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이번 추석 연휴의 풍경

삼십 몇년 만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모든 가족에게 진정한 '추석 연휴'가 생겼다. 단 한번도 명절을 쉬신 적이 없는, 평생 고생만 하신 큰어머니가 평생 처음으로 명절에 오키나와 가족 여행을 가셨다. 덕분에 작은 집인 우리 집에도 긴 연휴가 생겼고, 오늘은 우리 부모님도 남쪽으로 신나게 여행을 떠나셨다. 요럴 때 에어비앤비로 멋진 남해 펜션 예약 해드리는 효도 센스 한번 발휘해 주고.ㅎㅎ


명절을 챙기지 않는 이번 추석은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풍요로움은 없지만, 그 대신 각자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수십 년간 여자들의 희생을 강요해 이어져 왔던 명절 연휴이기에, 올해는 그런 미안함과 의무감 없이 연휴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는 게 행복하고, 새삼 어머니들의 노고가 얼마나 컸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가급적 앞으로도 이렇게 명절을 보내면 참 좋을 것 같은데.ㅜ 우리집은 제사를 지내지도 않고 명절 아니어도 큰댁과 종종 모이기 때문에, 굳이 명절 핑계로 새벽부터 음식을 만드는 수고로움을 어머니들께 더이상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SNS를 보면 예년과 달리 여행이나 휴식으로 추석을 보내는 집이 점점 많이 늘어나는 듯 해서 다행.(하지만 연휴에 가는 여행은 이제 전쟁 수준....)


다른 이야기지만, 연휴 전에 구매버튼을 눌렀던 몇 가지 택배가 예상 도착일인 9월 11일을 지키지 않고 연휴 전인 토요일에 우루루 도착;; 택배 기사 아저씨들도 정말 고생 많으심돠...ㅜ 덕분에 연휴를 심심치 않게 보낼 수 있....







아이허브 택배는 연휴 훨씬 전에 주문했던 거고 통관에 걸릴 품목이 없어서 빨리 올 줄 알았는데, 연휴에 간신히 턱걸이 도착했다. 확실히 통관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이번에는 새로운 아이템이 많은데, 데저트 에센스가 8월 말에 30% 세일을 해서(근데 9월 현재 아직도 세일 가격 유지중인 듯) 샴푸랑 호호바 오일부터 주워 담고... 엊그제 백화점에 강의하러 갔다가 슈퍼에서 데저트 에센스와 기타 수입품 가격을 보고 기함....평균 5천원~심하게는 1만원 이상 차이난다. 아이허브에 태클거는 세력의 진짜 정체가 심히 궁금해지는 대목. 직구 얘기하면 내 혈압만 오르니 여기서 접자....


독일 빵인 펌퍼니클과 핀란드산 크리스피 브레드 Finn Crisp는 명절에 식량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구비해 둔 품목ㅋㅋ 독일에서 사온 브랏부어스트 통조림이 있어서 함께 조합하면 굿일듯. 요즘은 아기 물품도 종종 사는데 호호바나 코코넛 오일은 조카딸내미가 샤워 후 바르셔야 하니 떨어지면 안되고, 이유식 시작할 시기라 예쁜 실리콘 숟가락 세트도 샀는데 완전 맘에 든다. 여기서 유일한 실패 품목은 Kinking Horse의 커피. 지난 번에 먹어보고 맛없어서 안사려다가 휘트니가 품절이라 다른 블렌드로 구입해 봤는데 역시나 꽝. 아로마가 전혀 없다. 균일하지 않은 로스팅도 문제고 저 예쁜 통의 실링 상태가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의심. 아이허브 최고의 커피 원두는 역시 휘트니 마운틴







알라딘에서 실용서도 4권 주문했는데 하루만에 도착. 육아서 한 권은 동생 주고 나머지는 내 꺼. 맨 앞에 탐정 가이드북은 무려 초딩 3~4학년용 책이라는ㅋㅋ 어릴 때 열광했던 탐정 키트 시리즈에 들어있는 탐정 실습/탐정 교과서가 개정판 하드커버로 나왔기에 소장하지 않을 수 없다! 근데 내가 원했던 건 탐정 교과서의 개정판 '스파이 가이드북'인데 헷갈려서 다른 걸 사버림 OTL...뭐 어짜피 두 권 다 사야 하는 거니까. 


