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여행가방 싸는 계절, 5월이 돌아오고 있다....
여행지 '위치'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는 이유
오래 전부터 구독하는 해외 거주 블로그가 있다. 항상 눈에 띄는 건, 소개하는 곳의 정확한 위치와 상호명을 노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 때문에 댓글 비난도 만만찮게 받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분의 방식을 매우 존중하고, 이해한다. (그리고 사실, 사진 속 힌트 찾아 구글맵 때리면 왠간한거 다 찾는다;) 또한 나 역시 언젠가부터 블로그 운영방식을 그렇게 바꾸었다. 여행정보, 무조건 나눈다고 좋은게 아니라는 걸 8년간 이곳을 운영하면서 체득해 왔다.
여행작가 수업을 하면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여행기에는, 주로 TV 예능 속 여행지가 등장한다. 그런 여행지들은 예외없이, 한국 관광객의 폭격으로 점차 짓밟히고 상업화된다. 그런 현상이 아쉽고 안타깝다면, 여행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더욱 더 조심하고 노력해야 한다. 좋은 여행지일수록, 귀한 정보일수록, 그것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사람에게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새는 작은 여행정보 하나도 페이스북의 여행 커뮤니티(주로 대학생 타겟)로 흘러 들어가면 '뭔가 대단한' 여행팁인 것처럼 포장되어 수십만 명이 무차별적으로 공유하는 세상이다. 따라서 그 판단을 일일이 내릴 수 없기에, 나름의 값을 매긴 유료 유통 방식인 '전자책'이라는 형태를 통해 진짜 필요한 분들과만 나누고 있다.
그나마 나는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출판/집필보다 몇 배는 더 강력한, 강의 네트워크가 생겼으니까. 서울/경기권의 수많은 강의처에서 정규 과정을 맡은 현재, 여행 노하우를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오프라인 창구가 생긴 셈이다. 정당한 가치를 받으면서 일과 여행을 지속하고, 그 시간이 다시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까지 꼬박 2년 반을 달려왔다. 이제 더이상, 일과 여행의 균형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는다. 사실 내 인생에서 일반적인 의미의 '여행'은 이미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1년에 2~3번 장기 출타하는 일정 자체가, 업무인 동시에 배움이고 때때로 여행이다. 즉, 내게 '여행'이라는 분야는 어디까지나 업무적 관점이기 때문에, 관련 정보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하다.
어쨌든, 이 블로그에는 앞으로도 계속 좋은 여행기를 쓰려고 노력하겠지만, 모든 질문에 대답할 의무는 없다는 걸 첫 방문자에게 다시 한번 알려드린다. 오랫동안 이곳을 지켜보신 분들이라면, 대충 내 스타일 아시겠지만.:)
창작자가 경계해야 하는 단어, '중개'와 '영업'
최근에 재밌게 구독하고 있는, 한 신생 유튜버의 글을 읽었다. 이제야 막 구독자를 넓혀가고 있는 요리 관련 채널인데, 그 분도 혼자 촬영부터 편집까지 다 하다 보니 무지 일이 많은 듯 했다. 틈틈히 비슷한 유튜버 분들과도 만나서 이런저런 교류도 하시는 모양인데, 다들 비슷한 고충을 토로한다고 한다. 한 마디로 수익모델이 없다는 것이다. 게임이나 뷰티처럼 기본적으로 트래픽이 나와주는 소수의 채널 분야를 제외하면 광고수익은 아예 기대를 말아야 하고, 그럼 메인수익은 기업 제안과 협찬을 적극 수용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채널이 의외로 협찬을 거의 못 받는다고 한다. 싱글족이나 젊은 연령층 타겟이 대부분이라, 실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또 하나의 고충은 채널이 좀 뜨기 시작하면 주변에서 손 안대고 코풀려는 인간들로 득실거린다는 것. 참 어딜 가나 비슷하다. 이 바닥은.
강의를 시작하면서 정말 다양한 곳으로부터 여러 제안을 받아봤다. 1인 기업이니 모든 판단은 스스로 내려야 하고, 이 사람이 믿을만한 사람인지 분별하는 능력도 스스로 키워야만 한다. 처음에는 이 바닥을 잘 모르다 보니 세밀한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맨날 강의 다니는 것도 힘든데, 온라인을 찍을까? 아니면 이 분야를 해볼까? 저걸 해볼까? 하지만 분명한 건, 이런 제안을 하는 대부분의 인간은 '손안대고 코풀려는' 소위 중개자라는 것. 물론 창작자라면 항상 다양한 채널에 발을 걸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자신의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능력자와 협업하고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런 능력도 없으면서 영업을 미끼로 창작자의 등만 쳐먹으려는 인간이, 이 바닥엔 많다. 나는 기본적으로 이 분야의 일을 같이 하고 있는 동병상련의 사람 아니면, 왠만해선 믿지 않는다. 아주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해도. 마치 IT개발자가 마케터를 믿지 않는 것처럼(...) 나도 영업이라는 걸 그리 신뢰하지 않는다. 일단 내가 마케터 출신이라 그닥 영업력이나 홍보가 추가로 필요없는 인간형이기도 하고, 지금도 일이 너무 많아 체력관리가 어려울 정도...
콘텐츠 메이커라면, 당신의 콘텐츠에 밥숟가락만 얹겠다는 자, 혹은 그런 서비스를 항상 경계하기 바란다. 포털 API 가져다 쓴답시고 여행블로그 검색결과 잔뜩 꽃아넣은 시덥잖은 여행서비스 중에 지금 제대로 수익내는 회사 하나도 없다. 그리고 유튜버라면, MCN(일종의 영업대행)을 자칭하는 회사 혹은 개인도 너무 많아졌다. 크고 좋은 곳으로 선별하고 선배 창작자에게 조언을 구해서 정말 믿을만한 회사(사람)인지 꼭 확인해야 한다. 특히 계약서에 나의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터무니없는 수익 배분을 주장하는 중개자, 인맥과 경륜을 내세워 자신의 영향력을 부풀리는 자와는 절대 일하지 마시길. 서두르지 말고 내공을 쌓으면서 꾸준히 작업하다 보면, 언젠가 큰 기회가 오기 마련이다. 이제서야 1인 사업의 맛을 조금씩 보는 중인, 초짜 입장에서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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