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 여행을 준비하면서 주말에만 여는 마켓을 수소문하다가 알게 된 심플 마켓. 요즘은 서울에서도 플리마켓을 쉽게 만날 수 있지만, 대만의 젊은이들이 만들어내는 주말 마켓은 어떤 모습일지 너무나 궁금했다. 하늘 높이 솟은 101타워와 묘한 대비를 이루는 낡고 낮은 건물, 신의공민회관에서의 한가로운 일요일 풍경.
이미 글로벌 시티가 되어 조용한 골목을 찾기 어려운 홍콩과 달리, 타이페이는 101타워에서 길만 건너도 한적한 길이 이어진다. 101타워가 코앞에 보이는 지척에서 몇 발짝을 더 가면 보이는 파아란 낡은 문, 신의공민회관이다. 서서히 사람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가까워져 온다.
이 오래된 건물을 비비드하게 칠하고 예쁜 간판을 달아서 단장시켜 놓은 문화공간은 무심한 듯 빈티지한 멋스러움이 전해져 온다. 내가 보고 싶었던 타이페이의 모습 그대로가 담겨 있어서 어찌나 기뻤던지.
몇 개의 건물을 통과하면 작은 광장을 둘러싼 가게들이 나온다. 아이스크림을 파는 미도리, 그리고 베이글을 파는 Good Cho's 둘 다 소문난 로컬 맛집들. 마켓은 이제 막 개장해서 준비가 한창이다.
마침 점심 때라 마켓 구경은 잠시 미루고 베이글 가게로 들어가 본다. 이미 자리는 만석이라 1시간 반 정도를 기다려야 된다는 말에 일단 테이크아웃으로 살 수 밖에. 종이에 곱게 싸놓은 베이글이 줄지어 있는데 종류가 어찌나 많던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팥과 단호박이 든 베이글과 호지차 라떼 주문.
밖이 너무 더워서 하는 수 없이 물건이 전시되어 있는 테이블과 의자에 잠시 신세를 진다. 시럽을 넣지 않은 라떼에는 씁쓸한 호지차의 맛이 부드러운 우유에 실려 그대로 전해져 온다. 색다른 토핑의 베이글은 담백하고 고소한 맛에 순식간에 하나를 뚝딱 했다. 흑설탕이나 다른 맛의 베이글도 맛보고 싶었지만, 마켓 구경도 해야 하니 이쯤 해서 식사 마무리. 다음에는 사람이 없는 평일에 와서 여유롭게 식사도 즐겨보고 싶은 곳.
Good Cho's는 베이글 가게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다양한 로컬 생산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규모가 상당하다. 대만산 꿀이나 차, 커피, 잼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고 핸드메이드 공예품이나 문구류 등 가볍게 사갈 수 있는 아이템이 많아 구경만으로도 무척 즐거웠다. 여행 초반인데다 호텔을 매일 옮겨야 하는 신세라 쇼핑을 할 수 없는 게 그저 아쉬울 따름. 여행 마지막 날 즈음 느긋하게 샌드위치도 먹고 빵이랑 로컬 식재료 쇼핑하면 딱 좋겠더라.
마켓에서도 직접 만든 파이와 시원한 음료 등 먹거리와 농산물, 식재료, 핸드메이드 액세서리 등 다양한 제품을 팔고 있었다. 미국의 파머스 마켓이나 요즘 서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떠올리게 하는 마켓이다. 여기에 신의공민회관의 빈티지한 색감이 더해져서 좀더 평화롭게 느껴졌다. 정작 쇼핑은 하지 않았는데, 뭔가 기념이 될 만한 한 두가지라도 사올 걸 조금 후회가 된다. 여기서만 파는 one of a kind 아이템 하나 정도는 골라주는 센스가 아쉬웠던 시간. 살짝 덥긴 하지만 시원한 음료 하나 물고 숍 하나하나 가까이 관찰하는 여유까지 있다면 더더욱 행복했을 심플 마켓. 다음에 타이페이에 방문할 때도 꼭 일요일이 끼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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