스콘&핫비스킷 레시피북은 원래 일본 책인데, 출간됐던 2010년 당시부터 아마존 재팬에서 사려고 했었다. 그런데 번역본이 재작년에 나왔고, 중고로 운좋게 싸게 건졌다. 일본에서 온라인으로 독특한 스콘을 만들어 파는 후지타 치아키라는 스콘 전문가가 쓴 책이라 레시피도 정확하고 일본식 레시피도 많아서 느무 맘에 듬. 


매거진 B는 '인텔리젠시아 커피' 커버스토리 이후 오랜만에 구매해 본다. 이번 호가 미국의 부티크 호텔을 대표하는 '에이스 호텔'이라 무조건 사야 하는 이슈. 런던에서 에이스 호텔 로비를 보면서 받았던 충격의 실체를 연구해 보기 위해. 








연휴 전날, 동생네 가족과 엄마 모시고 디큐브에서 식사하고, 가볍게 한 잔 하러 쉐라톤 41층 라운지 행. 갈 때마다 종종 주문하는 모히토가 이번엔 영 신통치 않다. 민트잎도 느무 부실하고...근데 엄마가 이거 자주 마신다며 주문한 에스프레소 마티니, 조금 맛보니 대박일세. 담부턴 이거 시켜야지. 








유일하게 술을 주문할 수 없는 그녀의 한 잔은 바로ㅋㅋㅋㅋㅋ....고독하게 야경을 바라보며 뜨거운 우유가 식기만을 기다린다. 실은 우유 식히려고 찬물을 좀 부탁했더니 품위돋는 아이스 버킷을 세팅해 주심...아놔. 보고 다같이 빵터짐.








이젠 젖병에 두 손 꼭 부여잡고 밥먹는 6개월동이 조카딸내미 느님. 요즘 우리 집에서 서식 중이라 나까지 분유타기 도사가 되었....ㅜ 이녀석 때문에 전 세계 어디로 여행을 가든 내 쇼핑은 뒷전이 되고, 시집도 안간 처녀가 아기용품만 바리바리 캐리어에 쑤셔 돌아오는 형국이 되고 있다. 언능 쑥쑥 커서 이모랑 같이 세계여행 다니자규. 








블로그에 못 썼던 얘기 하나, 올 초에 소이캔들에 빠져 소이왁스를 무려 10kg나 주문했더랬다. 여기에 비즈왁스 10kg 더 얹은 건 비밀...또르르. 근 10만원이 넘는 왁스 지름질을 하고 나서야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8개월이 지나 있고;; 미루고 미뤘던 캔들 만들기가 항상 마음 속에 묵직한 짐으로 남아 있었는데, 이번 연휴가 워낙 느긋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을맞이 캔들 제조모드 돌입. 엊그제 아이허브 택배로 도착한 세이지 에센셜 오일도 듬뿍 넣어 볼 기회다.


블렌딩은 총 4종. 1. 라임+바질+만다린(+레몬그래스) 2. 로즈마리+세이지+레몬그래스 3. 로즈+자몽 4. 라벤더. 각각 2개씩 총 8개를 연습삼아 만들어 봤다. 흔하게 쓰는 방산시장표 골든 왁스(플레이크 타입)가 아닌 덩어리진 벌크 타입 왁스를 처음 녹여 봤는데, 생각보다 퀄리티가 좋다. 표면도 고르게 마무리되고 불 켜보니 깨끗하게 녹고 불순물이나 냄새도 없고, 화력도 굿. 그리고 왁스가 생각보다 헤프다. 10kg 박스에 지레 겁 먹었는데, 10개 세트 두세 번 더 만들면 깔끔하게 비울 듯.  







약간 실패작 하나 골라 첫 불꽃 테스트. 스모크리스 심지를 썼더니 연기 없이 깨끗하고 큰 불꽃이 오랫동안 유지된다. 두 시간 정도 태워보니 저녁 식사로 고기 구웠던 냄새도 싹 사라지고, 이래서 소이캔들 소이캔들 하는구나 싶다. 아쉬운 점은 에센셜 오일을 나름 듬뿍 넣었는데도 향이 거의 나지 않는다. 로즈 앱솔루트가 희석형 에센셜이라 그런 듯.ㅜ 이럴 때는 심지 주변 완전히 녹은 왁스 위에 원하는 오일을 조금 떨어뜨려 주면 향이 확산된다. 불꽃 위에 떨어뜨리면 안됨...; 



매년 명절이 이번 추석만 같았으면 좋겠구나.....다들 즐거운 추석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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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성주 2014.09.11 13:28 신고

    조카가 태어날때부터 부러웠던 풍성한 머리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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