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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미디어

온라인 권력화와 블로그 마케팅,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

by nonie 2008.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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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화장품 커뮤니티들을 돌다 보면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는 공지사항이 있다.
'우리 커뮤니티는 리뷰, 품평을 목적으로 업체에게 돈을 받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다.
알고보니 다음넷 모 카페에서 일어난 대대적인 사건 때문이었다. 운영자가 오랜 기간
회원들의 동의 없이 품평비 등의 이윤을 개인적으로 유용했고, 이를 밝힌 조선일보의
기사가 게재되자 회원들이 일제히 반발한 것. 그 과정에서 운영자는 고유의 권력으로
수많은 회원들을 강퇴처리 시키고, 이어서 변호사를 선임했다며 오프라인 대화마저
무산시켰다. 이후 현재 상황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 사건의 내막을 자세히 접하고 나자 많은 생각이 들었다. 2002년부터 뷰티 마케팅에
관심을 갖고 뛰어들었기 때문에, 일련의 뷰티 커뮤니티가 태동 후 지금까지 움직여온
많은 과정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다음 카페는 다른 커뮤니티에 비해
신뢰도가 낮아 잘 가지 않았다. 운영자의 입김이 너무나 세고, 자연적인 리뷰보다는
품평에 의해 이루어진 리뷰의 비중이 컸기 때문이었다. 마치 운영자의 커리어를 위해
존재하는 동호회라는 느낌이었다. 과거 그녀의 인터뷰를 보면 자신의 연 수입이
6천만원 수준이란다. 다른 일 없이 오직 화장품 컬럼니스트로서 버는 수입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그녀의 영업 방식은 탁월했다. 수많은 여성잡지는 허구의 뷰티
전문가를 끊임없이 필요로 했고, 여성을 상대로 하는 각종 병원과 화장품 브랜드도
품질을 보장해줄 권위있는 일반인이 필요했다. 그녀는 철저히 지금의 이그러진
뷰티 마케팅의 니즈에 의해 태어난 존재다. 어쩌면 그녀에 대한 배신감은 단순히
가족같은 회원들을 내쳤다는 사실도 있지만, "나보다 세상 편하게 사는 것"에 대한
은근한 질투와 시기심도 한몫 하지 않나 싶다.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자들의 행보는 파워 블로거들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슬슬 커뮤니티에서 개인 블로그로 권력이 이동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시점에서 조선일보에서 이런 기사를 낸 의도도 그렇고, 이 사건에 대해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을 지켜본 결과도 그렇고,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사건의 전말이 궁금해서 찾아봤던 조선일보 기사. 솔직히 내용을 보고 사건과
전혀 관계없이 의아했다. 사실 카페 운영을 명목으로 업체 관계자들에게 운영비를
받는 건 이미 공공연한 진실이다. 수요가 우선이고 공급은 다음일진대, 대중들에게
홍보를 필요로 하는 수많은 기업들이 과연 동호회를 외면할 수 있을까?
기사 마지막 부분, 홍보담당자의 "무서워서 돈은 내지만, 과연 회원들이 이 사실을 알지
답답하다"는 말은 기업의 입장을 전혀 대변하지 못하는 인용구다.  막상 기업에서는
동호회에서 홍보하는 목적을 이루는 것이 우선이지, 그 안에서 회원들이 공정한 리뷰를
접하던지 말던지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이 없다. 그들의 목적은 이윤극대화고,
홍보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을 만드는 것과는 전혀 관련성이 없다.

조선일보에서 이런 기사를 낼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는 많다. 기본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개인 블로그의 권력에 많은 피해(?)를 봤고, 더구나 문제가 된 저 카페도
한참 안티명박 바람 불때 조중동 불매 운동을 했던 동호회 중 하나였다. 이런 까대기식
기사로 하루 아침에 운영자 한 사람 매장시켜버리고 경고메세지 제대로 날렸다고 자축
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기사에서 언급한 사이버 권력은 아직 한국에 오지도 않았다.
이제 막 시작일 뿐이다. 동호회 권력 관련 사건은 이 케이스가 거의 끝물이 될 듯 하다.
아직도 인터넷 초기의 동호회 문화 때문에 머릿수 많은 곳만 찾아다니는 업체들이
많지만, 이제 온라인은 소속감보다는 개인화가 대세다. 검색을 통한 블로그 기반의
마케팅이 동호회 세력을 압도해가고 있다. (다음보다 네이버가 앞서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과 매체는 여전히 전문가를 필요로 하고, 앞으로 제2, 제3의 권력자는
계속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그 권력은 이제 머릿수가 아닌 개인 매체를 기반으로 
형성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문제의 그녀가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겠지만, 필명 하나
만들어서 블로깅하면서 개인 품평자로 활동하면 새로운 커리어를 쌓을 수도 있다. 뷰티
전문지식 하나 없는 그녀가 국문과 출신의 글발 하나로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된 것을
보면 알수 있다. 뷰티 업계는 아직도 그녀, 혹은 그녀의 대체자를 필요로 할 것이다.

슬슬 동호회에서 블로그로 권력이 이동해가는 시점에서, 파워블로거의
권력을 어떻게 유익하게 이용할 수 있을 지도 새로운 고민이 필요할 듯 하다. 그렇지
않으면 블로그마케팅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시각과 문제 제기는 끊이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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