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드쉰에 체크인을 했으니,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현대미술관부터 가보기로 했다. 입장료도 저렴하고 규모도 적당해서 부담없이 구경할 수 있는 미술관이다. 마침 내가 간 날에는 중국의 여성 아티스트 지앙 징(Xiang Jing)의 특별 전시가 열리고 있었는데, 아트 비엔날레에서나 만날 법한 실험적인 작품들로 꾸며져 있어서, 잠시 다른 세상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도심 속에 자리잡은 편안한 현대미술관에서, 아트 감성을 한껏 충전하는 시간.
도심 한 복판에 자리잡은 현대 미술관, MOCA
타이페이의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을 보고 싶었지만, 조금 동선이 애매한 시립미술관 대신 호텔 옆에 있는 현대미술관을 택했다. 타이페이 메인 스테이션에서 걸어서 5~10분이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가는 길은 전형적인 로컬 식당들이 이어지는 골목이라, 이런데 미술관이 있을까 싶은데.. 뜬금없이 눈 앞에 나타나는 붉은 건물! 내부 전시실 규모에 비해 외관은 상당히 웅장한 편이다.
MOCA는 연중 특별 전시가 계속 바뀌는데, 티켓도 그에 맞춰 디자인을 새롭게 바꾸는 모양이다. 50$(한화 2천원)을 내니 귀여운 코끼리 모양의 티켓을 준다. 잔받침으로 써도 될 만큼 두꺼운 종이 티켓이라 기념으로 간직하기 좋다. 입장하려 하는데 외국인인 것을 알고 오디오 가이드를 권한다. 아쉽게도 한국어 가이드는 없고, 영어 가이드를 들어보기로 했다. 작품 별 가이드가 들어있는 MP3 플레이어를 주는데, 대여는 무료지만 여권을 맡겨야 하니 꼭 챙기도록 하자.
중국의 현대미술을 만나다, Xiang Jing의 난해한(?) 작품 세계
베이징 출신의 아티스트 지앙 징의 조형 전시는 지난 7월부터 9월 1일까지 단독으로 열리고 있었다.(현재는 종료) 한 아티스트에게 1,2층을 다 내어주는 전시 형태도 놀라웠지만, 그녀의 작품도 무척이나 파격적이었다. "Will things ever get better?"라는 주제를 던지는 이 전시는 대도시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한 여성의 관점을 상징적으로 풀어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총 24개의 작품에는 대부분 소녀나 여성이 등장한다. 전시관 내에 여성과 동물이 있고, 또 다른 소녀가 밖에서 그 모습을 엿보고 있는 등 매우 입체적인 구성을 보여준다.
전시관 복도에는 이렇게 주제에 관해 자유롭게 의견을 풀어낼 수 있는 작은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들 잠시 앉아서 열심히 써놓고 가는 분위기.
2층에는 보다 역동적인 작품들이 많았다. 중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인 기예단 ,서커스 동작을 하고 있는 인물상도 많고, 커다란 물개가 사이사이 자리잡고 있기도 했다. 오디오 가이드를 열심히 들어보지만 깊이있게 이해하기는 사실 어려웠다. 하지만 중국 예술의 한 단면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다. 사진도 플래시만 터뜨리지 않으면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다. 현지 학생들이 많이 관람을 하고 있었는데 작품 사이를 돌아다니며 무척 즐거운 모습들이었다. 예술과 대중의 거리가 무척이나 가까워 보였는데, 이런 모습은 대만 여행 중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1층과 2층 대부분의 전시가 지앙 징의 특별 전시로 꾸며져 있었지만, 한 스튜디오에는 또다른 전시가 작게 열리고 있었다. 스위스 아티스트 Nicole Dufour의 <Encorpsdages: Embodying Ambiguity>라는 사진 전시였는데, 실제 바디 퍼포먼스를 한 장면을 사진으로 촬영해 전시했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붉은 밧줄도 작품 옆에 고이 놓여져 있다. 밧줄이 의례히 상징하듯, 억압에서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듯 했다.
요즘은 서울에도 멋진 전시가 많이 열리지만, 여행에서 충전하는 세계 여러 나라의 예술은 또 다른 에너지로 다가온다. 모카 타이페이는 서울의 대림미술관과 비교할 만 한데, 한 전시를 집중적으로 돌아가면서 하는 점도 그렇고 오디오 가이드 같은 부가 서비스를 잘 갖춰놓은 점도 비슷하다. 블로그, 페북 댓글과 연동되어 대중과 활기차게 소통하는 MOCA의 홈페이지 http://www.mocataipei.org.tw에서 현재 진행중인 전시를 확인할 수 있다. 월요일은 휴관.
'TRAVEL > Taiwan'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팔레드쉰에서의 완벽한 저녁 시간, 그리고 아침식사 (0) | 2013.09.15 |
---|---|
일요일의 심플 마켓과 베이글 전문점 Good Cho's (0) | 2013.09.14 |
타이페이를 대표하는 부티크 호텔, 팔레 드 쉰 Palais de chine (0) | 2013.09.10 |
조식 & 빈티지한 카페 Laoo Coffee에서의 모닝 커피 (0) | 2013.09.08 |
신이(Xinyi) 탐방! 새로 오픈한 성품서점에서 101타워까지 (2) | 2013.09.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