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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결산 '여행의 미래, 그리고 일의 미래를 고민하다'

by nonie 2021.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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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이맘 때 쓴 결산글 '2020년 결산 '코로나 시대, 여행의 미래를 이야기하다''을 보며 올해도 통산 9년째 연말 결산을 시작해 본다. 연말 결산을 볼 때마다 내가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뚜렷하게 보이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잘했거나 아쉬운 부분들도 더욱 선명하게 보여서 항상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정리해 보려고 한다.

2020년 한해는 책 <여행의 미래>의 출간과 함께 직업적인 포지션과 사회적인 활동 영역이 크게 확장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전 지구적 위기 속에서 2021년을 대비하지 못하고 한 해를 마감했다. 또 일의 성격이 갑자기 바뀌었기 때문에 올 한 해에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예측할 수 없었고, 실제로 상반기에는 공공 영역에서의 일이 많지 않아서 매출 관리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올 초에 기획한 2021 여행의 미래 스쿨에서 업계 종사자 워크숍을 통해 올 해의 교육 방향을 잡을 수 있었고, 덕분에 작년보다도 더 많은 강의와 교육 실적을 기록하며 한 해를 마감할 수 있었다. 특히 올해는 개인적인 환경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는데, 비지정석이기는 하지만 좋은 사무실을 찾아 입주했고 식생활을 '채식 지향'으로 바꾼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여행의 미래> 이후, 디지털 전환을 교육한 2021년
본의아니게 교육자(강사) 포지션을 넘어 매체에 보도되는 크고 작은 행사에 서야 하는 다소 부담스러운 자리가 제법 많았던 것 같다. 그 속에서 여행산업의 트렌드를 매주 분석하는 국내 유일의 방송 '김다영의 똑똑한 여행 트렌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흐름을 강의해야 하는 내 자신에게 가장 큰 도움을 주었다. 이런 니치(niche)한 분야를 파는 사람이 거의 없고 관광은 학문에서 멈춰있는지라, 실질적인 대응책이 필요한 업계 기관과 지자체는 너무나 많았다. 그 속에서 균형점을 잡으면서도 매번 다른 입장을 가진 종사자에게 다른 강의를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나있는 중소 여행사 대표 150명 앞에서 강의를 해야 한다거나, 마이스(MICE) 업계의 트렌드와 관점을 전해야 한다거나, 서로 다른 관광 자원을 가진 지자체 기관이나 스타트업 센터에서 마케팅과 상품 기획을 교육하는 일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때로는 인문학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여행에 대한 강의와 칼럼을 기고하거나, 여행업의 변천사를 논문처럼 기고해야 할 일도 몇 차례나 있었다. 하지만 큰 흐름에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대 전제 아래, 변화된 여행산업 속에서 개인과 기업은 어떻게 적응하고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가?가 내 강의의 핵심 주제였다는 점은 모두 같다.

그 속에서 내가 지키고자 했던 나름의 원칙이 있다면
1. 지속가능한 여행의 모델을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
2. 지역에 갈 때는 그 지역의 특성과 관광 비즈니스 현황을 모니터링한 뒤 강의안을 준비할 것,
3.특정 산업의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고, 기업이 아닌 개인도 자립이 가능한 실용적인 여행업 교육을 만들 것 등이었다.

 

더 나은 여행, 지속가능한 여행을 이야기하다

인문360 '좋은 여행이란 무엇인가' 주제 발표 후기 | 인문360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인문학 미디어다. 매월 다른 주제의 전문가 강연을 유튜브로 볼 수 있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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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의 테이크 호텔(왼쪽), 롯데 호텔. 모두 신입사원 교육
드래곤시티 용산, 전 임직원 대상 교육


