서 펼쳐진다.
팝음악에 심취해 왔던 지난 10년간의 동경이 이곳에 그대로 녹아 있는데,
이 극장과 같은 건물의 호텔에서 묵게 되다니, 꿈만 같다.




왼쪽 상단에 살짝 보이는 르네상스 호텔. 하이랜드 센터의 입구 모습이다.




차도 사람도 정말 많은 헐리우드, 하지만 서울처럼 사람에 치인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건 이곳의 속도가
서울과 다르기 때문이겠지. 상쾌한 밤공기와 이국적인 네온사인, 어디선가 들려오는 신나는 음악 속에서
있는 힘껏 심호흡을 해본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이곳 헐리우드에서, 오히려 현실적인 안도감을 찾아가고
있으니 스스로도 놀라울 뿐. 내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과 질감, 그리고 속도에 대한 고민은 이날부터 시작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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