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컬럼은 저의 브런치에 연재, 12월 21일 카카오톡 채널 메인에 소개된 글입니다] 

Wanda reign hotels @ Shanghai, 2016



TV보다 스마트폰이 더 익숙한 아이들의 해외여행

얼마 전 수능을 끝낸 고3 학생을 대상으로 여행 강의를 진행했다. 청소년 강의는 처음이라 강의 수준을 얼마나 조정해야 할지 난감했는데, 막상 강의를 해보니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오히려 놀란 건 그들이 해외여행을 대하는 태도였다. 아직까진 십 대들과 크게 세대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10대의 여행 문화는 십 수년 전 나의 학창 시절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지금의 10대는 멀리 여행을 떠나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세계지도에 스티커로 표시해 놓은 희망 여행지를 보니, 가까운 일본이나 동남아시아는 하나도 없다. 호주와 미국, 멀리는 이집트와 북유럽 국가까지 다양했다. 주로 장거리 여행을 희망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또한 요즘 3040이 TV 속 인기 여행지에 관심을 갖는 것과 달리, 이들은 예능에 소개된 여행지는 거의 선택하지 않았다. TV보다 폰을 더 많이 보는 세대답다. 


 또한 이들의 스마트폰 활용 능력은 기성세대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보통 성인 대상으로 스마트폰 어플 실습을 하면 사용법만 설명하는 데도 한참 걸리는데, 청소년들은 검색 키워드만 던져주면 설치부터 활용까지 알아서 착착한다. 게다가 이제 태어나는 어린아이들은 소위 '스와이프' 세대, 즉 스마트폰을 쥐고 태어나는 이들이니 지금의 10대보다 더욱 스마트폰 친화적인 세대가 될 것이다. 여행 정보를 주로 어디서 얻냐는 질문에는, 책보다는 블로그나 SNS 커뮤니티를 참고한단다. 


그러나 구글의 미래형 여행서비스 'Trips'가 메일에서 개인정보(항공 예약 내역 등)를 긁어와 맞춤 정보를 제공한다는 얘기를 들려주자 썩 내키지 않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IT기술의 발전이 자신들의 미래에 좋지만은 않게 쓰일 거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듯했다. 지금의 3040이 짧은 휴가에 가성비를 뽑아내는 '스마트'하고 효율적인 해외여행을 추구했다면, 지금의 10대가 여행을 즐기는 자세는 조금 달라 보였다. 내가 좋아하는 셀럽이나 지인의 여행을 보면서, 그들과 같은 '경험'을 소비하려는 경향이 느껴졌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해외여행을 다닐, 10여 년 후의 여행 문화는 어떻게 바뀔까? 이는 다가올 직업세계의 변화와도 밀접하게 연관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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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의 삶과 일, 그리고 여행

책 '글로벌 코드'는 전 세계를 여행하며 거주하고 일하는 신인류를 '글로마드'라는 이름으로 소개한다. 이들은 지식을 얻기 위해 여행을 하며,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고, 여러 국가에서 거주하고 직업경험을 쌓는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 '삶의 태도'가 글로마드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들이야말로 로봇이 지배하는 가까운 미래에,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소수의 부족이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는 한국에 널리 소개된 '디지털 노마드'와도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디지털 노마드에 속한 직업군이 일종의 플랫폼을 만드는 IT 종사자라면, 글로마드는 자신만의 강력한 '콘텐츠'를 보유한 창작자에 가깝다. 또한 디지털 노마드가 기존의 주류 직업세계에서 벗어난 대안모델이라면, 글로마드는 인류의 라이프스타일을 이끄는 문화 얼리어답터에 가깝다. 


나는 3년 전 여행 콘텐츠 디렉터라는 타이틀과 함께 직장인에서 완전히 독립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거의 10년 만의 일이었다. 여느 1인 기업가들은 대부분 '철저한 자기관리'를 강조한다. 하지만 나의 경우 유난히 부지런하거나 관리를 철저히 해서 지금의 포지션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지 않는다. 삶과 직업에 대한 태도를 차별화함으로써 가능했던 일이다. 직장인이나 창업가나 무작정 성실하고 루틴한 삶만 강요하는 한국적 사고방식을 버릴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여행을 통해 얻은 폭넓은 문화적 경험과 시각 덕분이다. 


대신 1년 중에 원하는 기간만큼 여행을 떠날 수 있고, 그 여행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남다른 관점을 생산하고, 이것이 곧바로 지속 가능한 수익으로 연결되는 삶을 원했다. 영어는 전 세계의 수많은 정보를 얻고 많은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도구였다. 다행히 중고교 시절 자발적으로 영미 문화를 소비하면서 영어를 생활화한 덕분에, 언어 학습에 낭비하는 시간을 크게 줄였다. 성인이 된 후로는 생존을 위한 기술을 쌓는 데 집중하고, 변화에 대한 빠른 적응력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그동안 거쳐온 회사와 직종은 모두, 앞으로 직업적 독립에 필요한 기술이 무엇일지를 고민해서 선택했다. 이젠 기업을 위해 하던 일을, '나'라는 브랜드를 위해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나의 직업적 독립에도, 대학 졸업 후 무려 10여 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지금의 아이들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직업세계에 적응하고, 진화해야만 할 것이다. 이들에게 여행은 그리 특별한 인생 이벤트도 아니고, 매년 반복적으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해치우는 휴가도 아닐 것이다. 이미 해외여행은 또 다른 일상과도 같은 익숙한 주제다. 대신 '한국에서는 강의를 하고, 해외에서는 전 세계의 다양한 기업과 일하는' 새로운 직업의 형태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지금의 교육 환경에서, 이런 얘기를 해주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지금의 아이들이 세계를 무대로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과연 무슨 능력이 필요할까? 아마도 부모세대가 우리에게 요구했던, '시키는 대로 공부 열심히 하는' 능력은 아닐 것이다. 이제 새롭게 부모가 된, 지금의 3040 세대가 한 번쯤 고민해 볼만한 문제다.






P.S 2017년, 새로운 여행커리어 강의가 찾아옵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문의하셨던, 여행 콘텐츠 디렉터를 희망하는 분들이나 퇴사 후 여행 관련 직업을 꿈꾸는 분들을 위한 강의+독서모임 프로그램을 곧 공지할 예정입니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삶의 가치를 탐색하는 새로운 과정입니다. 여행 콘텐츠 디렉터 김다영의 '퇴사 후 여행 관련 직업'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커리어 워크숍, 곧 올라올 공지를 주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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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violet 2016.12.31 15:02 신고

    아.. 맞아요. 같이 살지만 다른 시대에 살고 있는 아이들을 이해하려면 님과같은 자세가팔요할 것 같군요.. 멋지셔요.~

    • BlogIcon nonie 2017.01.01 14:13 신고

      저도 10대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잘 없다보니, 강의하면서 많이 배운 시간이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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