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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여행으로 싱가포르에 가면 대부분 오차드로드나 시청 주변에 여정을 풀고 시내를 관광한다. 하지만 첫 방문임에도 차이나타운에서 2박을 머무르기로 한 과감한 결정은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차이나타운은 단순한 관광명소가 아니었다. 싱가포르에 터전을 일궈낸 중국인들의 삶이 그대로 숨쉬는 곳이고, 도심 곳곳에 숨겨진 아트 스팟과 예쁜 골목이 있고, 맛있는 로컬 먹거리가 널려 있다. 촌스럽지 않게, 알차면서 감각적으로 차이나타운을 즐기는 네 가지 방법.
@Keong Saik Road
@Hotel 1929
1. 예쁜 디자인 호텔부터 찜하기, Hotel 1929
솔직히 1929 호텔이 좋은 호텔은 아니다. 예약했던 방이 꽉 차서 운좋게 공짜 업그레이드 되었으니 망정이지, 객실은 싱가포르 호텔 대부분이 그렇듯 턱없이 비좁고, 거리 방향으로 창문이 나 있어서 밤에도 소음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1929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그 두 가지를 뺀 모든 것이다. 꽃무늬 이불부터 빨간 흔들의자와 연보라색 시그니처 로고까지 소녀처럼 예쁘장한 객실 인테리어와, 차이나타운에서 지금 막 떠오르는 거리 '케옹 사익' 한 가운데 자리잡은 입지조건, 호텔 바로 옆에 늘어선 로컬 피플이 바글바글한 맛집, 아침식사 뷔페에 나오는 깊은 맛의 수제 카야 잼까지. 1929에서 머무른 이틀간의 기억은 그 모든 냄새와 풍경이 뒤섞여 생생한 차이나타운을 되살려 낸다.
@Market in Chinatown
디자인 호텔에서의 하루가 "차이나타운이어서" 더 매력적인 이유는, 원래부터 세련된 도심 한 가운데 있는 게 아니라, 리틀 인디아에서처럼 로컬 속에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세련미랄까. 호텔에서 몇 걸음만 걸어 나오면 빨간 등이 걸린 재래시장에서 관광객이 되어 왁자지껄한 아이 쇼핑을 즐길 수도 있고, 신발을 벗고 힌두 사원에 들어가 조용히 사색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힌두 사원에서는 꼭 신발을 벗어야 한다. 안 벗고 돌아다니다가 혼난 1인....ㅜ)
@Club st.
2. 싱가포르 최고의 트렌디 스팟이 차이나타운에? 클럽 스트리트
요새는 클럽 스트리트를 중점적으로 소개한 싱가포르 쇼핑 여행책이 국내에 소개될 만큼 많이 알려졌지만, 직접 가본 소감은 대부분의 한국 여행자들에게는 '그닥 별거 없네' 라는 평가가 나올 것 같다. 특히 쨍쨍한 평일 대낮에 이곳을 찾으면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았고 그나마 영업을 하는 숍도 몇 되지 않는 작은 거리여서 더더욱 그럴 법 하다.
하지만, 클럽 스트리트를 즐기는 요령은 따로 있고, 선호할 만한 여행자도 따로 있다. 이 거리에 있는 예쁜 프렌치 식당과 카페는 대부분 선선한 저녁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가장 멋진 아이템을 셀렉트해서 판매하는 소형 디자인 숍들은 메인 거리보다는 그 주변에 조금씩 흩어져 있다. 내가 발견한 Little Drom Store도 그 중 하나다. 나와 디자인을 하는 내 동생은 이 숍에 푹 빠져서 한참을 머물렀고, 이곳 직원에게서 매월 첫째주 토요일에 근처 미술관에서 아트 마켓을 한다는 정보도 알아냈다. 바로 오늘이다. 우리는 레드닷 뮤지엄으로 향한다.
@Red dot Museum
@in Museum
3. 레드닷 디자인 뮤지엄이 가장 특별해지는 날, 매월 첫째주 토요일
만약 입장료를 내야 한다면 굳이 안 갔을 것 같다. 뮤지엄 말고도 싱가포르에 볼거리는 널렸으니까. 하지만 매월 첫째주 토요일에는 얘기가 다르다. 이날의 입장료는 무료이고, 전시장 한켠에서 아마추어 디자이너들이 매월 개최하는 작은 아트 마켓이 열리기 때문이다. 뭔가를 특별히 사지는 않았지만, 구경 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핸드메이드 소품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디자인의 귀걸이나 독립 아트북 등 특별한 아트 쇼핑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Maxwell Food Center
@Maxwell Food Center
@Yakun Kaya Toast
4. 차이나타운에서 맛보는 호커 푸드와 카야 토스트
"차이나타운에서의 점심은 꼭 맥스웰 푸드센터에서 먹어라!" 는 가이드북의 친절한 조언에도 불구하고 수십 가지의 생전 처음 보는 메뉴 중에 무슨 음식을 골라야 할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치킨 라이스도 먹어봤고, 이런저런 볶음면이나 탕면도 겁이 난다면 "크리스피 누들"에 도전해 보길. 바짝 튀겨낸 면에 개운하게 볶은 야채와 해산물을 듬뿍 얹어주는 음식인데 한국인의 입맛에도 딱이다. 함께 시킨 하얀 면 요리는 이름을 까먹었네 ㅠㅠ
야쿤카야 본점은 싱가포르 여행을 처음 꿈꿀 때부터 꼭 가보고 싶었다. 예전 블로그 포스트에도 있지만 야쿤카야는 내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여행이 너무 고플 때, 한국에서의 일상이 힘겨울 때 나를 위로해준 고마운 토스트!! 그 오리지날을 직접 맛보던 순간의 감격이란. 이곳의 아이스 밀크티는 진리 중의 진리니 놓치지 말것. 토스트를 다 먹고 나면 주인 아저씨가 잼 병을 들고다니며 홍보를 하신다. 낚여서 미니 카야잼 한 세트를 구입했지만, 선물용으로는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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