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그 중앙역에서 트램으로 4정거장이나 떨어져 있는 작은 마을에 도착하던 이른 오후, 골목 끝의 작은 호텔 'Hotel Mozaic'를 만났다. 초인종을 눌러야만 들어갈 수 있는 이 하얀 건물, 왠지 모르게 호텔이라기 보다는 아늑하고 정다운 집 같아 친근감이 든다. 반짝이는 햇살이 창가로 환하게 비춰드는 이곳 객실에 들어서던 순간, 난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헤이그에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보든, 오늘의 추억은 이 호텔 덕분에 아름답게 남으리라는 것을.
로맨틱한 빈티지 화이트 톤의 객실, 그냥 내 방이었으면..
지금까지 많은 나라와 도시를 여행하면서 그만큼의 호텔을 만났지만, 이 방이 내 집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중용의 미를 구석구석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호텔 모자이크의 객실의 전체적인 컬러 테마는 '빈티지 화이트'. 자칫 너무 깨끗하고 새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 화이트가 여기서는 묘하게 옛스러움과 우아함으로 다가온다. 클래시컬한 화이트 탁자와 투명 의자의 조합, 침대 머리맡의 '부티크 호텔'다운 아트워크, TV 밑에 놓인 투박한 유리병 속 시원한 생수까지. 멋과 실용성을 동시에 갖춘 탁월한 객실 서비스다. 침대 위에 살포시 놓인 웰컴 메시지와 커피맛 캔디를 집어들며 정말 작은 센스가 엄청난 차이를 낳는다는 단순한 사실을 깨닫는다.
침대 옆에 놓인 필립스 아이팟 데크. 충전과 스피커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배경음악과 럭셔리한 욕실이 만들어주는 나만의 휴식 시간 침대 옆에 놓인 아이팟 데크에 아이폰을 꽂으며 또 한번 미소가 절로 흐른다. 아니나 다를까, 그동안 도보 여행때는 힘을 못쓰던 스무드 재즈 계열의 음반들이 이 방의 BG로는 마치 꼭 맞는 옷과 같이 완벽하게 어울린다. Peter White의 2004년작 <Confidential>을 틀어놓고 푹신한 침대에 누워 잠시 눈을 감는다. 여기는 유럽도, 네덜란드도, 헤이그도 아니다. 그냥 어느 무인도의 어느 리조트에 온 것 같은 느낌. 좀더 볼륨을 올리고 욕실로 향하니 여기도 그저 감탄사만 튀어나온다. 빌레로이앤보흐의 빈티지한 세면대와 변기....꼭 전신욕조가 있어야 럭셔리한 목욕을 즐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이 호텔은 잘 보여준다. 어메니티는 영국의 유명 스파 브랜드 '리츄얼(Ritual)'의 제품이다. 처음 접했는데 바디 제품들 향기가 하나같이 예술이었다. 네덜란드 대도시에도 리츄얼의 매장이 많이 있으니 쇼핑이나 선물용으로도 좋겠다.
애매한 저녁시간에 숙소에 복귀한 덕분에 저녁밥은 마트에서 사온 음식으로 간단히 해결한다. 네덜란드식 스프인 에르텐 스프(완두콩 스프), 과일 요구르트, 크루아상. 에르텐 스프는 원래 네덜란드의 가을, 겨울 전통 음식인데 마트에 가면 이렇게 인스턴트 가루로 팔길래 끓는 물을 넣어 먹어 봤다. 짭짤하고 고소한 맛이라 빵과 함께 먹으면 잘 맞는다.
호텔 모자이크에서는 특별히 맥주캔을 사들고 올 필요가 없었다. 1층 라운지에 몇 가지 양주와 와인 종류가 비치되어 있어 자유롭게 가져다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양주를 별로 좋아하진 않아서 발렌타인을 조금 따라와서 마셨다.
심플하면서도 담백한 호텔 모자이크에서의 아침 식사
컨티넨탈 브랙퍼스트 스타일을 좋아하는지라 이곳 아침 식사도 내겐 너무 좋았다. 특히 뷔페식 아침 식사는 메뉴 가짓 수가 많은 것 보다는 신선하고 담백한 핵심 메뉴 몇 가지를 잘 준비하는 게 훨씬 좋은데 이곳 메뉴가 그랬다. 음료 라인은 직접 짠 오렌지 주스와 우유, 그리고 좋은 커피 기계에서 추출하는 몇 가지 커피들, 그리고 딜마의 질좋은 홍차와 허브티들로 구성되어 있다. 빵은 주로 다양한 곡물빵과 크루아상, 머핀 류, 그리고 시리얼 두 어가지와 완전 신선한 생 요거트. 가장 맘에 들었던 메뉴는 갖가지 치즈와 햄 종류, 그리고 신선한 훈제 연어였다. 삶은 달걀과 스크램블 에그 중에 하나를 택해 다른 음식들과 함께 접시에 담고, 질좋은 잼 한두 가지와 꿀을 곁들이면 완벽한 아침 식사.
작지만 햇살이 잘 드는 1층 식당에는 자리마다 예쁜 냅킨으로 세팅이 되어 있어서 기분 좋게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위 사진은 로비에 비치된 쿠폰들이다. 보통은 관광안내소에 가야 얻을 수 있는 것들인데 잘 이용하면 헤이그의 관광지 및 맛집 등에서 유용하게 쓸수 있으니 눈여겨 볼것. 난 떠날때 발견해서 못썼다. ㅠㅠ 특히 마우릿트하우스에서 엽서 1장을 무료로 얻을 수 있는 쿠폰은 꼭 챙겨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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