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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에 도착했을 때, 이미 모든 지하철역 출구는 발디딜 틈이 없었다. 조심스레 사람들 틈으로 합류했다.
사람들은 뜨거운 햇살을 노란 종이 모자로 가린 채 한 걸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일단은 모자도, 풍선도 없었지만 마음 가득 슬픔을 안고 행렬을 좇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카메라라도 가져와서 리포트를 하는건데, 급한대로 핸드폰으로 간간히 기록했다.
눈앞에 가장 먼저 보인 문구, "살인신문 조중동 노대통령 살려내라"
노오란 풍선 속 그의 미소에는 그저 평온함만이 가득한데.
오른쪽에 보이는 카메라맨들처럼, 곳곳에는 촬영팀이 많았다.
갑자기 인파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고함을 지르는 사람들도 보였다. KBS 카메라맨이 행렬 중앙에서 촬영하는 모습이 사람들의 눈에 띈 것이다. 급기야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며 소동은 점점 커졌지만,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노란 테이프의 통제선에는 위 사진과 같은 스티커가 곳곳에 붙어있다.
월드컵 이후 얼마만에 밟아보는 광장이더냐. 얼마나 자신이 없는 정권이면 이렇게도 꽁꽁 막아두기만 하는건지.-_-
어느새 행렬은 남대문을 지난다. "남대문 불탔을때도 진짜 열받았었는데' 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남대문도, 그 분도, 그저 지켜주지 못한 우리 모두의 죄가 클 따름이다.
남대문에서 서울역까지는 행렬을 따르지 않고 큰길로 돌아서 갔다. 좁은 길에 사람이 꽉 차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파노라마로 기록한 서울역 광장. 단체로 무언가를 외치는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명박 물러가라"를 외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곧 그 분의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로 바뀌어갔다. 너무나 많은 이들이 한꺼번에 외치는 거대한 함성 속에서, 잠시 그 분을 떠올렸다. 흘러나오는 상록수 가락을 들으며, 눈물을 꾹 참아야 했다. 절대 울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그 분이 이루고자 했던 세상, 꼭 만들고야 말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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