작년 대비 특이할 만한 강의처가 있다면, 호텔을 꼽을 수 있겠다. 호텔 임직원 대상 트렌드 교육은 저서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이후 꾸준히 해오긴 했지만, 올해는 새롭게 문을 연 광명의 테이크 호텔부터 용산의 대규모 호텔 컴플렉스 '드래곤 시티'까지 다양한 호텔의 임직원 교육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오랫동안 출강하고 있는 롯데호텔의 신입사원 교육도 올해는 더 자주 나갔고, 처음으로 경력 사원 교육으로도 확대된 해였다. 무엇보다 장기간의 팬데믹 속에서도 작년보다는 집합 교육이 많이 회복되어 강의다운 강의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다행이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해오던 기업 임직원 대상 여행 교육은 올해도 온라인 교육이 많았다. '스마트한 해외 여행법'을 주로 다뤄왔던 교육은 '국내여행'으로 모두 내용을 바꾸었음에도, 콘텐츠의 특성상 이전보다는 강의 의뢰가 적어질 수 밖에 없다. 이 시장은 오미크론 이후 여행시장의 회복과 함께 콘텐츠를 보완하면서 좀더 길게 봐야 할 분야다. 그 와중에도 경기도인재개발원부터 인천공항공사, 환경공단, 과학기술인재개발원 등 이전부터 쭉 출강해왔던 기관에서는 꾸준히 강의를 했고 만족도도 높아서, 내년에는 해외여행을 좀더 원활하게 갈 수 있는 방법과 함께 새로운 강의로 준비해 나가야겠다.


 

부산, 영도 스타벅스
경주 황리단길, 십원빵
전주 한옥마을, 여행학교 강의 중


강의하며 떠나는 여행, 전국 일주의 한 해
작년에도 강의를 많이 하긴 했지만 온라인 비중이 높았고, 코로나19로 수많은 집합 강의가 취소되면서 사실상 여행과 이동이 민폐가 되는 해였다. 반면 2021년은 오프라인 강의 시장이 회복되면서 출장 횟수가 크게 늘어났다. 얼른 생각해봐도 서울경기를 넘어 강원, 충남, 충북, 전남, 전북, 경남, 경북, 제주와 5대 광역시까지 팔도를 모두 찍은 기록적인 한 해였다.ㄷㄷ 다행히 일찌감치 백신접종을 완료하고 흔한 감기몸살 한번 없이 한 해를 마칠 수 있었으니 감사한 일이다.

당일 출장에서도 강의 시간 앞뒤로 부지런히 움직인 덕분에, 사진첩을 훑어보니 꽤나 많이 다녔다. 올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 도시인 경주와 전주를 짧게나마 둘러볼 수 있었다. 각 도시의 가장 트렌디한 거리와 장소, 카페, 맛집은 한 곳 이상 꼭 가본다. 직접 가봐야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장점인지 알 수 있다.


 

스플라스 리솜
아일랜드 리솜
인천 영종도 둘레길. 친구들과 함께

올해는 최근 10여년 중에 처음으로 해외에 나가지 않은 해다. (작년에는 코로나19 직전에 브루나이 취재를 마쳤다) 주변에는 어떤 구실을 만들어서라도 트래블 버블 취재를 가거나 해외에 나간 이들의 소식도 종종 들려오는데, 글쎄. 나는 애써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한번도 들지 않았고, 그런 변화가 스스로도 신기하다. 해외여행으로 채워야 했던 직업적 목적이나 성취감 부재, 조급함같은 감정이 사라져서인듯 하다. (사실 돈버느라 바빴...) 반면에 그동안 관심없던, 대한민국의 엄청난 관광 콘텐츠 잠재력을 좀더 들여다보고 있다. 출장 외에도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기회가 닿을 때마다 여러 곳을 둘러보았다. 내년에는 한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콘텐츠도 만들어보고 싶다.

호텔을 자주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작년 제천의 리솜 포레스트에 이어 올해는 스플라스 리솜(충남 예산)과 아일랜드 리솜(충남 안면도)에 강의차 모두 투숙해볼 수 있었다. 호텔에 대한 만족도를 떠나, 돈을 쓰는게 아닌 벌면서 여행하는 자체가 참 감사한 일이다. 연말에도 출장 차 제주도의 호텔 몇 곳에 머물렀는데, 덕분에 그동안 쌓아놓았던 위시리스트 장소들도 두루 가보고 유튜브에 정리했다. 


 

2021년 11월 제주 출장에서 둘러본 제주도의 신상 공간 투어 후기.

