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여행?
방금 브런치를 읽다가 우연히 한 여행사를 발견했다. 자유여행 전문 여행사(?)라는 모순적인 슬로건이 눈에 띄었다. 자유여행은 여행사를 끼지 않고 자율적으로 항공/호텔/일정을 결정하는 행위 아니었나?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돼서, 일단 사이트에 들어가 본다. 놀랍게도 고객의 니즈에 따라 컨설팅을 받아서 일정을 다 짜맞춰 주고, 맞춤 가이드북을 만들어서 손에 들려주고, 그것도 모자라 24시간 원격 컨시어지 서비스까지 해준단다. 우리는 과연 이 아바타st 여행을, '자유여행'이라 부를 수 있는가?
이러한 여행상품이 생겨난 데는, 점차 패키지를 터부시하고 자유여행을 우월하게 여기는 특유의 해외여행 문화도 한 몫 했을 것이다. 하지만 고급 정보의 유통이 평준화되고, 자유여행/패키지 경험치가 전반적으로 더 높아지면 상황은 또 달라질 것이다. 물론 패키지를 선호해온 고연령대가 이렇게 '무늬만 자유여행' 상품을 연습삼아 단계적으로 소비할 가능성도 있다. 어찌 됐든 여행사의 전통적인 역할은 IT/정보 발달과 함께 급격하게 축소되고 있다. 사실은 IT업종으로 분류되는 OTA 업계가 여행업 진출을 희망하는 인재를 지속적으로 흡수하면서, 여행업의 본질은 기술/데이터 베이스로 자연스럽게 변화할 것이다. 자유여행을 강의하는 입장에서, 여행예약의 첫 관문이 어디인가는 나에게도 중요한 화두이다. '여행사'라는 업종의 미래에 대해서는, 조만간 다시 정리해서 써보기로.
한국에서, 진로의 의미
직장인을 대상으로 일하는 내게,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을 만날 기회는 자주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 어떤 강의보다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 역시 그 나이 때 우연히 학교에서 접했던 많은 강연과 책이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여러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가급적 단호한 표현이나 무언가를 결정짓는 듯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 한다. 특히 한국의 획일화된 시스템에서 '진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난감한 일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과 본인이 원하는 삶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가 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그들이 현재 무엇에 관심이 있고 앞으로 그 관심사를 어떻게 포기하지 않고 키워가게끔 조언을 해줄 지가 나에게는 더 중요하다.
하지만 그들이 정확히 무엇을 하고싶어 하는지 모르는 모습을 볼 때면, 종종 슬퍼진다. 2017년을 살아가는 젊은 20대 아이들이 아직도 취미로 영화감상, 음악감상(!) 같은 걸 꼽으면서도, 정작 무슨 영화, 무슨 음악을 좋아하는 지 말하는 건 어려워 한다. 아마도 생각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건 아닐까. 가고 싶은 여행지도 어쩌면 다들 똑같은지, 오히려 고등학생들이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이야기한다.
한국에서 20대에 진로를 결정한다는 것은, 직업을 선택하는 것인가? 안타깝게도 직장은 직업이 아니며, 어떠한 직장도 평생의 업(전문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걸, 대학에서는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는다. 그런데도 지금의 아이들은 여전히 진로 설계에서 끊임없이 실체없는 '직업' 선택을 강요받는다. 강의가 끝나고 나오는 길, 매번 받는 질문을 또 받는다. "그래서 선생님의 직업은 뭐라고 불러야 해요?"
다음에 진로 강의를 하게 된다면, 직업 선택이 아닌 나와 어울리는 직업 '만들기'에 대해 얘기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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