제주 맥파이 블루버드, 채소 피자
글루텐 가루로 밀고기를 만들기도 하고, 비건버터와 콩고기는 일상적으로 먹는 단계까지 도달했다. 식재료는 아이허브와 이팅더즈매터에서 구매.&nbsp;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채식과 일하는 공간
개인적으로 큰 변화를 두 가지 꼽자면 먼저 식생활의 변화다. 고기를 정말 좋아했던 내가 채식을 한다는 소리에 주변 지인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다. 발단은 2021년 초에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더 게임 체인저스>를 보고난 후였을 것이다. 원래도 채식에 관심이 많았지만, 다큐를 통해 달라진 것은 관점의 변화였다. 지금까지 채식은 윤리적이거나 정치적 접근으로 다뤄져 와닿지 않았다면, 게임 체인저스에서 다룬 채식은 식물성 단백질이 동물성을 훌륭하게 대체할 수 있다는 사례 위주의 콘텐츠다. 식생활의 변경이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면서부터는 서서히 고기를 줄일 수 있었다. 엄격히 채소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고, 식재료를 구매할 때 우선적으로 채식 식재료를 선택하고 요리도 채식 위주로 해먹는 정도로 바꾸고 있다. 그러고 보니 올해에는 단 한번도 고깃집을 가지 않았구나.ㄷㄷ




네이버 파트너 스퀘어에서 메타버스 책을 내신 임복님과 인터뷰(왼쪽), 사무실 내 회의실에서 열었던 콘텐츠 클래스.


몇년간 고정된 일터 없이 일을 하다가, 올해는 공공기관의 비지정석 사무실을 얻어 쾌적하게 일하고 있다. 사무실 입주는 단지 일터가 바뀐 것을 넘어 1인 기업으로 일하는 내게 훨씬 더 많은 일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스튜디오에서 편리하게 팟캐스트 녹음을 하고 있고, 회의실을 빌려 소규모 모임도 몇 차례 진행했다. 제대로 인터뷰 촬영을 하고 싶을 때는 인근에 있는 네이버 파트너 스퀘어를 이용했다. 오랜 시간 티스토리와 브런치만 써온 내가, 오디오클립(팟캐스트) 덕분에 네이버 창작자가 되어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도 참 재밌는 변화다.

 

 

네이버 창작자 멤버십에 선정되다 + 오디오클립 운영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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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콘텐츠 창작자는 플랫폼을 어떤 도구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그런 관점에서 올해는 절반의 성공 정도로 봐야겠다. 작년에 다짐했던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는 활용하지 못했고, 유튜브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상반기에만 업데이트하고 하반기에는 거의 돌보지 못했다. 또 올해는 신간 집필 계약을 늦게 한 탓에 책 출간은 내년으로 넘어간다. 대신 팟캐스트는 한 번의 결방도 없이 꾸려왔고, 뉴스레터도 11월을 제외하면 매달 2~3회씩은 발송하며 소통을 이어갔다. 이렇게 쌓아온 콘텐츠가 다음 책에 단단한 바탕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2022년은 지금 열심히 쓰고 있는 <여행의 미래> 속편과 함께 열게 된다. 책을 쓰면 쓸수록 여행산업은 이미 디지털 산업으로 전환되었고,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역량을 가진 인력으로 채워질 분야로 옮겨가고 있다. 여행 분야 종사자 교육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많다. 내년에는 혼자 만드는 교육에서 벗어나, 여행업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과 함께 트렌디한 교육으로 확장하고 싶다. 작년과 올해 결국 만들지 못했던, 여행의 미래 키워드를 기반으로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도 구축하고 싶다.

그보다 내년에 이루고 싶은 꿈 중에는 다큐 제작(?)이 있는데, 오랜 다큐 마니아로서는 생각만 해도 설레는 일이긴 하다. 아직 주제도, 촬영지도 정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거창한 영화가 아니라, 유튜브 플랫폼에 맞는 숏비디오 형태로 연재해보고 싶다. 이건 집필을 하면서 가장 문제의식이 구체화된 주제로 정해보려고 한다. 분명한 것은 미래에 대한 나의 관심사가 여행에서 훨씬 더 큰, 일의 변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주제가 정해지면, 다음 출장지는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올해 읽었던 책과 콘텐츠도 많은데, 브런치에 따로 정리해서 소개해봐야겠다. 책을 쓰는 입장에서도, 책을 읽는 행위만큼 세상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 없는 것 같다. 내년에 나올 책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역할을 꼭 할 수 있기를 바라며. 굿바이 2021. :)

 

https://brunch.co.kr/@nonie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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